해물파전이 나왔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넘치는 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안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가그린을 했다. 탁배기로 말이다. 목젖을 적시는 순간 짜릿함과 청량감이 밀려온다. 저절로 "캬" 소리가 나온다. "캬" 소리는 코로나보다 빠르게 전파되어 주당들을 좀비로 만들었다. "캬", "커의", "크" 좀비들이 내뱉는 감탄사는 제각각이지만 행복한 표정은 동일했다. 파전은 무수히 많은 젓가락질에 흔적조차 없어졌다. 주전자 역시 바닥이 보인다. 이야기꽃은 밤새 피워 군락을 이루었다.
주당들은 말한다. "이 세상에 알코올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애연가가 한마디 한다. "담배 피우면서 살지" 담배가 나름 기호 식품으로 남자에게 있어서 필수품이 된 적이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남자는 사나이 취급을 하지 않았다. 어울려 놀기 위해 억지로 배우기까지 했다. 주당의 우두머리 알코올 대부가 불쑥 끼어들었다. "너희들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아나" 이제껏 마시기만 했지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부한 적이 없다. 대부의 해박한 지식으로 양주에서부터 와인 막걸리 소주까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세히 알 수가 있었다.
막걸리는 농주라고도 했다. 일하다가 힘들면 으레 한 사발을 들이켰다. 안주는 따로 없었다. 김치면 좋고 아니면 풋고추도 훌륭한 안주가 되었다. 꼬드밥에 누룩을 버무려 물을 붓고 보름 정도 발효과정을 거치면 막걸리가 탄생한다. 위에 맑은 것이 청주다. 그다음 동동주가 나오고 거름망에 걸러 낸 것이 막걸리다. 흐리다고 해서 탁배기라고도 한다. 막걸리를 증류하면 소주가 나온다. 한번 더 증류하면 도수가 올라간다. 다단계 증류하면 99% 이상의 주정을 만들 수 있다. 이 주정을 물에 희석한 것이 우리가 즐겨 마시는 소주이다.
양주는 맥아(보리를 싹 틔운 것)를 발효시켜 맥주를 만들고 그것을 증류하여 위스키를 만든다. 오크통에 넣어 장시간 숙성하면 양주가 된다. 참나무 향이 배어 술 맛이 좋아진다. 시간이 갈수록 알코올의 쓴맛이 사라지고 달콤함과 향이 배가 된다. 제조 과정이 길다 보니 양주 한 병 마시는 것 자체가 사치다. 산업이 발달하고 일자리가 늘어나자 소득이 증가했다.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주당이 아니어도 집에 한두 병은 기본으로 보관하고 있다. 대표적인 양주로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열살루트, 조니워커, 잭다니엘, 맥켈란 등의 이름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뚜껑을 개봉해도 그 맛은 변하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을 때 한잔 털어 넣으면 수면제 역할도 해준다. 양주는 바다 건너에서 넘어왔다고 해서 명명된 것이다.
와인은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다. 와인을 증류한 것이 브랜디 위스키다. 역시 오크통에 숙성하여 향을 입혀 고가로 판매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코냑'이다. 프랑스 코냐코 지방에서 만들어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해네쉬, 까뮈, 레미마틴, 마르텔 등이 있다. 브랜디를 마셔본 적이 있기는 한가. 오래전에 한번 마시어 본 적이 있다. 내 돈 내산이 아니라 얻어 마신 것이다. 양주보다는 향이 진하고 부드럽게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술이 이야기에 꽂혀 술이 떨어지고 안주가 동이 난 것도 몰랐다.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수다가 되고 그 수다가 더해져 웃음꽃이 만발했다. 한 군데서 오래 마시는 사람은 주당이 아니다. 이곳저곳 적어도 세 군데 이상을 다니면서 종류를 달리해야 주당이고 알코올의 대부라 할 수 있다. 술꾼은 술을 가리지 않고 마신다. 무슨 술이든 가격과 취하는 정도가 다를 뿐 마취제 임에는 매한가지다. 용기를 북돋워 주고 속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해주는 것이 알코올이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소독제로도 사용했다고 해서 '생명의 물'이라고도 했다. 술은 인류가 발견한 최고의 음식이다.
첫댓글 살아가는데 있어서,
최고의 만능 상비약!!...
고럼고럼 생명수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