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尋牛圖
사찰에 가면 크고 작은 당우의 벽화들 중 목동이 타고 가는 소 그림을 볼 수 있는데 모두 10컷이다. 이는 십우도 또는 심우도尋牛圖라 하여 잃어버린 소를 찾는다는 곽암 선사의 우화적 선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첫째 심우(尋牛 소를 찾아 나서다) - 아득히 수풀 헤치고 소를 찾아나서니 / 물 넓고 산 먼데 길은 더욱 깊구나 / 힘 빠지고 마음 피곤해 찾을 길 없는데, / 단지 들리는 건 늦가울 단풍나무 매미 소리뿐
둘째 견적(見跡 소의 자취를 보다) - 물가 나무 아래 발자국 어지럽네 / 우거진 풀숲 헤치고서, 그대 보았는가? / 설사 깊은 산 깊은 곳에 있다 해도 / 하늘 향한 그 코를 어찌 숨기리
셋째 견우(見牛 소를 발견하다) - 꾀꼬리는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고 / 햇빛 따스하고 바람 부드러운데 강가 언덕 버들도 푸르네 / 이곳을 마다하고 어디로 갈건가? / 늠름한 쇠뿔은 그리기 어려워라
넷째 득우(得牛 소를 붙잡다) - 온 정신을 다하여 그 소를 붙잡지만 / 힘세고 마음 강해 다스리기 어려워라 / 어느 땐 고원 위에 올랐다가 / 어느 땐 구름 깊은 곳으로 숨어들고 만다네
다섯째 목우(牧牛 소를 길들이다) - 채찍과 고삐 잠시도 떼어놓지 않는 것은 / 제멋대로 걸어서 티끌세계 들어갈까 두려워함이라 / 서로 잘 이끌어 온순해지면 / 고삐 잡지 않아도 저 스스로 사람 따르리
여섯째 기우귀가(騎牛歸家 소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 소를 타고 유유히 집으로 향하니 / 피리 소리 마디마디 저녁노을에 실려간다 / 장단 하나 가락 하나가 깊은 뜻을 가지고 있으니 / 음악하는 이에게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일곱째 도가망우(到家忘牛 집에 이르러 소를 잊다) - 소를 타고 이미 집에 이르렀으니 / 소 또한 공空하고 사람까지 한가롭네 / 붉은 해 높이 솟아도 여젼히 꿈꾸는 것 같으니 / 채찍과 고삐는 초당에 부질없이 놓여 있네
여덟째 인우구망(人牛俱忘 소도 사람도 모두 잊다) - 채찍과 고삐, 사람과 소 모두 비어 있으니 / 푸른 허공만 아득하여 소식 전하기 어렵구나 / 붉은 화로 불이 어찌 하얀 눈을 용납하리오 / 이제야 조사祖師의 마음과 합치게 되리
아홉째 반본화원(返本還源 근원으로 돌아가다) - 근원으로 돌아오고자 무척 공을 들였구나 / 그러나 어찌 그냥 귀머거리 장님 됨만 같으리 / 암자 속에 앉아 암자 밖의 사물 보지 않나니 / 물은 절로 아득하고 꽃은 절로 붉구나
열째 입전수수(入廛垂手 손을 드리우고 세상에 나아가다) - 가슴 풀어헤치고 맨발로 저잣거리에 들어가니 / 재투성이 흙투성이라도 얼굴 가득 함박웃음 / 신선의 비법 따위 쓰지 않아도 / 저절로 마른 나무에 꽃을 피우는구나
십우도에서 소는 우리가 찾아가는 자아(참된 나)를 의미한다.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 중 여덟째 그림이 흥미로운데, 단순히 빈 동그라미 그림이다. 목동이 집으로 돌아온 후 자기와 소를 잊는다는 뜻이다.
비어 있는 원은 힘겹게 소를 찾아 돌아온 목동의 어떠한 집착도 없는 완전한 해방을 의미한다. 마음을 다스리고 자아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는 깨달음의 과정이다. 나를 잊어야 자기 근원에 다달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옮긴이 : 정달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