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의 안전한 하루
/ 윤지영
어떤 맹꽁이 같은 대학생 여자'애'가 처음으로 태국 여행을 갔단다. 맹꽁이는 마음이 들떠 함께 가는 친구보다 출발을 이틀이나 먼저 했다. 숙소 위치는 여행자들의 거리라고 불리는 카오산 로드, 모험 가득한 배낭여행에의 동경이었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이 정보를 주고 받는다니, 저도 현장에서 부딪혀 보겠다는 심산이었단다. 도착해서 기세 좋게 숙소를 나온 맹꽁이는 그러나, 혼잡한 거리 모습에 몇 발 떼지도 못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을 본 하얀 셔츠 차림의 태국인 남자 하나가 맹꽁이에게 다가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맹꽁이는 친구가 올 때까지 혼자라는 이야기를 술술 털어났다. 남자는 주변 구경도 시켜주고 방콕에 대해 알려주마고 가이드를 자처했다. 선선히 따라나선 맹꽁이를 남자는 말라빠진 개들과 불손한 눈을 한 고양이들이 있는 작은 동네 사원으로 데려갔다.
남자는 관광객만 가는 큰 사원 말고 현지인만 가는 사원들을 꼭 가보라 했다. 특히 Lucky 사원을 추천한다고. 만났던 장소로 다시 데려다주면서는 툭툭 고르는 법도 알려줬다. 번호판 색이 중요한데 개인이 운영하는 노란색 툭툭은 사기를 치니 반드시 정부가 운영하는 하얀색 번호판을 타란다. 사람을 조심하라는 남자의 말에 무서워진 맹꽁이는 숙소 옆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일찍 잤다,
다음 날 아침, 관광하겠다며 맹꽁이가 길을 나섰다. 가장 먼저 한 건 툭 툭 섭외! 즐비하게 늘어선 툭툭꾼들이 맹꽁이를 앞다투어 불렀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어제의 맹꽁이가 아니었다. '배운' 맹꽁이였다! 당당하게 노란색 번호판은 외면하고 하얀색 번호판의 툭툭에게 다가갔다. 호객 행위 없이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가느다란 왼쪽 다리를 절뚝이는 청년을 선택 해 와불이 있는 사원으로 가자고 했다. 그저 행선지를 말했을 뿐인데 툭 툭 청년은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이 되었다(?). 청년이 말하길 일 년에 딱 하루, 와불 사원이 문을 닫는 공휴일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게 오늘이란다. 다른 계획이 없어 어쩔 줄 몰라 하는 맹꽁이에게 그는 지도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근처 이쯤에 Lucky 사원이라는 데가 있는데, 현지인만 가는 사원이라고. 맹꽁이는 전날 하얀 셔츠 남자가 Lucky 사원을 추천했던 걸 용케 기억해냈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라고 뿌듯해하며 툭툭에 올랐다.
부다다다- 툭툭이 출발했다. 매캐한 공기에 매연이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오래지 않아 툭툭이 멈췄다. 사양해도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한사코 맹콩이를 따라간 청년은 탑 앞에서 사진 두 장을 찍어주곤 저쪽 길을 따라가 구경하라는 말을 남기고 툭툭으로 돌아갔다. 모자도 없이 타박타박, 안내받은 길을 따라 걸어간 맹꽁이는 더웠다 앞에 나타난 정자 같은 구조물이 반가웠는데,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한 명앉아 있었다. 예의가 바른 맹꽁이라 앉아도 되는지 묻고 팔 하나 쯤의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심심했던지 남자는 맹꽁이에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맹꽁이가 대답을 망설이자 남자는 자기에게도 맹꽁이만 한 자식이 있다며 다가앉아 지갑에서 가족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맹꽁이의 마음과 입이 열렸다! 맹꽁이는 내일 친구와 피피섬으로 이동해 스쿠버 다이빙하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륨푸르에 가서는 열여섯 살부터의 펜팔 친구를 처음으로 만날 것이며, 조호바루 친구네를 거쳐 싱가포르에 갈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남자는 깜짝 놀라며 "싱가포르? 너는 운이 정말 좋구나!"라더니 이번에는 명함을 꺼냈다. 자기가 싱가포르에서 보석상을 하는데, 일 년에 한 번 있는 태국의 보석 세일 기간이라 출장 온 거란다. 보석을 사서 자기 샵에 오면 여행비에 보탤 수 있게 두 배로 값을 쳐주겠단다. 보석 고르는 법을 알려주며 정부 인증서를 강조했다. 싱가포르에 오면 꼭 들르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