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 109년 원불교 종법사 대사식의 취임법문 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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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와 생명에 측은지심과 따뜻한 마음 더해야”
[원불교신문=장지해 편집국장] “제 마음대로 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종법실 접근을 최대한 가능하도록 개방하는 것과 동시에 대중들 속으로 찾아가고 다가가(는 종법사가 되)고자 한다. 다가오지 못하는 대중들에 다가갈 수 있다면, 마음을 더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 되지 않는 현실도 물론 있겠지만, 단단히 마음먹고 그 초심을 잃지 않고자 한다.”
왕산 성도종 새 종법사 당선자가 11월 3일 대사식을 앞두고, 중앙일간지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10월 22일 오후 2시 종법원 대접견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12개 일간지 기자가 참석했다. 종법사 당선 후 첫 공식 인터뷰이니만큼, 해당 간담회에서는 취임 일성을 바탕으로 한 앞으로의 경륜과 계획 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고,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에서 원불교의 교화 활동과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 등도 짚어졌다.
먼저, 기자들은 왕산 새 종법사 당선자는 취임 일성 ‘마음을 하나로, 세상을 은혜로’에 담긴 의미를 물었다. 이에 대해 왕산 새 종법사 당선자는 “원불교의 개교 정신을 쉬운 말로 푼 것”이라며, ‘마음을 하나로’는 성불, ‘세상을 은혜로’는 제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 모든 일이 사람들의 마음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마음의 실체를 깨닫고 그 마음이 제대로 발현되고 사용되도록 하는 건 우리 인류사회의 중요한 문제다. 또, 모든 종교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본성을 깨닫고 일체중생이 평화 안락한 낙원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종교는 이 세상을 은혜로 충만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을 갖게 할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기존의 제도화된 종교에는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영성, 마음)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종교가 거품을 걷어내고 본연, 본래 목적에 충실하다면 본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돌아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들이) 각성하고 회복해야 한다. 그것을 원불교에서는 ‘교법정신 회복’이라 한다”고 답했다.
생활불교로서 원불교가 보여주는 특징과 관련, ‘삭발’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왕산 새 종법사 당선자는 “당선되는 순간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종법사는 우리 대중들이 선출한 대중의 공물(公物)이기 때문이다. (공물은) 마음 먹고 행동하고 옷 하나 걸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서
“실제 삭발에 대한 의견을 정말 많이 접했는데, 대다수가 원치 않았다. (당선 직후 말한 대로) 대중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 의미를) ‘담 넘어 다른 세상 사람이 아니라, 우리 중 한 사람으로서 함께 고민하고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이길 바라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일상 속의 생활불교를 표방하는 원불교이니 아마 대중들은 (그대로의 모습을 오히려) 자연스럽고 좋게 여길 것 같다”고 말했다.
임기 동안 나아갈 교단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공적인 지혜를 모으는 공의 절차를 밟아 진행하는 것을 교단 운영의 기본 방향으로 삼겠다”는 전제하에 “종법사가 됐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방침을 세우기보다, 교단 구성원들의 총의와 집단 지성을 모아 만들어낸 교단 제4대 제1회 설계 지침을 기본으로 삼아 설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어렵고 절망적인 ‘세상 사람들(특히 청년들)’을 위한 메시지도 요청됐다.
이에 왕산 새 종법사 당선자는 “종교는 세상에 ‘우리가 누리는 걸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함께 골고루 나눠 쓰게 할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면서 “이 안타까운 마음이 공유돼야 한다. 나라 전체, 세계 전체, 인류와 생명 전체를 바라보며 근본적 측은지심 즉 안타까운 마음과 따뜻한 마음이 더 많아져서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박수치고, 마음 아픈 일이 있으면 위로하고 도와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종교)의 사명이다”라고 했다.
이날 기자들과 첫인사를 나누면서 왕산 새 종법사 당선자는 “세상에 언론이 정말 중요하다”고 운을 뗀 후 “언론이 아름다운 소리, 때로는 가슴 아픈 소리를 전달함으로써 우리는 함께 공감하고 동참하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약한 원불교가 사회와 이웃종교들로부터 큰 평가를 받는 이유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100여 년 전 제창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이치가 울림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면서 “그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겸손한 자세로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는 말도 전했다.
출처 : 원불교신문 2024.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