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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
1. 개요
2006 FIFA 월드컵 독일 조별리그 아르헨티나 대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경기의 레전드 골.[1]
빌드업(Build-up)은 축구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 중 하나로,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고 공격을 전개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 및 패스 워크를 뜻한다. 빌드업은 흔히 수비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골키퍼를 포함한[2] 전 포지션에서 중요시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차범근 전 해설위원 등의 영향으로 '공격 작업'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실제 축구용어로 빌드업의 뜻을 풀어보면 결국 공격 작업이다.
2. 빌드업의 정의
빌드업(Build-up)이라는 용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건축물 같은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이 용어가 다르게 쓰인다. 축구에서의 '빌드업'은 공을 가지고 팀 동료에게 연결하며 적진으로 나아가 공격하는 일련의 과정 중 기초단계를 의미한다.[3]
한국에서는 빌드업이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들에게 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됐지만, 이는 빌드업에 대한 다소 적절하지 못한 이해를 의미하며 엄밀히 이야기하면 축구에서의 빌드업은 공격을 만들어 가는 모든 방법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따라서 롱볼을 활용하는 축구나, 측면 크로스를 활용하는 축구에서 롱볼과 측면 크로스 또한 빌드업의 방법 중 하나이다.
축구라는 종목 특성상, 세로 100m, 가로 60m에 이르는 광대한 필드에서 양 팀 각각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손과 팔을 쓰지 않고 다리를 위주로 공을 컨트롤 하면서 전진해야 하기 때문에, 한 팀은 일관적인 득점 생산력은커녕 볼 소유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때문에 모든 축구 감독과 선수들은 90분 내내 공을 소유하지 못하니 최소한 자기가 공을 가진 공격 포지션이라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 공을 처음 소유할 때부터 볼 흐름이라도 일관성 있고 최대한 좋게 가져가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빌드업의 시작.
예전엔 공격수들이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자기의 위치를 지키고, 아군의 수비수 및 미드필더가 상대방의 공을 뺏은 후 공격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시절 공격이란 미드필더로부터 시작되어 축구장 하프라인 넘어서부터 썰어들어가며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에,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등의 이른바 중앙에서 상대방의 압박을 벗겨내서 공격수에게 질 좋은 패스를 찔러주는 플레이메이커들이 득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타개하기 위하여 등장한 전술이, 상대방 수비 라인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털어가며 공격과 패스의 정밀도를 매우 떨어뜨려 볼 탈취를 쉽게 만들고 그에 따라 더욱더 많은 공격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이었고, 이같은 전술이 실제 승승장구하면서 현재는 대세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전술로 승리를 거두는 팀들의 영향은 이 전술을 극한으로 이끌었고 심지어 공격수들마저 압박을 시키는 전술이 보편화되었다. 결국 수비수들조차 단순히 미드필더에 간단한 패스로 볼을 공급할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달리 강력한 압박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원활하게 공격을 진행시키기 위해 수비수마저 공격수들의 압박을 피해 공격을 전개해야하는 상황이 온 것. 때문에 수비수들은 위험 지역에선 일단 공을 걷어내고 보는 것이 일종의 미덕이었으나, 빌드업을 중시하는 팀에선 압박에서 벗어나 질 좋은 패스를 미드필더에 공급하는 것이 수비수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모든 상황에 다 들어맞는 전술이란건 없기 때문에, 사실 빌드업 역시 양날의 검일 수 있다. 압박으로 인하여 상대방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이 압박이 실패했을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기회를 내어줄 수도 있기 때문. 클래식한 전술을 파괴하기 위해 처음 이 전술이 등장했을 때는 간단한 압박만으로도 상대팀을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었으나, 이후 이러한 전술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면서부턴 조직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힘들게 되었다.
3. 빌드업은 왜 필요한가?
팀 전체를 상대방 진영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이다. 스페인 같이 짧게 끌어올리든, 잉글랜드나 네덜란드처럼 뻥축구로 차올리든, 그 목적은 주로 공이 있는 상대방 진영 안에서 최대한 우리팀의 수적 우위를 만드는 것이다.
압박이 극단적으로 심해지는 현대 축구에서 빌드업은 필수 요소다.[4] 역습 축구를 하건 점유율 축구를 하건 빌드업을 배제한 팀은 효율적인 공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빌드업 집어 치우고 역습 축구나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60년대에 이미 파훼된, 무지성 텐백과 무지성 뻥축구를 하자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뻥축 깎는 노인으로 알려진 그 빅 샘[5]조차 더 효율적인 뻥축을 위해 동선 지시나 다양한 파생 공격을 나름대로 준비하는데, 이것 역시 극단적으로 투박해서 그렇지 일종의 빌드업이기 때문이다.
3.1. 공수에서의 우위 확보
사실 축구는 골키퍼를 빼면 각 팀 1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한 경기장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게임을 한다. 중요한 것은 넓디 넓은 경기장 전체를 봤을때는 10 대 10으로 숫자가 동등하지만 게임이 진행될 때 경기장의 국소적인 지역만 보면 숫자적 우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적 우위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개인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가진 경우 아무리 한 명이 특출나게 뛰어나도 두 명이 뛰는 것을 이길 수는 없고, 결국 머릿수가 많아야 어떤 스포츠든 어떤 상황이든 유리하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수비수 2명이 공격수 한 명을 막는 경우, 각 수비수의 기량이 조금 모자라도 공격수 한 명이 골을 넣거나 두 명을 돌파하기는 매우 힘들다. 반대로 수비수 한 명이 아무리 뛰어나도 평범한 공격수 둘이 오면 그걸 막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간단한 패스 1번으로 수비수를 바보 만들고 골을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넓디넓은 경기장에서 국소적으로 수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팀은 매우 유리하게 된다.
공격도 수비도 개인의 기량이 조금 모자라도 훨씬 더 확률 높은 수비나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한 축구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각각의 공격과 수비에서만 중요했었다. 수비하는 입장의 경우, 상대방의 공이 하프라인을 넘기 전까지는 수비하지 않고 자기 진영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대세였고 공격 역시 공이 하프라인을 넘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필드 전체가 아니라 필드 반만 이용하는 식의 축구가 대세였다.
하지만 이는 압박축구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필드의 국소적인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감으로 쉽게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하여 공을 뺏어내서 공격을 전개하는 개념이 강화되면서 필드에 있는 선수들 특히 미드필더들에게 체력적인 요구와 활동량이 한껏 강화되었다. 이러한 압박축구의 개념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공격수에게까지 요구되어 상대방의 수비수들을 강력하게 압박하여 아예 공격 자체를 시도조차 못하게 하는 방향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상대방의 압박을 혼자서 혹은 패스를 통하여 벗겨내는 능력, 이른바 탈압박이 매우 중요시해졌다. 조직적으로 오는 압박을 벗겨낸 경우 오히려 국소적인 위치에서 상대방이 점하던 수적 우위가 우리팀의 수적 우위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이렇게 국소적인 지역에서의 상대방의 수적 우위를 무마시키고 게임을 이기기 위해선 이러한 빌드업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수비수마저 강력하게 압박하는 현대의 시스템에선 수비수마저 발놀림이 좋지 않고서는 강팀에서 뛰기 어렵다. 압박을 벗어나고 정확하게 패스하여 공격 상황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가져가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예시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16-17, 17-18 시즌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면서 조 하트를 버리고 클라우디오 브라보와 에데르송 모라에스를 사온 것은 본인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보여주었던 마누엘 노이어와 같은 스타일로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빌드업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극단으로 간 빌드업의 예시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수비수 또한 발밑이 좋아야하기 때문에 15-16 시즌 존 스톤스를 데려온 것이다. 스톤스의 발기술은 수비수 중에서 꽤나 탁월하기 때문.
3.2. 효율적인 탈압박
빌드업을 한다는 것은 자신 주변의 동료를 활용해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빌드업 없이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자칫하면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게 마련이다. 빌드업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상대는 압박이라는 수단으로 공을 빼앗기가 힘들어져 상대의 압박으로 인한 위험도가 감소하게 된다. 또한 상대가 공을 빼앗기 위해 전방으로 달려드는 것을 탈압박하는데 성공한다면, 상대가 미처 돌아오지 못해 생긴 공백을 노릴 수 있으므로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3.3. 경기 주도권 장악
공을 단순히 걷어내기만 하는 경우, 그 팀은 공 확보가 용이하지 않으므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데 애를 먹게 된다. 반면에 빌드업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볼 점유를 상대보다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으므로 경기를 자신들의 뜻대로 운용할 수 있다. 특히 상대 진영에서의 볼 점유율을 더 많이 가져가는 팀은 경기에서 대개 승리했고 이는 각종 축구 통계에서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축구계에서 강팀이 되려면 빌드업을 적절히 활용하여 볼 점유 시간을 늘려 경기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3.4. 체력 소모 관리
후방 빌드업을 거치지 않고 전방을 향해 길게 찬다면 공격수와 미드필더,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간격이 멀어지게 된다. 그러면 미드필더는 멀리 있는 공격수를 지원하기 위하여 먼 거리를 이동해야하고 수비수 또한 미드필더와 간격을 좁히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한다. 게다가 후방 빌드업을 거치지 않은 롱볼을 우리 팀 공격수가 따내지 못하면 다시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데 진짜 미드필더와 수비수(특히 중앙 미드필더와 풀백)은 왔다갔다 하느라 죽어난다.
빌드업 패턴 없이 축구를 하면 뛰어야 하는 거리 자체도 길어지지만, 스프린트 횟수도 늘어난다. 같은 거리를 뛰어도 스프린트의 비중이 높을 때의 체력 소모가 가벼운 조깅의 비중이 높을 때의 체력소모보다 훨씬 크다. 깡 역습, 텐백으로 강팀을 한번쯤 잡을 수는 있지만, 토너먼트나 리그 단계에서는 체력소모로 점점 한계가 오게 되므로 효율적인 빌드업 패턴을 장착하는게 강팀의 기본이다.
4. 포지션에 따른 빌드업 유형
4.1. 수비수
오늘날에는 압박 전술이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축구계에서 압박이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선수들은 자기 자리에서 잘 벗어나지 않았고 수비수는 수비만 하고 공격수는 공격만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래서 수비수들은 대개 공을 몰고 자기 진영을 벗어나기 보다는 공을 걷어내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리누스 미헬스의 '토탈 풋볼'과 아리고 사키의 압박 전술이 축구계에서 '법칙'으로 통용화되면서, 이제는 수비수들이 공격 전개에 가담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수비수들은 상대의 공격을 끊어 실점을 최소화하는 기본 임무 외에도 빌드업을 통해 자기 팀의 공격 전개에 한몫을 다해야 한다. 그들은 아군이 공격을 개시할 때 공을 몰고 전방으로 드리블하거나 공을 전방의 팀 동료에게 정확하게 패스해 상대 선수들이 자기 자리로 복귀하기 전에 공격을 마무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측면 수비수(풀백, 윙백)는 특히 공격 전개에서의 임무가 막중하다. 훌륭한 측면 수비수는 상대가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거나 측면에서 골문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는 것 외에도 공격 시 상대의 진영으로 깊숙이 침투하여(오버래핑) 크로스를 올리는 등 공격 전개에 한몫을 해야 한다. 중앙의 플레이어는 주변에 팀원만 있다면 패스를 전후좌우 어느 곳으로도 할 수 있지만, 풀백은 패스할 곳이 전방 아니면 중앙 둘뿐이다.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턴오버 확률도 늘어난다. 그만큼 공격전개에 있어 풀백의 역할은 사이드 한쪽을 완전히 뺏고 뺏느냐의 싸움이 되어 현시대 축구의 가장 중요한 공간싸움 전쟁터가 되고, 역대 축구계를 호령한 팀들은 대부분 이러한 능력이 탁월한 측면 수비수를 보유해왔으며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좋은 빌드업 능력을 가진 수비수로서 평가받기 위해서는 최전방에서부터 달려드는 압박을 피하며 질 좋은 전진패스를 넣아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의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바이탈존)에 위치한 우리팀 2선 자원이나 공격수에게 정확한 세기와 방향으로 패스를 넣어줄 수 있다거나 전방의 공격수에게 침투 패스, 멀리 위치한 양 윙어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할 수 있다면 빌드업 능력이 매우 좋은 수비수이다.
4.2. 미드필더
미드필더는 전방의 공격수와 후방의 수비수 사이에 위치하면서 수비수로부터 공을 전달받은 후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선수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기본적으로 빌드업 능력을 갖춰야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미드필더 중에서 특히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은 선수가 빌드업을 주도했다. 이들은 공격수 바로 뒤에 위치하면서 빌드업 과정의 중심이 되어줬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이들을 막기 위해 수비수들과 중원의 미드필더들이 간격을 좁게 유지한다. 그 결과 플레이메이커들은 이 좁은 공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공격 전개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일쑤였다. 이에 압박에서 좀더 자유로운 후방(딥라잉)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는 유형이 등장했고 이들이 후방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면서 빌드업 작업 또한 과거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로 이뤄지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이러한 빌드업 과정이 한 두 사람에 의해 주도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상대팀이 공격 전개 자체를 훼방놓기 위해 특별히 플레이메이커를 전담 마크하는 선수를 선정해 이 임무를 맡겨 움직임 및 패스워크 자체를 봉쇄해버리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박지성과 피를로이다. 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상대팀 AC 밀란의 패스 줄기를 담당하던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에게 박지성을 붙여놨다. 피를로가 박지성의 대인마크로 경기장에서 지워지자, 밀란의 플레이 자체가 통째로 무너져버렸다.[6] 그러므로 오늘날 미드필더들은 한 두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모든 미드필더들이 빌드업에서 자기 몫을 다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한국 축구는 꽤나 오랫동안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위주의 빌드업 전략을 짰고 지금도 어느정도는 진행형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 축구의 전술적 영향을 준 독일식 리베로 시스템의 영향은 물론, 전체적으로 수비수들의 볼 컨트롤 및 탈압박, 패싱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라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의 활동량과 패싱에 빌드업을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이러한 한국 대표팀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선수가 이제는 대표팀을 은퇴한 홍명보와 기성용이었다. 이는 기성용 은퇴 후 벤투호에서 수비진으로부터의 후방빌드업 체계가 정립되고 나서야 어느정도 해결된다.
4.3. 공격수
과거 공격수들은 단지 전방에 박혀 있다가 공이 전달되면 골을 넣을 뿐 그외에 별다른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압박 전술이 보편화되면서, 전방에 박혀 있기만 할 경우 공이 압박에 의해 전달되질 못해 전방에서 고립되어 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공격수들은 과거와는 달리 전방에서 골만 노리지 않고 빌드업 과정에 가담하고자 중원 또는 측면으로 향해 공격 전개에 한몫을 보탠다.
또한 과거에는 공격수들이 골 에어라인에서 주로 활동했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에는 에어라인 뿐만 아니라 측면에서 골문으로 치고 들어가는 공격수도 등장했으며 심지어 공격수인데 미드필더처럼 경기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팀 동료들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는, 이른바 '가짜 9번'(폴스 나인)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오늘날 축구계에서는 이 공격수들에게도 수비가담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주문한다. 즉, 전방에 가만히 있지 말고 공을 가지고 있는 상대 수비수를 향해 전방 압박해 그들에게 부담을 주고 상대가 공격 전개를 할 때 후방으로 내려가 아군의 수비를 도울 것을 지시한다. 이런 요구를 잘 만족시켜주는 대표적인 공격수가 호베르투 피르미누, 앙투안 그리즈만, 해리 케인. 천하의 메시나 호날두도 수비 가담은 부족하다.[7][8] 이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데 결국 수비라는 것은 그 특유의 재능보다도 훈련 그리고 시쳇말로 쪽수가 많아야 잘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야말로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들은 '만능'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는데 이런 선수가 많을리 없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정통 스트라이커들이 자리를 못잡고 비난받는 경우가 잦으며 쓸만한 공격수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9][10]
4.4. 골키퍼
현대축구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수비수들의 빌드업을 넘어서 심지어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마저 현대 축구에서 빌드업 작업에 한 몫을 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그저 얌전히 골문에 자리잡다가 상대 공격수의 슈팅을 막아내기만 했던 골키퍼들은 이젠 상대방이 뒷공간을 파고들때 재빨리 달려들어 공을 걷어낼 뿐만 아니라[11] 공을 전방의 동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거나 아예 공을 가지고 전방[12]으로 드리블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하는 경우, 골키퍼에서 공격수가 압박을 가하는 순간 공격에 있어서만큼은 아군이 적군에 비해 수적우위를 무조건적으로 점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공격수를 마크하러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일단 공격수의 압박이 매우 낮은 확률이겠지만 성공하는 순간 골문은 텅텅 비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골키퍼들을 '스위퍼 키퍼'라고 지칭하며, 이 유형으로서 가장 유명한 골키퍼는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다. 한국에서는 김병지와 이용발, 정성룡을 꼽을 수 있다. 각각 전진수비와 빠르고 정확한 킥으로 유명했다. 안타깝게도 과거엔 골키퍼가 공을 가지고 전방으로 드리블 시도하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봤고 골키퍼의 킥이 가지는 가치도 낮게 평가받았기 때문에 저평가되었다. 골키퍼의 발밑 기술이 좋지 않은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는데 노이어니까 하는거지 다른 팀들은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5. 위험성
빅 리그에서 뛰거나 국가대표 선수라 하더라도 패스를 받자마자 퍼스트 터치 후 팀 동료에게 바로 정확히 패스줄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반드시 공을 잡은 후 자세변환을 하거나 공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데 몇 초 정도 딜레이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사방에서 공격수들이 사정없이 달려와 압박하면 팀 동료에게 부정확한 패스를 하거나 실수하게 되는데 이 때 수비수의 실수가 곧 실점으로 직행할 수 있다.
5.1. 후방에서의 과도한 빌드업
빌드업은 현대 축구의 기본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빌드업을 과도하게 의식하여 자기 진영에서 백패스를 일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빌드업을 한답시고 자기 진영에서 공을 주고받기만 한다면, 상대는 이미 수비 진형을 갖추게 되어 공격 전개를 방해하게 되며 이런 상황에서 골이 터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것이 점유율을 중시하는 축구의 가장 큰 맹점인데, 점유율을 더 많이 가져가겠답시고 자기들끼리 패스를 주고받고 백패스를 남발한다면 수치상으론 점유율을 훨씬 많이 가져가겠지만 공격 전개에 있어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2015-16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루이 판 할은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안정적인 공격 전개를 추구하고자 백패스 비율을 대폭 늘려 점유율을 상대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그러나 그 결과 맨유는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악평을 받았을 뿐더러 성적 면에서도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측면으로 볼이 향하면서 수비진이 움직일 때 생기는 공간을 공략하기 위해 양쪽 측면으로 볼을 돌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소위 말하는 U자 빌드업이 벌어진다. 측면을 제때 공략하거나, 측면과 중앙 사이 하프 스페이스로 전진, 침투해서 공략할 경우엔 효과적으로도 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오히려 상대팀에게 압박해달라고 템포를 늦추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이런 비효율적인 U자 빌드업은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선수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실수가 나오거나 볼을 뺏길 확률이 늘어나 역습으로 실점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도 국제대회에서 유독 이 현상이 심한 편. 두 팀 모두 자국 축구팬들의 기호 등과 맞물려 이른바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인데, 한국은 과거 오랫동안 이 역할을 홍명보가 맡았고, 일본도 나카타 히데토시나 엔도 야스히토 같은 선수가 있었다. 때문에 항상 예쁜 축구에 대한 갈망이 있는 두 나라는 국제대회에 나서면서 조금만 주변 상황이 안정되면 후방 빌드업 때부터 안정적이고 예쁜 게임을 만들려고 하다가 공격이 정체되거나 턴오버로 역습맞고 수비 붕괴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게 안되는 이유는 양 국이 각자 다른데, 한국은 볼 키핑과 탈압박, 패스 연계 능력 기술적, 전술적 한계가 유독 허리 아래로 내려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고,[13] 일본은 수비수들조차 취약한 피지컬 때문에 후방에서 볼관리가 되다가도 조금만 올라가면 상대의 압박에 밀려나서 피치를 효과적으로 좁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빌드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를 압박해 공간을 좁혀서 가둬놓고 안정적으로 공격해 더 많은, 더 위협적인 득점찬스를 만들기 위해서인데, 공통적으로 국제 경쟁력이 부족한 부분이다.
특히 한국 축구는 수십 년간 아시아권에서 검증된 탑 독임에도 불구하고, 후방이 불안하고 상대의 텐백, 철퇴 뻥축구에 죽을 쑤는 약점이 너무 고질적이라 이란, 호주 등 아시아(+오세아니아) 축구 상위권 대표팀들조차 딴 팀 상대로 맞불을 놓다가도 한국만 만나면 계획적으로 철퇴 축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약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때문에 무승부 할 거 아닌 딴에야 이기기 위해 텐백이나 뻥축구를 한국이 먼저 시도할 수도 없고, 그렇게 상대가 먼저 잠궈서 그걸 못 뚫고 무재배를 당하거나 심지어 지기라도 하면 이후 승점 획득 및 예선 진행이 아주 어려워진다.
따라서 한국은 월드컵 본선때 유럽, 남미 강호들을 상대로 언더독 늪 축구 운영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시아 예선에선 이를 안정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승점 확보+골득실 획득 때문에라도 탑독 닥공 축구라는 정반대 전략도 쓴다. 즉, 아시아 예선 초중반까지의 약체팀들을 상대로 글로벌 수준엔 미치지 못하는 조악한 빌드업이라도 해 양민학살식 탑독 상황을 안정적으로 굴리면서 웅크린 상대를 힘으로든 기술적으로든 뚫어내야 한다. 이때 확실하게 대승 못하면 1골차 때문에 경우의 수가 돌아갈 수 있으니까. 때문에 한국은 아시아 예선에서 이란, 호주, 일본 같은 강팀용 베스트 11이 아닌, 하위권 양학에 강한 이른바 아시아 예선용 선수나 경기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라기보단 그 피해자로는 최용수 같은 케이스가 있다.
이런 인지부조화는 국가대표의 선수층 불균형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경우 공 좀 창의적이고 예쁘게 찬다 싶은 선수는 무조건 홍명보나 기성용처럼 3선 중앙부터 시켜보고 안되면 윙어로 보내는 식으로 포지션별 유망주 육성이 이루어지곤 한다. 그러다보니 양 풀백의 볼간수 능력이 심각하게 안 될 정도로 선수육성이 극히 취약한 특징이 있다. 2002년 월드컵때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풀백 듀오인 이영표-송종국의 반짝 성공 이후 지금까지도 월드컵 본선에 내보낼만한 제대로 된 국대급 풀백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아시아 3차, 최종예선급 팀이나 유럽, 남미 중상위권 팀들과 경기를 하다보면 중앙에서 강한 압박으로 볼 유지가 안될 때 고구마 100개는 먹은 듯한 답답한 경기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반면 일본은 공 좀 창의적이고 예쁘게 찬다 싶은 선수를 3선 중앙부터 보내는 건 똑같은데 안되면 뒤로 간다. 그래서 수준급의 풀백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유럽 축구판에 수출도 자주 성공하는 편이다. 반면 윙어 위로부터는 항상 피지컬 약점부터 드러내면서 이른바 애무축구(...)라 불리는 일본식 고구마 100개 먹고 온 축구의 시발점을 자초한다는 의견도 있다.
5.2. 전방 압박의 위협
전방 압박이 보편화된 현대 축구에서, 어설픈 빌드업은 오히려 화를 야기한다. 패스 정확도가 좋지 않은 팀의 경우, 빌드업을 한답시고 위험지역에서 공을 주고받다가 그만 패스 미스로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겨 실점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빌드업은 팀 동료를 이용하는 것이니만큼 서로간의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안될 경우 그냥 위험지역에서 공을 걷어내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3-14 시즌의 리버풀을 들 수 있다. 당시 리버풀은 라힘 스털링 - 루이스 수아레스 - 다니엘 스터리지 등 SSS라인의 대활약으로 EPL 역사에 길이남을 파괴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정작 수비진은 빌드업 과정에서 잦은 실책을 범해 많은 실점을 허용했고 그 결과 리버풀은 리그 우승을 실패했다.
그리고 2017-2018 프리미어리그 23R에서 빌드업의 대가 펩시티가 후반전 리버풀의 엄청난 전방 압박에[14] 정신 못차리고 2분 만에 두 골을, 그리고 7분 후에는 또 실점을 하며 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고 수준의 빌드업 전술도 최고 수준의 전방 압박 전술에는 무력하다 못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벤투호 이전까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가장 심각한 약점으로 지적되는 문제였다. 전방에 나가있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지 않아서 줄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 설상가상으로 수비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보니 전방 압박을 잘하는 팀을 상대로 허둥지둥하다가 위기를 쉽게 허용한다.[15]
5.3. 빌드업의 단순화
빌드업은 상당히 복잡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을 이해하지 못해 단순화될 경우, 상대팀은 그들의 공격 패턴을 알아채고 이를 효과적으로 봉쇄해버리게 되고 그 결과 공격 전개는 답이 없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3-14 시즌 맨유를 들 수 있다. 당시 데이비드 모예스 휘하의 맨유 선수진은 공격 전개 시 반드시 측면 선수에게 공을 전달하고 측면 선수가 공을 몰고 가다가 크로스를 올려 골을 노리는 방식으로 일관했다. 그러다보니 맨유의 공격 전개는 횡패스로 일관되었고 상대 선수들은 맨유의 이같은 단순한 공격 패턴을 금방 간파하고 봉쇄해 버렸다. 그 결과 맨유는 7위라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말았고 모예스는 불명예스럽게 경질되고 말았다. 그리고 2021년 현 시점에서 빌드업 체계가 단순화되고, 그 빌드업 체계가 상대에게 읽혀버리면서 특정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형태의 축구를 계속 구사하다가 추락하고 있는 감독이 다름아닌 주제 무리뉴. 첼시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토트넘 홋스퍼 FC를 거치면서도 첼시 1기 시절의 그 빌드업 체계를 계속해서 고수하다가 이 패턴이 간파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커리어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5.4. 빌드업의 유인
상대가 전술로 이 플레이를 유인할 경우, 당연히 빌드업은 간단히 파훼되어 버린다. 이러는 데도 빌드업으로 이길 수 있다면 그냥 빌드업을 하는 팀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이다.[16]
6. 오해
축구 팬들이 빌드업에 대해 가장 흔하게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짧은 패스를 여러번 빠르게 사용하는 티키타카 전술 = 빌드업이라는 것이다. 이런 착각은 축구 전문가 및 전직 선수들조차도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위 항목 및 내용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빌드업은 골을 넣기 위한 기본적인 사전 작업들에 불과할 뿐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인 정우영이 박문성의 유투브에 출연하여 빌드업은 건설로 비유하면 기초공사에 불과할 뿐이라고 발언한 바 있는데, 이 발언이 빌드업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다. 빌드업은 전진해있는 아군 선수를 향한 패스, 드리블을 통한 공 운반 및 돌파, 동료와 패스로 탈압박 등 상대 골문으로 접근하기 위한 과정 모두를 뜻하며, 특정한 전략 및 전술 하나만을 칭하는 단어가 절대로 아니다.
빌드업에 대해 잘못된 지식을 가진 축구 팬들 및 전문가들이 흔히 뻥축구라 칭하는 롱패스를 활용하여 빠른 공격 전개를 펼치는 롱볼 전술 및 역습축구를 빌드업의 반대되는 전술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뻥축구도 빌드업의 옵션 중 하나이며, 마찬가지로 빌드업이 잘 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전술이다. 정확한 패스, 빠르게 전진하여 진영을 짜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있어야 롱 볼 전술 및 역습이 성공할 확률이 크게 늘어나며, 진정한 강팀은 수동적으로 앉아 있지만 말고 팀 단위의 효율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 템포를 끊어내서 능동적으로 역습 찬스를 만들어 낸다. 티키타카와의 차이는 그저 선수들의 간격 유지와 진영, 그리고 패스의 길이 뿐이다.
7. 비유적 표현
어떤 글이나 사건에서 갑자기 뜬금없거나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보여서 독자를 당황시킬 경우, 반전 직전까지의 복선 및 떡밥 부분을 '빌드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부분을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뒷부분의 반전(큰그림)으로 인해 앞부분이 빌드업으로 탈바꿈하고, 독자는 앞 뒤 모두 일종의 '퇴로'를 '차단'[17]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쓰여진 듯.
비유적 표현이라 실제 축구의 빌드업과 정확히 일치하는 용어는 아니다.
외국에서는 이 표현이 한국에서 유행하기 전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유래된 용어가 존재한다. 빌드업은 셋업(set-up), 빅 픽처는 펀치라인.
예를 들어서 정떡 빌드업이라고 하면 정치 떡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논지 전개 과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