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홍 장편 역사 동화 『대숲의 임금님 귀』
(고래책빵, 127쪽, 2022.3.14. 발간)
1. 〚창작 배경〛
이 작품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다.
2005년 제1회 전국창작희곡공모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 부산의 극단 시나위에 의해 제작되어 부산연극제에 참가하여 최우수 작품상과 희곡상, 연출상을 수상하고, 그 해 6월에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전국연극제에 부산광역시 대표로 참가하여 단체 부분 은상과 개인상으로 희곡상을 수상했다. 그 후에 이 작품은 다시 단편소설 「귀」로 변형되어 부산소설가협회에서 발간하는 『좋은 소설』에 발표되었다. 그러다가 2022년 3월에 초등학교 고학년을 상대로 한 장편 역사동화 『대숲의 임금님 귀』로 재 탄생하게 되었다. 희곡에서 단편소설로, 그리고 다시 어린이를 위한 장편 역사동화로 변모되면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
희곡과 소설은 독자 대상이 일반 성인이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를 ‘언론 표현의 자유’로 설정하여 어떤 폭압적인 정치 권력이라도 인간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욕구를 막을 수 없다는 주제로 설정했지만,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본 작품에서는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임금, 대통령)는 백성(국민)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되고, 언제나 귀를 크게 열고 백성의 아픔과 소망, 그리고 근심 걱정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주제로 바꾸어 설정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2. 〚작품의 줄거리〛
이 작품은 신라 후기 경문왕 치세 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서라벌에 “임금님 귀는 크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도림사 대숲 아래 오두막에 살고 있는 가실의 할아버지는 서라벌의 이름난 복두장이로 임금님께 불려가 복두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소문과 달리 임금님의 귀는 크지 않는 보통 사람의 귀였다. 임금을 보좌하는 범교사와 금군대장의 계략에 의해 귀가 크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임금 역시 자신의 귀가 큰 것으로 믿고 있었다.
궁궐에서 나오니 이번에는 “임금님의 귀는 크지 않다”고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범교사 일행은 할아버지와 가실이 그 소문을 퍼트린 것으로 알고, 가실의 어머니를 인질로 삼아 “임금님의 귀는 크다”라는 소문으로 바로 잡으라고 윽박지른다. 가실은 이웃마을 친구인 명덕이 패거리와 함께 소문을 바로 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범교사 일당이 가실의 어머니를 인질로 잡아둔 것이 탄로 나게 된다. 그러나 강직한 할아버지는 이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다가, 결국은 가족을 먼저 피신시킨 뒤 자신은 범교사 일행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경문왕이 승하하고 그의 아들이 헌강왕으로 즉위한다. 헌강왕은 범교사 일행의 모략을 알게 되고 이들을 처벌한다. 그리고 가실의 집으로 행차하여 가실을 업은 채 용기를 치하하고 마을 잔치를 베풀어 준다. 가실은 도림사 대숲을 찾아가 경문왕과 할아버지의 혼령이 서로 손을 맞잡은 채 대숲을 거니는 평화로운 광경을 목격한다.
나라를 이끌고 다스리는 지도자에게 이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3. 〚작품의 주제〛
모름지기 지도자(임금, 대통령)는 귀를 크게 열고 백성(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백성들의 아픔과 고통, 간절한 소망을 항상 귀를 크게 열고 들어야 한다.
4. 〚작가의 말〛
임금은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 작품은 지금부터 7백여 년 전인 고려 충렬왕 때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신라 경문왕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임금 자리에 오른 뒤에 귀가 나귀의 귀처럼 커진 경문왕의 비밀을 복두장이가 대밭을 향해 외치자, 그 뒤부터 바람이 불면 대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설화를 그대로 따르면 이야기가 재미없을 것 같아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임금님 귀는 보통 사람들 귀와 똑같은데 일부러 크다고 소문낸 것은 아닐까?”라는 공상을 하게 되자, 이야기의 실마리가 술술 풀리며 엎치락뒤치락 재미있는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옛날의 임금님은 오늘날의 대통령과 같습니다. 임금님은 항상 귀를 크게 열고 백성들의 아픔이나 고통, 그리고 걱정 근심을 새겨들어 바른 정치를 펴야 합니다. 오늘날 나라의 지도자들도 국민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사는데 큰 뜻을 세워야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복두장이의 손녀인 가실이는, 백성들의 아픈 마음을 듣고자 하는 임금의 간절한 마음이 귀를 커지게 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실이는 “좋은 나라님이라면 백성들이 언제나 걱정 없이 배불리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야지요. 그게 바로 훌륭한 임금님이지요.”라고, 경문왕의 아들인 헌강왕에게 당돌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성인인 중국의 공자님도 백성들의 신뢰를 받는 임금을 가장 으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임금은 항상 백성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자신은 낮춰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어린이 여러분들도 만 18세가 되면 스스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복두장이와 그의 손녀 가실이의 생각과 마음에 귀 기울여, 좋은 나라님을 뽑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꿈이 제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여러분이 행복한 나라가 곧 좋은 나라입니다.
2022년 새봄을 맞으며
김 문 홍
5. 〚작품의 주제를 은유하는 본문 인용〛
① pp. 37-38
여민이 다시 몸을 낮추며 걸어 다니는 시늉을 했다. 두 귀의 육중
한 무게가 온몸을 땅 쪽으로 잡아당기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보였다. 가실은 다시 여민의 손을 잡아 바위 위에 앉히며 진지하
게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 임금님의 귀가 왜 큰 걸까?”
“아, 참 맞아!”
“뭐가 맞아? 어서 말 안 해?”
“가실아 한 번 생각해 봐. 귀가 크면 뭐가 좋겠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소릴 잘 듣지 않을까?”
“그래, 바로 그거야. 좋은 소리든 싫은 소리든 뭐라도 잘 들을 거
아냐?”
“응, 그럴 것 같아.”
“임금님께서 귀가 크면 뭐가 좋겠니?”
“그야 뭐, 백성들의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겠지.”
그 소리를 듣자 여민이 손뼉을 쳐 주었다. 가실이의 생각이 백번
옳다는 뜻이었다. 가실은 여민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했다.
여민이 두 손을 입에 모으며 서라벌 궁궐이 있는 쪽을 향해 소리
쳤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임금님, 임금님, 우리 임금님. 좋은 소리 쓴
소리 많이 들어서 좋으시겠어요!”
가실이도 벌떡 일어서며 여민의 흉내를 내었다.
“임금님, 귀가 크면 복두로 가리면 되잖아요?”
둘은 서라벌 쪽 하늘을 한참 바라보았다.
② pp. 51-55
범교사가 하룻밤 묵을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아리따운 궁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비단 요 위에 이불을 개켜 놓고 나갔다.
범교사가 엉거주춤 서 있는 할아버지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말했다.
“네 눈엔 우리 임금님 귀가 어떻게 보이더냐?”
“……?”
“소문대로 커 보이더냐, 아니면 작아 보이더냐?”
“네, 소문과는 다르게 크지 않았습니다.”
범교사의 얼굴이 가볍게 꿈틀거렸다. 잠시 말문을 닫고 생각에 잠기던 범교사가 할아버지를 보고 불쑥 물었다.
“아니지, 그게 아니지!”
갑자기 범교사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크게 소리쳤다. 할아버지와 가실은 영문을 모른 채 범교사의 눈치만 살폈다. 소리에 놀라 문 바깥에 서 있던 금군대장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범교사가 가까이 걸어와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이보게, 복두장! 백성들의 바른 소리, 고통과 시름 걱정을 정확하게 들으려면 우리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처럼 커야 하지 않겠소? 금군대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많은 소릴 들으시려면 귀가 당연히 커야지요.”
금군대장은 말을 끝내고 나자 이번에는 가실에게 물었다.
“그렇지 않으냐?”
가실은 할아버지를 흘낏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입술을 굳게 앙다물고 있었다. 한 번 다짐한 생각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게 할아버지의 고집이었다.
가실은 할아버지의 꿋꿋한 생각에 용기를 얻어 서슴없이 말했다.
“임금님 귀는 보통 사람들과 똑같았습니다.”
“너, 이놈! 우리가 크다고 하면 커야 하는 게다. 알겠느냐?”
“아닙니다. 우리 임금님 귀는 여느 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어허, 이제 보니 네가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나.”
“큰 걸 크다고 해야지 크지 않은 걸 어찌 크다고 하겠습니까?”
“너, 이놈! 우리가 크다고 하면 큰 것이다. 알겠느냐?”
“……”
“왜 대답이 없느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가실 편을 들었다.
“나리! 이 아이 말이 맞습니다.”
“뭐라고? 이제 보니 너희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나리! 큰 걸 크다고 해야지 어찌 작은 걸 크다고 하겠습니까?”
금군대장이 칼을 뽑아 들었다. 칼날이 불빛을 받아 무섭게 번쩍였다. 할아버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고개를 빳빳하게 바로 세웠다.
범교사가 눈짓을 했다. 금군대장이 손가락으로 예리한 칼끝을 만지작거리다가 마지못한 듯 칼집에 집어넣었다.
범교사가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꼭 새겨들어야 한다. 앞으로 어느 누가 임금님 귀가 어떠냐고 물으면, 그땐 두말없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크다고 말해야 한다. 알아들었느냐?”
“……?”
“그래도 이놈들이! 새겨들었느냐 지금 묻고 있지 않느냐?”
“왜 그래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 까닭이 뭔지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다. 그저 누가 물으면 크다고만 하면 된다.”
대답을 망설이자 금군대장이 칼집을 우악스럽게 움켜잡으며 말했다.
“섣불리 입을 잘못 놀렸다간 너희 가족들 목숨이 위험할 것이다.”
범교사가 마지막으로 힘을 주어 말했다.
“알아들었느냐?”
“네, 명심하겠습니다.”
“하, 하, 하! 진즉 그렇게 나올 일이지.”
범교사와 금군대장은 몇 마디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범교사가 할아버지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두었다.
“내일 아침, 임금님이 다시 너희들을 불러 당신의 귀가 큰가 작은
가 물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느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크다고 말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금군대장이 가실에게 불쑥 물었다.
“그럼 넌?”
“임금님 귀는 크다고 하겠습니다.”
범교사와 금군대장은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범교사가 두 사람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너희 두 사람은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금군대장이 그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우리말을 잘 들으면 너희들 집이 흥할 것이고, 따르지 않을 땐 누구도 목숨이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범교사와 금군대장이 돌아갔다.
③ pp. 66-68
할아버지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범교사를 노려보았다. 매서운 눈빛에 다소 주눅이 들었는지 범교사가 잠시 주춤했다. 할아버지가 낮지만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허, 허… 이놈이 이제 오리발을 내미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임금님의 귀가 크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그 소문을 낸 게 바로 너희들이었구나?”
“네, 저희들이요? 맹세코 말하는데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런 적이 없다?”
“네, 하늘과 땅에 두고 맹세합니다.”
가실은 범교사 일행이 느닷없이 집에 들이닥친 까닭을 알았다. 그들은 임금님의 귀가 크지 않다는 소문이 그들 두 사람 입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범교사 나리. 궁궐에서 나온 뒤로 저희들은 입 하나 뻥긋 안 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났을까?”
“할아버지와 저도 지금 그 까닭을 알 수 없어 답답합니다.”
“임금님의 귀를 본 건 너희 둘밖에 없는데도?”
할아버지와 가실은 번갈아 가면서 자신들과 그 소문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를 보다 못해 할머니와 어머니까지 나섰다.
“두 사람이 궁궐에서 나오기 전부터 그런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서라벌 시전에서도 그런 소문이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범교사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두 사람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빌었다. 범교사가 금군대장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한 뒤 말했다.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는 이 집 며느리를 인질로 잡아가겠다. 소문이 그 이전으로 바로 잡힐 때까지 궁궐에서 보호하고 있겠다.”
④ pp. 94-95
“네, 그러하옵니다. 마마께옵선 다른 건 다 몰라도 백성들에 대한 믿음은 저버리지 않으셔야 합니다. 그게 지도자의 도리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실은 임금님 앞에서 지도자의 길에 대해 떳떳하게 말하는 할아버지의 용기가 부러웠다. 임금님은 노여워하지 않은 채 말을 듣고 있었다.
다시 또 침묵이 계속되었다. 모두들 또 저마다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듯했다. 임금은 지도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 것 같았다. 가실은 할아버지가 임금께 함부로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러면서 한동안 두 사람의 표정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임금이 무슨 결심이 선 듯 말문을 열었다.
“과인이 백성들의 믿음을 저버렸기에 귀가 작아진 것이로구나?”
“네,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과인이 어떻게 해야겠느냐?”
“감히 주제넘지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자공이 정치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믿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자공이 ‘부득이하여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버립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군비를 버린다’라고 하셨습니다. 자공이 ‘부득이하여 또 한 가지를 버린다면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버립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식량을 버린다. 옛날부터 백성들이 믿지 않으면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가실은 그동안 많은 책을 읽은 할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⑤ pp. 121-124
임금이 오두막 앞으로 걸어가자 가실의 가족들은 돗자리를 깔고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임금이 가실을 바라보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 네가 바로 복두장 할아범과 단짝인 가실이라는 아이구나.”
가실은 임금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임금님께 인사를 드렸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아픕니다.”
가실이 옷소매로 눈시울을 훔치자, 그 뒤에 앉아 있던 가족들도 눈시울을 훔쳤다. 할머니는 그만 소리 내어 울기까지 했다.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마을 사람들도 훌쩍였다.
임금이 마을 사람들을 휘둘러보며 말했다.
“오늘 과인은 이곳 백성들을 위해 큰 잔치를 베풀 것이니라. 그러니 오늘 하루만큼은
배불리 먹고 즐기도록 하라.”
가실이 무릎걸음으로 앞으로 나서며 당돌하게 말했다.
“마마! 좋은 나라님이라면 백성들이 언제나 걱정 없이 배불리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야지요. 그게 바로 훌륭한 임금님이지요.”
임금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모두들 임금의 입에서 무슨 벼락이 떨어질까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갑자기 임금이 활짝 웃으며 무릎을 탁 쳤다.
“옳고 옳은지고! 그래 네 말이 옳다.”
임금의 그 말에 마을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내질렀다. 임금이 갑자기 가실 곁으로 걸어왔다. 허리를 숙이며 가실에게 등에 업히라고 했다. 가실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 사이에 임금이 냉큼 가실을 훌쩍 업고 허리를 폈다. 가실은 안절부절못했다.
“마마!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안 되긴 뭐가 안 된다는 거냐?”
“지체 높으신 마마께서 천한 백성을 둘러업다니… 어서 내려 주시옵소서.”
“허허, 가만 있거라. 과인이 누구 때문에 이 자리에 머물고 있겠느냐? 백성이 없다면 과인의 자리가 무슨 소용 있겠느냐. 백성이 곧 하늘이니라.”
마을 사람들은 흥겨움에 취해 하루해를 보냈다. 임금 행차도 서라벌 궁궐로 떠났다.
6. 〚저자 약력〛
글 김문홍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으며, 초등학교 교사로 30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1976년에 소설, 동화, 동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와 한국동화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부산시문화상 등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문학박사로 부산공연사연구소 소장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는 『머나먼 나라』 등 동화집 25권을 비롯하여 소설집, 희곡집, 연극평론집과 영화평론집 등 40여 권이 있습니다.
그림 어수현
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현재는 시골에서 텃밭과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선물 할 수 있어 행복한 마음으로 작품활동에 임합니다.
그린 책으로는 『비 오는 날』, 『난 여기 앉을래』, 『짝궁둥이 삐리, 조선 최초의 신부를 만나다』, 『붉은 방』 등이 있습니다.
저자 김문홍 연락처 : 010-5508-4431
이메일 : seawind1976@hanmail.net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