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끼라(黑澤明) 감독의
"산다"
김광한 글
아주 오래전, 제가 한참 영화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본 일본 영화입니다. 흑택명(우리말)감독은 일본뿐만아니라 세계적인 감독으로 유명하지요. 그분이 감독한 영화로는 라생문(아꾸다가와 류노스께 원작)이 있습니다.1952년에 제작이 된 영화인데 영화평론가들 가운데 이것을 영화사상 가장 걸작이라는 의견이 있어요.그리고 <산다>라는 영화가 있어요.이 영화는 암에 걸려 이제 살날이 반년밖에 되지 않는 어느 노인이 그 남은 날들을 유익하게 보내려고 노력한다는 감동적인 줄거리로 이어져있습니다.
그 노인은 읍사무소의 말단 공무원이었지만 마침내 퇴직하고 보니 자기가 이제까지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정작 해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할 목숨이지만 적어도 인생의 의미정도는 찾아보리라 마음먹고 쇠약해진 몸을 채찍질해서 마지막 반년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바칠 것을 다짐합니다. 그 읍에서는 이전부터 어린이 공원을 만들 계획을 미루어 오고 잇었습니다. 그는 엄격히 법대로만 처리하는 옛 동료들을 찾아 다니면서 설득한 끝에 마참내 이 계획을 실현합니다.
딱딱하고 규격적인 생활을 오래 해온 이 노인은 생애의 마지막 반년동안 성심껏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선가가 되었던 것이지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어린이들의 낙원인 그네를 타고 천천히 흔들리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노인의 모습이 부각이 됩니다. 노인은 그 자세로 죽어갑니다.사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生老病死 諸行無常
諸法無我 涅槃寂靜
생노병사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
그래요. 우리의 삶이 시간으로 보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요.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직업, 높고 낮은 모든 것 역시 임시직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 직업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지요. 모든 것이 생계를 위한 수단인데 그것이 마치 큰 목적성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다가 그만둘 때쯤 내가 과연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하는 회의에 빠집니다.이윽고 노인이 되면 그저 모두 같은 용모와 행동거지가 비슷한 늙은이에 불과한 그럼 삶이 대부분인데 조금 깨달은 사람은 노인이 되기전에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시간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죽어서도 후회가 되지 않을 일들입니다.죽어 가져갈 것도 없는데 눈을 부릅뜨고 아파트 투기장에 쫓어다녀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함께 이 시대를 살면서 만났던 좋은 분들에게 그 나이가 적으면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을 양도할줄아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좋은 것같고,이 시대에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