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덕장
- 김평엽
내 푸른 지느러미는 이미 북해도에서 다 닳았노라
파랗게 빛 뿜던 내 눈의 필라멘트도 꺼지고 말았노라
바다엔 더 이상 내 뼈를 묻을 곳이 없어
그리하여 너희들의 손에 나를 맡기나니
공복의 내 오장육부를 너희가 가져가라
너희가 가스렌지에 불 붙이는 동안 내 스스로 할복하여
부질없는 알집과 내장 너희에게 선물하고
피곤한 몸 민물로 침례하여 난 하룻밤을 쉬련다
다음날 너희가 준비한 봉고차에 가벼운 육신 싣고 횡계 쯤에 가
대관령 칼바람도 내 스스로 받아들이겠다
너희에겐 목숨이 벗어놓은 허물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생살이 아프다
미리 준비한 덕대에 너희가 나를 매달은 뒤
기름보일러에 밤새 등을 지질 무렵
나는 시베리아의 칼바람으로 내 살을 채우련다
그러기를 골백번, 푸른 하늘 아래 서너 달 속죄하고
4월엔 너에 대해 들끓던 하얀 증오마저 툭툭 쳐낸 후
노란 꽃물 올려 황태 되려니 덕장조차 눈부시리라
그게 달 뜬 보름이면 얼마나 좋으랴
너희들이 죄 짓는 밤이면 또 얼마나 좋으랴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참 좋은 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