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사진은 상반기부터 국내 3대 사진행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동강국제사진제,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사진축제 등이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사진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동강국제사진제는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가 개편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서울사진축제는 각각 지역미술관으로 행사의 주관을 이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실제로 동강국제사진제는 새로운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신수진 기획자가 예술 감독으로 선임되어 지난 7월24일에 개막했다. 또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대구미술관으로 행사주관을 이관하는 것을 대구시가 검토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대사진영상학회가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반발했다. 그 결과 미술관으로 이관하려고 했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현재는 사단법인 대구사진비엔날레 정관을 수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행사도 관주도적인 행사에서 완전히 벗어 날 수 없을 것 같다. 서울사진축제는 일단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행사주관을 이관하는 것은 보류하고 전시감독으로 박영미 큐레이터를 선임하고 2015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사진은 2015년 현재 지난해에 비해서 주목 할 만 전시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토탈 미술관이 기획한 전시인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가 원로 사진가부터 젊은 사진가에 이르기까지 현재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주목 받았을 뿐이다.
이러한 침체 속에서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최민식 사진상이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진계의 권력문제가 이슈화되었다. 또한 주요 수상제도가 사진계 일부 세력에 의해서 나눠 먹기식 수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 동강국제사진제가 운영하는 동강사진상은 올해엔 중견사진가 정주하 작가가 수상함으로써 그러한 시각으로부터 벗어 날 수 없게 되었다. 이 상은 정주하 작가를 마지막으로 1950년대에 출생한 작가는 거의 대부분 수상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사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 세기와는 다르게 국제성을 표방한 대규모 사진행사가 많이 생겨남으로써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기획자와 작가의 선정이 큰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그런데 사진행사에 참여하는 기획자들 중 상당수는 참여 작가를 선정함에 있어서 주제나 행사 성격에 부합하는 작가를 전시에 참여 시키는 것이 아니라 친소관계나 이해관계에 의해서 작가를 선정함으로써 작가선정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기획자들이 권력의 중심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서 늘 대규모 사진전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원로사진가를 중심으로 특정한 계보가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7월24일에 개막한 동강국제사진제 같은 경우도 운영위원회를 개편하여 새롭게 분위기를 변화시켰다고 주관단체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시, 워크샵 등 행사 하나 하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작가나 워크샵에 참여한 발제자를 어떠한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메인 전시인 주제전에 참여한 국내 작가의 상당수가 주제에 적합한 작가를 선정한 것으로 판단되기 보다는 친소관계에 따른 선정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또 예년과 다르게 강의가 아닌 심포지엄형식으로 꾸며진 워크샵도 발제자 선정에서 일부 인사는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도 있었고, 어떠한 기준으로 발제자를 선정했는지 모르지만 발제내용이 빈약 했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이 행사에 참여한 방청객은 대부분 아마추어 사진가들이었는데 사진계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발제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 학회가 주관하는 세미나 혹은 심포지엄에서 다뤄야 할 주제들이었다.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하려고하는 초보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방청객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행사에 적합한 주제와 내용이었는지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 이러한 주제를 다루려고 했었다면 별도로 전문가들을 토론자로 초청하는 것이 타당했다.
실제로 일부 참석자는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었다. 논쟁의 당사자들은 제외하고서 진행한 이행사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진은 이미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지형에 큰 변화가 있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완성도 있는 사진이미지를 생산 하는 것이 전공자들만의 영역도 아니고 사진학과 출신만 사진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미술대학을 비롯한 타 대학을 졸업한 이들도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고 있다. 예술사진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사진작업을 하는 미술대학 출신 작가도 활동하고 있고 주목받는 작가 반열에 합류했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학제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 졌고 장르간의 구분도 의미가 없어진지도 오래되었다.
이러한 예술제도의 현실 속에서 한국사진의 일부 주체들은 여전히 스트레이트포토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표현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을 비롯한 모든 시각예술은 생산자의 의지 및 신념을 가장 중요시 하는 태도가 이미 오래부터 보편화되었다.
장르와 매체를 구분하고 매체의 순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는 지난 시대를 지배한 교조주의적인 사고의 산물 일뿐이다. 개별 작가들의 선택에 의해서 정해져야할 문제를 이데올로기화하는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한계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사진의 역사가 단절되는 것을 초래 할 뿐이다. 변화된 환경을 무시하고서 보수적이고 퇴행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의도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 받게 된다.
또 모든 공적인 사진행사가 좀 더 발전하고 성숙한 행사로 지속되려면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들은 행사참여에 배제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사진은 발전과 퇴행의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면 예술제도내에서 고립을 초래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