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민일보 : 2024년 6월 14일 금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긴 무덤
김영란
골로 간단 그 말뜻 이제야 알겠네
법적인 절차 없이
농담처럼 건넸던 말 등골이 오싹한 말 비명도 안 들리는 심심산천 골짜기에 시작도 끝도 모를 깊고 긴 구덩이, 관이 되고 무덤이 된 산내면 골령골, 등 밟고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대는, 두 다리를 들어 올려 구덩이로 구겨 넣는, 엎드린 채 돌아보는 마지막 눈빛들, 확인사살 총성 담긴 열여덟 장 사진들
반세기 지난 후에야 긴 시간의 문을 여네
♦ ㅡㅡㅡㅡㅡ 1950년 대전 산내 골령골의 학살사건현장을 목격한 소년은 이제 80세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미육군정보부 보고문에 첨부된 18장의 사진이 있었다. 비상상황이었다고는 하나 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보도연맹원들을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한 사건은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오랜 세월 눈과 귀를 닫아버린 사건이었다.
65년 전 기억을 묻는 기자에게 노인은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참혹했어. 만약 기자 양반이 그 광경을 보았다면 온정신으로 못 돌아다녔을 겨.”
15살 소년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은 충격을 준 그날은 1950년 7월 초, 무더운 여름이었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첫댓글 청도 팔조령을 넘으면 가창골이 있습니다. 거기도 1400여명 처형, 보도연맹원들 저의 삼촌은 동네에 갑자기 빨갱이가 들어와 총을 겨누며 양식을 달라해서 쌀 몇 되 주었어요. 그것이 빨갱이 도왔다는 죄로 끌려가 아마 가창골에서 학살 당했을 거예요.
그래서 진보성향인 사람을 좌빨 하는 것 정말 듣기 거북합니다. 슬픈 민족사 귀한 작품 즐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참으로 기막힌 역사입니다. 전쟁이나 논쟁이나 권력의 만행에 희생당하는 건 예전에도 지금도 선량한 서민들이죠.. 가슴아픈 사연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