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읽어온 주제다. [투모로우]가 04년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북대서양 해류의 변화로 시작하는걸 보면 이 문제를 상당히 빠른 시기에 고민해온지 알 수 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스크린 속에 있지 않고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서 매 주 새로운 책들이 번역되어 출판되고, 한국인들이 쓴 대중 서적도 이젠 꽤 된다. 쉽고 간단하며 실천적인 책을 함께 읽을 수도 있었지만,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담담하게 서술한 책을 함께 읽고 싶었다. 적어도 자기 자신이 죽기 전에, 길게는 바로 다음 세대들이 직면할 되돌릴 수 없는 세계의 환경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숙고하며 문장을 찬찬히 씹지 않으면 도무지 정확히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엄정하게 말하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들 중 뼈대가 깊은 것만 골라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물의 순환계를 서술하고 있다. 빙하나 산호초 군락과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서로 거리가 멀어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지구라는 방에 틀어져 있는 에어컨과 보일러, 상수도와 같은 존재들이고, 이 책은 사람들이 북극과 남극이라는 에어컨을, 대양 해류라는 보일러를, 만년설과 숲이라는 상수도를 어떻게 조곤조곤 부수고 있는지를 상세히 묘사했다. 이미 재난 영화의 인트로에 나오는 푸티지 재난 영상 정도는 한 달 새에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으며, 앞으로는 더 짧은 기간에 가능하다는 걸 이 책은 역설하고 있다. 심지어 그 이야기들이 최악/최대를 상정하고 있는게 아닌 최소한/아주 높은 가능성으로 일어날 일들이다. 예정된 사건들은 지구 기후에 대한 것 뿐이고, 정치나 경제에 대한 복합적인 부정적 예측은 거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꾸준히 팽창하는 세계에서 살아왔다. 우상향 흐름에 익숙하고 지금보다 10년 후가 더 좋을 것이라고 자연스레 가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며 현재보다 자원 사용을 더 줄이는 세계로 진입하거나, 더 높은 온도의 세계로 진입를 선택하게 된다(유엔총장이 보통보다 훨씬 강한 어조로 "집단행동 또는 집단자살"이라고 말했듯). 그런 상황을 꾸준히 상상한 후 빨리 받아들여 마음을 굳게 먹고 싶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다행히 스포일러는 없네요^^
미리 알면 재미 없을까봐 열심히 피해서 썼습니다^^
책 추천자의 책임가인가요?ㅎㅎ
재밋게 보고 있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바꿀까 싶었던 책들이 잊혀지지 않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