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뼈의 증언
원제: Written in bone
저자: Sue Black (수 블랙)
전작: 남아 있는 모든 것
출판: 세종서적
법의학은 언제나 나의 관심사 중에 하나였다. 실제로 예전에 국과수에 가서 수사 관련 각종 검사실과 부검실에 가서 참관도 해보았지만, 막상 현실로 접하면 그냥 업무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부검실 벽에는 ‘팔짱을 끼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문장이었다. 부검실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시각적 자극 이외에도 강렬한 냄새에 있다. 시체의 상태가 좋으면 신선한 인간의 피 냄새 때문에, 시체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부패한 냄새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부검을 매일 일로 만난다는게 쉽지 않을거라는 두번째 인상을 받고 왔다. 더군다나 인력이 부족해서 늘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저자인 수 블랙은 주로 사망자의 사인과 신원을 밝히는데 공헌을 한 영국의 법의인류학자이다. 전작 ‘남아 있는 모든 것 (2021)’에서 광범위한 죽음을 다루었다면, 이 후속작에서는 인간의 뼈에 담긴 메세지를 해독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범죄소설 특히 법의학을 약간이라도 다루는 작가들은 현실성 부여를 위해서 법의학 관련 서적을 참고한다. 경험상 법의학관련 교과서를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해부학이나 의학적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특히 번역서로 접할 때에는 용어의 정리가 미흡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저자의 도서 표지에 ‘영국 범죄소설 작가 협회 논픽션 부분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따라 다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인이라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히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뼈는 경조직으로 표면의 모든 연조직이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오래 지속이 되는 특징 때문에 법의인류학자가 사인과 신원을 밝히는데 주로 쓰인다. 하지만 성인 기준으로 200개가 넘는 뼈를 정리하고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오랜 경험이 누적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각종 형사소송규칙을 섭렵하고, 영국 기준으로 5년마다 공인 전문가 증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재시험을 봐야 한다.
저자는 각종 사례와 해부 과정을 알기 쉽게 기술함으로써, 독자가 함께 원인을 파헤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류의 책들이 많지만, 내용이 너무 얕거나 거두절미하고 무작적 본론으로 들어가는 책들은 완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매끄러운 번역도 한 몫하겠지만, 쉽게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큰 얼개상 머리, 몸통, 사지 순서로 서술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저자의 경험이 얼마나 다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