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도민일보 2024년 7월 5일 금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눈망울
박형준
자전거도로 한복판 중앙선에
참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바퀴에 날개 한쪽이 잘려서
날지도 못한 채 꼼짝 않고 앉아 있다
노란 중앙선엔
자전거도 넘나들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지
몸을 떨며 앉아 있다
지나가는 소년 하나가
속도에만 관심 있는 자전거와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손을 들고 나와 산책로의 속도를 잠시 늦춘다
중앙선으로 다가가 참새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길가로 돌아와 풀숲에 내려놓는다
손바닥에 앉아
소년을 올려다보던 참새의 눈망울
손바닥의 참새를 내려다보던 소년의 눈망울
그 짧고 느린 시간 동안
산책로의 무표정한 속도들 사이로
섬 소리가 들리며 흘러가고 있다
♦ ㅡㅡㅡㅡㅡ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다. 달리는 자전거와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있다. 무심한 사람들의 무표정이 섬처럼 제각각이다.
자전거바퀴에 한쪽 날개가 잘린 참새를 발견한 소년은 바쁜 사람들 틈에 손을 들고 중앙선으로 다가가 참새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하잘 것 없는 생명이라고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참새의 억울함과, 무자비하고 무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짧고 느린 시간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본 시인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말보다 더 진실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말을 모르는 참새와 소년의 교감은 서로의 눈망울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소년 덕분에 기사회생을 하게 된 참새는 소년의 눈을 올려다보며 안도와 고마움을 전했을 터이고, 참새를 길가 풀숲에 내려놓아 준 소년은 참새에게 제발 무사하기를 빌었을 터이다.
눈빛이나 눈망울은 거짓을 모른다. 눈으로 하는 말이 가장 진실한 말이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