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및 동인천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한
배다리위원회의 입장 및 공개질의서
일시 : 2010년 9월 30일(목) 10:30
장소 : 인천광역시청 브리핑룸
[기자회견문-공개질의서를 발표하면서]
후속조치 없는 인천시의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계획 발표’,
민민갈등만 고조되는 상황을 인천시는 방관만 할 것인가!
-수조 원이 들어갈 ‘동인천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한
인천시의 투명한 행정과 결단을 촉구한다!
1. 상황인식 - 전임시장이 벌린 도시재생사업의 총체적 실패
2006년부터 인천시는 소위 경제자유구역과 구도심의 격차를 해소하고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였다. 안상수시장과 인천시 도시재생 당국은 전국 어디에서도 행하지 않는 공영개발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당국이 각 지역에 내건 조감도는 천편일률적인 것으로, 어느 구역이건 중심광장과 고층의 쌍둥이 빌딩이 등장했다.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근대화 이후 100여 년에 이르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오간 데 없고 전면철거를 통한 새로운 신도시의 창조였다.
처음 개발구상이 발표됐을 때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 화려한 개발조감도를 보며 본인들이 그 속에 정주할 주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민들은 냉정한 개발의 허상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도시재생이란 진정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부터 출발했다. 인천시가 내보인 화려한 조감도를 통해 만들어진 신도심이 기존 정주해온 주민들의 정착지가 되지 못한다면 이는 돈 많은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들이 살던 터전을 내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가 추진해온 이러한 재생사업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 시세와는 다른 감정평가에 의한 보상책정. 이는 일반 부동산 거래 관행과는 다른 기준으로 책정된다. 또 차후 건설하게 될 그 아파트의 분양가는 얼마인가? 보상받은 돈에 억대에 이를 금액을 보태야 재정착을 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은 알게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인천시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은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로 이루어져 그 사업을 추진할 재원마련이 문제였다. 그 무렵 전국적으로 유행한 PF공모에 의한 재원 마련이 시가 이 사업을 추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상당한 위험이 뒤따르는 모험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결국 시가 계획한 것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설상가상 경제위기로 부동산 및 건설경기도 끝없는 침체기에 이르렀다. 시가 추진한 공영개발은 형식만 공영개발이지 재원마련 등 그 속사정은 민간개발과 다를 바가 없었고 오히려 공영개발의 최대 문제점인 재산권 규제의 장기화로 주민들은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공영개발에서는 아파트분양권을 주는 자격이 개발계획을 알린 날(지구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로부터 보상금을 수령하는 시점까지 "계속해서 소유·거주"해야만 주어진다. 결국 주민들은 장사가 안 돼도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직장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주거이전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분양권이 승계가 되지 못하니 어느 누가 그 집을 사겠는가? 또 개발된다 하는데 어느 누가 빈 점포에 입점하려 하겠는가?
이러한 공영개발의 맹점 속에 인천시당국은 개발과 관련한 각종 법규에 대해 무지함도 드러내 결국 법을 고쳐가면서 사업을 진행하였고(이주대책용 아파트 1회 전매, 도시개발법상의 나지비율, SPC사업시의 이주대책문제 등등), 이것은 현재는 더더욱 불가능해진 재원마련과 더불어 사업을 장기지연시킨 요인이 되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도 행하지 않은 광포한 개발방식을 적용하여 인천시민은 그 새로운 개발방식의 실험대상으로 전락해버렸고 지역의 슬럼화만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가 이처럼 무모하게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의 모순은 드디어 폭발해 각지의 주민들은 재생사업을 반대하는 대책활동이 전개하였고 그것은 사업진행의 법적요건을 저지하기 위한 공청회 저지로 나타났다. 그 결과 도시재생사업지구 중 제물포, 가좌, 동인천 공청회가 2009년 하반기에 주민반발로 연이어 무산되었고, 마침내 안상수 전시장은 갑작스럽게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반대가 많은 제물포, 인천역, 가좌지구에 대해 구역지정을 해제하기에 이르렀다. 명목은 주민반대라지만 사실상 재원조달 실패와 시당국이 그렸던 사업의 무모성을 인정하고 사업을 무책임하게 포기한 것이니, 이는 즉각적인 도시재생국 해체로 입증되기도 하였다.
2. 이월된 과제 - ‘동인천역주변재정비촉진사업’의 딜레마

동인천재정비촉진지구의 개발여건 현황지도
그런데 이미 몇 년 전부터 산업도로로 인해 마을이 두 동강 내려 했던 배다리 지역을 포함한 동인천지구의 경우 전수조사 때 주민들의 찬성 비율이 높았다. 주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사실을 터놓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결국 동인천지구는 언제 재원이 마련돼 찬성한 주민들이 바라는 보상이 이루어질지 기약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 보상금이 지급되거나 지급중인 가정오거리와 도화지구를 보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조6천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하루이자만 80억 원에 달하는 가정오거리 사업은 좌초되어 있고, 수년간의 보상지연으로 고통이 극에 달한 도화지구 역시 사업을 진행할 마땅한 해법이 없다. 동인천지구의 보상비는 7,700억 원, 이후 사업비는 2조2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어디 그뿐인가. 시당국이 그토록 믿었던 재정비촉진지구 기반시설 국비지원 역시 정부에서 준비한 총자금은 불과 120억 원으로, 인천시가 동인천지구 몫으로 신청한 1,014억에는 터무니없이 불과 2억이라는 "푼 돈"만을 배정받았을 뿐이다. 이러한 안개 같은 상황 속에 동인천지구는 배다리, 만석·화수, 송현동 지역의 개발 찬·반 또는 재산권을 규제하지 않는 민영개발 민원 등으로 지금도 주민간 갈등, 시-주민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개발특혜를 기대한 부동산투기자들과 이들이 유포한 개발의 환상에 사로잡혀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 그리고 현재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일시적 목돈이 필요한 가정의 경우 불가피하게 개발을 찬성하고 있지만,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동인천재정비촉진사업이 실행되면 실거래가 이상의 보상을 받거나 혹은 나중에 주어질 아파트 분양권이 큰 프리미엄이 생기는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개발에 대한 환상이 널리 유포되도록 인천시 당국이 방관,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의 환상은 최근 <PD수첩>을 비롯한 여러 언론매체에서 보도했다시피 전국적으로 진행된 전면철거 개발의 결과 재정착하지 못하고 더욱더 열악한 슬럼지역으로 쫓겨나는 서민들의 처참한 현실을 간과하는 죽음의 유혹일 뿐이다.
3. 정책적 결단 - 동인천재촉사업 근본재검토,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인천시가 발표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지구
개발에 대한 환상이 널리 확산되면서 야기된 동인천역재촉지구 주변의 혼란 가운데서 인천시가 발표한 <배다리일대 역사문화마을 조성계획>은 이 지역이 장기적인 재산권 피해와 슬럼화에 대한 가장 먼저 구원의 손길이 닿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배다리 일대는 역사문화지구로 발전시켜 인천의 명소가 되게 할 많은 자산을 가진 지역이다. 외지인이 찾아오기 좋은 전철역 근처에 위치하면서도 근대문화재와 자생적인 지역문화가 틀을 갖춘 구역이기 때문이다. 이 자산을 활용하면 가장 빠른 시기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곳이 바로 배다리지역이다. 지금은 전국적인 명소로 부각된 중구 차이나타운을 보자. 그곳은 애초 사업구상 당시 근대건축물이 불과 3~4개에 불과했다. 그것과 인천역을 연계하여 단기간에 성공한 전국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보완하고 지역 실정에 맞게 진행한다면 진정한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내건 송영길 시장 체제하의 인천시 도시재생 당국은 8월 12일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계획”을 발표한 이후 아무런 후속조처를 취하지 않아, 오히려 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하고 있고, 배다리 지역에서는 투명한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주민들간의 반목과 대립만 폭증하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인천시가 배다리 지역의 제척을 전제로 12만 평방미터에 해당하는 역사문화마을 지구 조성계획을 발표해놓고 개발찬성 세력이 시청으로 찾아가는 등의 반발에 직면하자 이제 와서 다시 주민투표 실시를 검토하겠다는 둥, 찬성주민이 많은 듯하니 계획을 철회해야 할 어려운 처지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시청으로부터 흘러나와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재생이란 기존 있던 문화·건축물 등을 활용하여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인천시는 애초 잘못된 재생사업을 구상했고 그 구상으로 주민들에게 개발의 환상을 심어줬으나, 이제는 잘못된 구상으로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져있다. 이제는 일을 저지른 자가 치유에도 앞장서야지 더 이상 주민들 사이에 찬·반 갈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 치유의 시작은 전임시장이 저질러놓은 인천시 도시재생사업 전반의 난맥상을 솔직하게 밝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인천 재정비촉진사업이 과연 수년 내에 가능한 사업인지부터 공개설명회를 열러 솔직하게 주민들에게 솔직히 공개해야 하며, 개발의 환상에 사로잡힌 주민들에게는 인천시의 현재 재정여건상 어느 정도의 보상이 가능한지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더 나아가 배다리 역사·문화지구에 대한 조속한 비전 제시와 설명회를 통해 재생사업보다 더 주민들에게 실질적이며 가치 있는 사업임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나가야 한다.
동인천 재촉지구 및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에 대한 이제부터의 도시행정은 더 이상 전임자의 실책에 귀속되는 일이 아니다. 도시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송영길 시장체제하의 인천시 도시개발행정의 투명한 개발행정과 책임감 있는 자세가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성패의 대전제이자 여타 전임자가 저질러놓은 개발행정의 난맥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첫걸음이다. 동시다발적 도시재생사업의 추진으로 오늘날 같은 난맥상을 연출한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에도 공문을 통해 배다리와 만석·화수지구의 제척을 약속한 바 있는데(배다리, 만석·화수지구 제척 인천시 입장확인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2010. 2.12)), 송영길 시장이 부임한 지 100일이 다 되어가도 이조차 실행이 되지 않고 역사문화마을 조성에 대한 후속대책 없는 발표로 온갖 혼란만 야기되고 있는 것은 서구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을 둘러싼 혼란과 유사한 송영길 시장체제의 시정이 미숙하거나 그도 아니면 애초에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 곧 혹한기가 다가온다. 지난 수년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어 도시가스 공급시설조차 가설하지 못한 사실을 송영길 시장은 알고 있는가. 인천시가 ‘동인천재정비촉진사업’을 기어이 추진한다 하더라도 실제 보상까지는 수년이 걸리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제라도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배다리 지역주민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도시가스 공급시설부터 착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배다리를 인천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위원회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는 우리 ‘배다리역사문화마을 만들기위원회’에서는 현재 배다리 및 동인천재정비촉진사업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개발 홍역을 목도하고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인천시에 제출하는 바이다. 부디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시 도시계획, 도시재생 당국은 더 이상 현재의 사태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공개질의서에 성의 있는 답변을 배다리 및 동인천역 주민, 그리고 인천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답변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을 위한 민관협의체의 건설을 제안한 바 있거니와, 진정한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은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실천해나갈 것인지 책임 있는 행정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2010년 9월 30일
‘배다리역사문화마을 만들기위원회’
(추진위원장 곽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