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짜 : 25. 7. 1 ~ 3
▣ 간곳 : 우번암 ~ 종석대 ~ 마을 터
▣ 동행 : 통나무님, 마도님 외 객꾼
우번암은 초행이다
가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수영해 본 몸으로의 느낌이다
천지보다는 샘물이 아주 조금 덜 차다
허나 내가 등목을 주춤거리기 까지 한 차거움이다
이순을 지난 나이라지만 늘 평상심을 유지하며 살기는 참 힘들다
하지만 오늘 보다는 내일 조금이라도 더 착한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경전에서는 끊임없이 선남자 선여인을 운운한다
제 멋으로 경전을 공부한 우리가 다 알만한 어느 사람은, 이를 두고 젊은 사람이라 칭하며 불교는 젊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라는 터무니 없는 변설을 쏟더라
나는,
언제나 진리를 탐구하며 자기 내면을 끊임없이 살펴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으로 해석한다
내가 부처님의 말씀에 더욱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 갔으면 좋겠다
법종스님은 잠시 출타하신 모양이다
암자를 비우신지도 제법 되신게라
마음 같으면 이러저리 흩어져 뒹구는 쓰레기들 태워서라도 정리해 버리고 싶었다
헌데,
우번암은 상상 이상으로 너무나 시원한 곳이었다
평상을 깨끗이 닦아 한참이나 책도 뒤적거릴 한가로움마저 있었다
불을 피워 요리할 필요없이 음식을 싸 다니니 한결 편하다
더구나 남은 찬들은 우물에 담가 둘 수 있으니 좋았다
그렇다고 마도님은 2박 3일간의 식량으로 밥을 몇 그릇이나 담아오나^^
해우소도 마음에 든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숲을 마주하며 앉아 있으니, 삼매에 빠져 그야말로 근심이 저절로 사라지는 듯 하더라
저쪽으로 이어진 길도 잠시 따라 걸어 보았는데 갈만하더구나
다음 일정은 묘향암이다
우번암은 하루 더 머물고 싶을만치 내 마음에 쏙 드는 곳이더라
천은사 주지스님 한번 친견을 해야 하나
최소한 깨끗이 청소라도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종석대 오른지 강산이 두번도 넘게 변한 세월이 지났다
바위에 걸터 앉아 구례 야경을 내려다 보며 오행수를 행한 그 님이 생각나더구나
五指往來 無骨有骨 白水落下 心身快樂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속세는 푹푹 찐다는데 종석대는 햇살 아래인데도 의외로 시원하다
허나 곧 시작될 무더위 속으로 능선을 이어갈 자신이 자꾸만 없어진다
문수암에는 주거하는 스님이 계실까?
묘향암 효림스님은 속세로 내려 가시고 처사 한분이 계시다는데 그이의 성품은 어떠할까?
자꾸만 일어나는 잡념이야~*
여기서 화엄사로 이어지는 능선길의 단풍도 꽤 멎지다 한다
그래서 기억해 두기로 한다
건데 능선의 이름을 까먹었다
마루금을 주장하던 이들은 백두대간을 걸을제 굳이 이 길을 고집하던 때가 있었지
대청봉에서 희운각 길도 그랬었고.....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러한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승에 없구나
山自分水領이라 하였지
허나 이곳은 그것을 제대로 거스러는 곳이 되었구나
무넹기라......?
소위 무넹기 찬물에 발 담그고 의논이 한참이었다
결론 하나, 그래 그리로 가 보자
아따마 이렇게 변해 있구나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맞네^^
덥다
더워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더라
그냥 담그고 논게 아니라 들어가 그 속에서 놀았다
집 짓기 제일 쉬운 곳이 강가다
빼어 내자고 한다면 안 빠지고 버티는 돌이 없다
돌 빼고 나면 모래만 남는 다는 건 간단한 이치이지 않나
허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 속에 숨은 모래보다는 돌덩거리만 보고 포기하거나 아예 마음조차 내지 않는다
빵 따위로 점심을 때우고는 망중한이다
너무나 시원하여 춥기까지 하다
서물을 뒤적였다가 낮잠이 들었다가 하며 오후를 보낸다
<늙는다는 착각>
이 서물은 정말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바꾸어 보려 시도해 보아야 할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참 많다
아따마,
다 읽어 내는데 두달 걸렸다^^
점심 먹고서야 출발이다
하루 더 있자고 하면 능히 그럴 마음들이다만
집에는 가야지
참 한가롭고 시원하여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어느 94세 할머니의 독백,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허나 살아 있는 것이 더 좋다'
의식의 집중,
죽는 날까지 정신 놓치지 않고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 가는 것은 우리의 로망이자 목표다
고희의 나이에 이런 모습 좋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