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한 잎, 바람 한 칸
<책소개>
글쓰기 공동체 <백년어서원>의 경전 읽기 모임에서는 3년 여의 긴 시간 동안 성경과 금강경, 중론, 유마경, 바가바드 기타, 카발라, 기독교 영성에 관한 책 그리고 우리 민족 사상인 풍류도 등을 함께 읽었다. 그러한 결실을 이번에 <경전 한 잎, 바람 한 칸>이라는 책으로 엮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왜곡된 종교는 인간을 억압하면서 물질적으로 기능적으로만 작동하고 있다. 종교성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은 더없이 비극적이다. 전지구적 위기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근원적 구원은 무엇일까. 경전 읽기와 글쓰기에 참여한 저자들은 우리가 영성을 회복하고 우리 안의 신비를 일깨우는 일이 유일한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질경이가 핀다. 질경이가 경전이다. 길고양이를 만났다. 길고양이가 경전이다. 가난한 동무와 마주친다. 그이가 경전이다. 햇살과 바람이 경전이고 지평선도 수평선도 경전이다. 경전 읽는 모임을 시작한지 3년. 몇 권 접하지 못했지만 작은 깨달음이 생겼다. 모든 경전이 지향하는 곳, 그 목적지가 자비라는 것이다. 성경과 금강경, 중론, 유마경, 바가바드 기타, 카발라, 기독교 영성에 관한 책 그리고 우리 민족 사상인 풍류도도 일별했지만 그 길은 하나였다. 생명 윤리라는 오솔길. 사랑도 자비도 연민도 그 길에 피어나는 꽃이었다.
존재에 대한 연민은 결국은 공감하는 능력에서 비롯한다. 끊임없는 공부와 실천은 결국 교감하려는 노력이다. 교감을 위해서는 영성이 중요하고, 영성 진화에는 마음을 지키는 일[守心]과 마음을 닦는 일[修心]이 우선이다. 인간과 세계, 시간과 공간, 영원성과 자유의 문제들에 관해 가장 깊이 연구하고, 수심守心과 수심修心을 보여주는 것이 경전이다. 모든 경전은 종교철학 이전에, 생명이라는 강렬한 윤리를 가지고 우리에게 질문하고 답한다. 그래서 어떤 경전이라도 인류에게는 위대한 스승이다. 또한 진정한 생명 지표가 된다.(…)
세상에 펼쳐진 모든 경전은 얼마나 위대한 선물인가. 어떤 고전보다도 아름답고 깊다. 아마 영혼을 향한 간절함이 넘치는 까닭이리라. 텅 비었으면서도 충만하고, 덧없으면서도 알차고 시간의 능선을 겸허하게 걷는 법. 그 견딤. 경전은 돌틈을 기어가는 달팽이를 배우는 일이었다. 생명의 최전선을 걷는 일 또한 거대한 경전이다. 경외와 경이를 향한, 수심守心과 수심修心의 결을 타고 우리들의 작은 감수성이 누군가를 향해 따뜻한 파동으로 흘러가길 기도한다.
―「경외, 그 수심守心과 수심修心을 위하여」, 김수우(시인), 들어가는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