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짜 : 25. 8. 23~24
▣ 간곳 : 마근담에서 단성쪽으로 뻗은 임도
▣ 동행 : 남희
'이번 주 지리산 갈레?'
그냥 툭 던져본 말에 바로 동의 들어온다
속으로 고래등 폭포에나 가볼까 궁리 중인데 또 훅 들어온다
'길 없는 곳은 안된다이~'
'그라모 그냥 천왕봉 가서 자고 오까?'
말이 없기로 그런 줄 알고 있다가 나 스스로 포기한다
만만한 백운계곡이나 가야겠다 싶다가 문득 궁금한 곳이 떠오른다
그래,, 마근담 임도 그 데크, 그곳에 한번 가기로 마음 먹은지 오래자너~
사진의 저리로 우회전 해야는데 직진하니 쇠사슬도 쳐져 있다
쇠사슬 걷고 그대로 돌진 했다가 남의 집 마당에서 되돌아와 다시 저쪽으로 우회해서 나아갔다
저번 산청 폭우가 쏟아진 곳이 이쪽이었구나
완전 디비져 있다
그나마 한창 공사중이다
일반 승용차로는 못 갈 길이고, 나의 새 차도 가면 안될 길이 었는데 되돌아 오기 싫어 그냥 갔다
완전 난장판이로구나
그래도 계곡에 물은 있다
또한 흐르는 물이더라
철수때까지 알탕을 네번이나 했더구나
몇년 전에 누가 좋은 매트가 났더라며 하나 사라고 하기에 그러라 했다
저걸 배낭에 휴대하고 다니며 텐트에 까는 용도로 쓴단다
사라고 한 자기도 저렇게 큰 것인 줄 몰랐다나
오늘 이 용도로 쓰 보니 딱 맞다
부언하자면 바람 넣고 빼기가 제법 수월하고, 또한 쿠션도 좋다
요즘 남희는 책을 자주 읽네
벌과 모기가 날아 다니고,
덤프와 포크레인의 작업 소리가 요란한 텐트지였다
쫑이는 밀림을 활보하며 열심히 수렵 활동을 하더니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모양이다
우리는 두어시간 오침을 가졌다
일어나니 사위가 고요해졌다
못개불을 피워놓고 서로의 관심사로 깊어가는 밤을 보낸다
저 쉘타가 이 용도로는 제법이다
그리고 삼면으로 모기장이 있어 이런 밤에 참 유용하다
물론 밤이 더 깊어 졌을때 오싹해 지기로 두 면의 모기장은 덮었다
저 전등이 천오백원은 아니 되었을 게다
머리맡에 두고 책 읽기엔 딱이다
몇년 전 일본 북알프스 산행 때 보니 한국인 등반객들을 인솔하는 사람이 있다
물어보니 산악 가이드란다
아따마 내게 딱이다 싶어 무자격으로는 싫고, 14개월을 아주 열심히 공부하여 자격증을 땄다
2년을 해 보니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일이 재미없다는 말이 아니라 건수가 생각보다는 안 들어온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감 과수원 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감나무 전정을 배워 자기 전정조에 합류 하잔다
나는 내가 농장에 다년간 근무하여 그 경력을 인정하여 제안하는 줄 알았다
12월부터 3월까지 비 오는 날 빼고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해야 된다는 조건이기에 내가 체력이 된다는 이유이다
그래 이것이로구나
4달 동안 벌고, 그 돈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세계 각처로 돌아 댕기면 되겠구나
남희한테는 해마다 4월에 따로 천만원을 주기로 하고 결재까지 받아 놓았다
열흘간의 집중 교육을 받았고, 이론은 책과 유튜브를 통하여 익히고 있다
내가 농업생명을 전공한 것이 참으로 유용하구나
나는 지금의 내 나이 따위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는데 있어 한점이라도 지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 지고 있는 모양이다
쫑이는 야밤에도 수렵 활동을 하나
아니면 이곳저곳 돌아 다니며 반상회를 하나
어느 때 개구멍으로 불쑥 들어 오더니 내 입술 한번 쓰윽 훑고는 아니 보인다
한참 지나 찾아보니 내 발밑에 널브러져 있다
쫑이는 이른 아침부터 반상회를 여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에 짖어대는 소리 요란하다
이 임도가 러닝하기에는 좋겠기로 복장을 준비해 왔다
남희는 길이 울퉁불퉁해 싫단다
아직 햇살이 찾아들기 전의 임도는 뛰기에 너무 좋다
주능이 제대로 조망되는 이 지점까지가 평지이고 여기서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한참이나 몸을 풀며 햇살 뜨는 쪽을 기웃거린다
쫑이랑 턴 장난 몇번 하다가 되돌아 온다
데크 지점을 지나 반대편으로 더 뛰어가 보았다
이 쪽 길은 폭우 이전에도 우리가 온 쪽보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예 이번 비에 더 뒤집어진 모양이다
어제 우리쪽에서 이쪽으로 흙을 퍼담은 덤프가 계속해서 왔다갔다 하더라
어제 오후 오침을 마치고 고글을 찾아보니 없다
쫑이는 쇼파나 가구는 물어 뜯지 않는다
제 눈에 안경만 보이면 수렵 본능이 생기는 모양이라
딸들이 취직 기념으로 사 준긴데 1시간 넘게 찾아도 없더라
대체로 포기한 마음으로 런 마치고 한번 더 찾아 보았다
아따마~~
아주 얌전하게 떨어져 있고나
헌데 이 곳은 내가 어제 오후에도 두세번 훑어본 곳이지 않았나
그래도 세네번 만에라도 보였으니 아주 다행이로다
이리와라 자식아
안 물어 뜯어 놓아서 다행이구나
오늘 일당은 참으로 두둑하네~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떼우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열심히 이불을 빨래하고, 설겆이를 하고, 쫑이 목욕도 시키고, 마누라 필수 교육도 인터넷으로 부지런히 이수해 주고 있다
해야 할 꺼리가 많아져 좋다
그 중에 공부가 제일 재미 있으니 참으로 희한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