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안 뛰어주니 개가 몇 가지 불만을 표하며 반항을 한다
마침 산거북성이 한판 뛰자는 문자다
15.5km를 논스톱으로 뛰는 개는 진주에는 흔하지 않지 싶다
뛰다가 심장마비로 갈까 싶어 100m 쯤 안고 뛸 정도로 걱정될 페이스였다
그 바람에 이틀 뒤 천왕봉 오르는 길이 그렇게 힘들 수 없었다
근전환이 이렇게 오래토록 안되는 경우가 없었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지만 <나이가 들었나?'>
천왕봉 오르는데 4시간 걸렸단다
물론 오르다가 점심 먹었지만서도 좀 걸렸다
그리고 순두류 가는 버스는 저번 큰 비 때의 산사태 공사가 늦어져 요즘 운행 안하고 있다
걸음 늦다고 그렇게 쿠사리 받은 적도 없었지 싶다
일마는 토요일 마다 천왕봉에 오르고,
하산하여 삼형제가 집에 모여 술 마시는 행사(?)를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한다
어여 내려가 술 마실 욕심밖에 없는데 내가 세월아 네월아 오르니 갑갑도 하였지 싶다
친구는 내려가고 그 친구가 안내한 자리가 바위에 기대 드러눕기 딱 알맞더라
마침 빗방울도 한방울씩 떨어지고 그러하니 비 피하기도 참 좋은 자리다
한달을 끌고 있는 <지리산의 종교와 문화>서물을 겨우 읽어 마쳤다
자리에서 뒤척이다 보니 어떤 흔적이 보인다
처음엔 영어인가 싶어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읽어 낼 수가 없다
번역기를 프랑스어로 바꾸어 사진을 찍어 보아도 읽어 내지를 못한다
내 보아하니 <철수와 순이 다녀가다> 그런 글 귀 같다
산정이 점점 고요해 진다
마침 책도 다 읽은 참이라 어슬렁 거리며 마실 나가 보았다
구절초며 산오이풀이 산정으로 제법 흐드러졌다
아마도 이 식물들은 15년여전쯤 누군가에 의해 살포 되었지 싶다
갑자기 어느 해부터 많아졌더라고~*
아까 친구가 내려가며 17시부터 하늘이 개인다고 하더니만 진짜구나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려 하는가 보다
지리산정에 서면 그냥 하릴없이 덕유산은 그리게 되어 있더라
오늘 신문에 보니 102세의 노인이 후지산에 올랐다 한다
나는 몇 살 때 까지나 이 산정에 오를 수 있을까?
산정으로 짐을 다 챙겨 올랐다
그 오르기 전에 작은 소요가 있었긴 하다
사람이 자신 이외의 마음과 만나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하여 <십 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도 생겼지 않는가
그 유래에 대하여는 나한테서 직접 들어야 리얼하고 재미난다
예전부터 이 산정에 드러누워 하룻밤을 유해보고 싶었다
내 아주 어릴적 천왕봉에서 일주일을 그냥 앉아서 보낸 적은 있다
물론 그때도 집은 좀 더 아래쪽에 지어 놓았었다
그 갓 군대를 제대했던 한 인간은 이미 퇴직자가 되어 있구나
인생이 덧없더라고 하는 사람은 덧없이 살아 그런긴가 싶을까봐 그런 말도 안할란다
책을 한권 더 가져갔던 긴데 바람이 불고 집중이 아니되어 도저히 못 읽겠다
불루투스 켜 놓고 음악을 두시간도 넘게 들었지 싶다
속세의 불빛들이 그대로 비춰져 하늘에 별을 가릴 만도 하더니만 왜 그렇게 총총히 보이는지~*
열시쯤 잠들었지 싶은데 두어번 뒤척이다 보니 주변이 소란해진다
보니 4시 40분이다
빨리도 올라오는구나
모르는체 30여분을 침낭 안에 더 숨어 있었다
이제는 아니되겠다 싶어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있으려니 산정이 비좁아져 간다
아~
오늘이 일요일이로구나
하고 많은 날들 중에 왜 토요일 저녁에 올랐을꼬?
아~
그놈이랑 같이 올라 온다고 그랬었구나
보니 산정으로 구름이 자욱하다
나의 목적은 일출도 아니었으니 미련도 없다
저쪽 숲 속에 하주 일행과 오랫동안 못 본 지인들이 집 짓고 있다는데 가볼까 싶어 발길을 옮기다가 에라 덧정없다 싶다
올라온 길로 하산이나 하자 싶어 돌아오다 보니 팻말이 보인다
천왕봉에 성모상이 모셔졌구나
이번 여름날에 내가 상봉에 몇번 올라오지 않았었나
왜 그때는 못 보았지?
내려 오는 길 나뭇가지 사이로 햇님이 비친다
되돌아 보니 상봉은 그냥 운해속이다
8시에 첫차가 있다 했으니 서둘러야 할 일이다
이 산장은 무에이리 오랫동안 공사중이람
들여다 보니 애당초 저렇게 지을 것이면 뭐하러 다시 짓나 싶다
아주 커다랗게 지어서 식당도 운영하고, 술도 좀 팔고, 음악회도 한번씩 하고 그러면 될 것인데....
그리고 제발 화장실 그거 냄세 안나게 하는 법 좀 배워오십시다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땀으로 샤워를 하고 내려왔네 그랴
내 전용탕은 저번 큰 비에 더 깊어지고 정갈해 졌구나
남은 길 걸어 내려오는 동안에 옷은 저절로 물기가 마르고, 첫차에 가친가친 오를 수 있었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