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는 않는 모든 것들에게 냉소를 던지며 빈정거린다.
안정된 균형잡힌 생활을 지향하며 고만고만한 일상의 생활에 만족하며
단란한 가족의 울타리속에서 이게 행복이려니 하고 사는
움직이지 않는 자의 생따위는 버려.
움직이지 않는 자. 니까짓 게 뭘 알어? 아무것도 모르지.
이놈의 오토바이는 또한 아리송한 말로 냉소를 던지며 빈정거린다.
그저 달리기만 한다고 움직이는 자인 줄 알어??
빠른 속도로 쌔~앵 하니 달려대기만 한다고
다 움직이는 자가 되는 줄 알어? 멍청한 놈.
달리기만 한다고 다 움직이는 자는 아냐.
달려대기만 하는 자. 니가 그걸 알어? 알리가 없지.
이놈의 오토바이는 묘하게 사람을 충동질해댄다.
움직이지 않는 자는 인생의 참맛을 몰라. 떨치고 일어나 움직이는 자가 되는 거야. 너를 옭아매는 온갖 도덕이니 윤리니 규범이니 뭐.. 이까짓 것들은 다 버리는 거야. 당당하게 꼿꼿하게 일어서! 그리고 나에게 올라타고 움직이는 자가 되는 거야. 달을 뒤로 하고 움직이는 자가 되는 거야.
움직이는 자가 되면, 달이 니 뒤를 쫓게 되지.
이놈의 오토바이는 시종일관 빈정거리고 깐죽대고 충동질 해댄다.
굴곡없는 인생살이, 그저그렇게 짜여진 인생살이 지겹지 않냐구 빈정거리며
그렇게 늙어죽으면 니가 살아낸 인생살이 한마디 회자될 가치도 없지 않겠냐구 깐죽대며 능동적?인 일탈의 길로 같이 가자고 충동질 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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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마루야마겐지/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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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는 카페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본작가랑은 별루 친하지를 않아서...
그래도 카페에 올라온 일본작가들은 책 한권 정도는 읽어 본 작가들인데.. 겐지는 완전히 낯선 인물이었습니다.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제목이 무척이나 운치있고 마음을 동하게 하더군요.
책을 펼쳐들고 처음 몇장은 난감했습니다. 이거 화자가 누구지?? 자동차인가?? 단문들의 연속임에도 어휘의 선택이나 비유나 묘사가 난하여 느린 템포로 읽어갔지요.
몇장을 그렇게 읽고 화자가 오토바이임을 그냥 오토바이가 아니라 시건방진? 오토바이임을 알게 되고는 화악 책읽는 재미에 빠졌더랬습니다.
오토바이의 말투가 저는 무척이나 맘에 들었답니다.
고개를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꺽고 턱을 위로 살짝 들고
눈을 삼분지 일쯤 내리깔고 입가를 살짝 비틀어 올리고는
빈정거리고 깐죽거리고 해봐?해봐!응? 하고 충동질 해대는 모습.
---- 후후... 오토바이가 아닌 사람이라면 그럴 거 같다구요.
마루야마 겐지 꽤나 마음이 동하는 작가입니다. 고작 책한권 달랑 읽고 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일단은 좀더 알고 싶은 작가 한 분 카페를 통해 만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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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님께서 8월과 9월에 걸쳐 마루야마 겐지의 책을 탐독하시겠다니 은근슬쩍 그 행렬에 나두 끼여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