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수우입니다.
그동안 <백년어서원>을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인사를 전합니다. 곳곳에서 떨며 겨울을 나는, 바람 속 식물들을 보며 생명이 얼마나 기특한 것인지 느끼는 날들입니다. 정말 숭고한 것들은 노동의 주름살 속에, 눈물 속에, 기다림 속에 그리고 잡초와 돌멩이 속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새로운 응시가 필요한 문명의 기점에 우리가 서 있음도 이해합니다.
부산 원도심에서 인문정신을 나누어 온 <백년어>가 2025년부터 변화를 맞이합니다. 15년 9개월, 닦아온 터전 동광동을 떠나 영도 신선동(영도구 새싹길 244)으로 이사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동행해주었는지 기억합니다. 끊임없이 마음을 보태어주고, 함께 고민해준 손길과 발길들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백년어>는 따뜻하게 성장했습니다. <백년어>를 이끌어준 은인들에게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동안 <백년어서원>은 글쓰기 공동체로 15년 9개월 원도심 인문 운동에 몰두했습니다. 이는 부산의 기억을 살리는 운동이었고, 원도심 예술창작촌 <또따또가>의 뿌리였습니다. 그동안 인문 계간지 《백년어》 제60호 발간, 개똥벌레의 철학 단행본 11권(『공존이라는 모험』, 『나는 장소입니다』, 『자유, 뜯지못한 선물상자』, 『신은 돈을 어디에 쓰실까』, 『다 공부지요』, 『길의 안부를 묻다』, 『금빛 죽음이 초록 삶에게』, 『반려바다』, 『기술과 인문, 그 나선의 춤』, 『굴참나무, 기후위기를 걷다』, 『부산에 삽니다』, ) 공부모임들의 단행본 6권 (『경전 한 잎 바람 한 잎』, 『버지니아 울프의 오래뜰』, 『사십 계단 위의 카프카』, 『오솔길 안에는 아직도 오솔길이』, 『과학 기술과 영화 그리고 인문』, 『들뢰즈의 안드로메다』)을 발간했습니다. 함께한 모든 손길, 발길 얼마나 감사한지요.
규모는 조금 줄어들지만 영도에서는 문학(시)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신선시사(新仙詩社)>가 <백년어서원>과 동행하게 됩니다. '新仙' 은 그 동네 이름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신선들이 시를 읽으며 시대를 논하다"는 뜻이 함의되어 있습니다. 이는 18세기 젊은 실학파 지식인들의 모임, 백탑시사(白塔詩社)를 빌려온 것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시와 함께 백 마리 나무물고기가 지닌 뜻을 다시 헤아리고자 합니다. 영성과 실천으로 시대를 읽고, 지혜와 감성을 나누고자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섬세하게 감지하는 눈동자로 이웃의 안과 밖을 읽어낼 것입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상상하고 더 깊이 있는 꿈을 꾸겠습니다. 처음 그날로, 회귀하려는 연어의 마음을 여전히 응원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백년어서원>의 진정성을 지켜준 비영리단체 <문화사랑 백년어>는 <백년어서원>과 독립합니다.
계속 동광동에서 새로운 편집진을 갖추고 인문계간 《백년어》를 발간하게 됩니다.
이 또한 큰 응원을 부탁합니다.
김수우 두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