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짜 : 25. 9. 8
▣ 간곳 : 지리산 촛대봉과 그 샘
▣ 동행 : 한걸음과 미아
술 참기 시작할 때 두 가지 결심을 했다
1. 술 먹는 사람 흉 안보기
2. 술 안마셔도 먹은 놈처럼 놀기
솔직히 두 개 다 안된다
일요일 대낮에 노래방에서 놀기는 처음이지 싶다
그것도 폐업한 친구 집 노래방에서~^
하지만 남희가 하자면 해야 된다
<이 가시나는 이래 사진으로 보면 정말 멀쩡 하자너?>
200m쯤 내려 왔으니 촛대봉에도 구절초가 만발할 즈음이다
퇴직자들의 좋은 점은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제에 이 두 사람 훈련도 시켜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지난번 지리산 산불이 외곽에서만 번지다 성공적으로 진화된 줄 알았다
거림에서 20여분쯤 오르니 낙엽송 숲 500여평에 그 흔적이 있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진짜로 지리산이 홀라당 타 버릴 뻔 했었구나
언젠가 제대로 손 보아 뚜껑까지 얹어 놓은 참샘에 물이 고여 있다
하도 반가워 큰절하는 냥 엎드려 컵으로 받아 마셔보니 과시 물맛이 일품이더구나
물병에 차 있는 물을 버리고 다시 채워 나아갔다
촛대봉 고개만디에 이르니 그 너머로 천왕봉이 반겨준다
눈 덮힌 한 겨울날 이 자리에서의 상봉 조망은 특히나 이채롭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흐드러졌구나
세석평전이 아주 옛날에는 큰 마을이었다니 다만 상상은 된다
세상을 내 마음대로 하라는 권한을 준다면, 나는 이 평전을 멋드러진 청소년 야영장으로 조성하고 싶다
그카고서는........,
퇴직연때 마다 단골 문구가 있더라
<제 2의 시작을 축하합니다>
뭘 또 시작하라고 성화인가
마치 56년 잘네미띠 분들 젊을 적에 아이들 두명 낳아 데리고 다니면 죄의식을 느끼기조차 했더라는 사회 분위기 비슷하다
지금 퇴직하는 사람은 놀고 싶어도 놀 수가 없다
무능력자 이거나 게으런 놈이거나로 낙인 찍힐 거 같거덩
같이 오르면서 재취업 면접 본 이야기가 주제였다
아래쪽으로 너무도 길이 뚜렷하기로 따라 내려갔다
그런 나를 두 사람은 불러 세우더라
기억에 이 들에도 이렇게 국화와 개미취류가 많지 않았다
아마도 누군가가 그 씨앗들을 뿌렸으리라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주변은 산돼지들이 뒤집은 폐허의 흔적들이 기억에 강하지 들국화는 아니었지 싶다
여하튼 아름답게 번져졌다
아마도 해가 갈수록 그 식생은 넓어질게라
'샘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밥이나 먹으세'
'설마 다시 올라 오는 거는 아니제?'
나는 들국화를 볼 때 마다 그 선생님이 생각난다
들국화 지절이 오면 학교 올 때 마다 따 오라고 하시던 선생님이었다
아마도 심각한 폐병이나 유사 환자였던 모양이다
몸무게가 40kg나 나갈까 싶었기 때문이다
들국화가 차나 즙으로 먹으면 천식 따위에 좋다 하셨던가
여하튼 우리는 부지런히 따 바쳤는데 시방도 이 세상에 계실까?
샘터 박지가 조금 그리웠는데 대충 그대로다
그 주변에도 구절초가 피어 있더구나
샘이 너무 깊고 또한 맑다
가재가 살고 있으려나 싶어 한참이나 들여다 보며 찾아 보았다
이 그냥 가만히 있는 샘을 일부러 막는 자들의 심뽀는 무엇일꼬?
그 스님은 그러시더라
<아무것도 아님>
나는 <이 뭐꼬?>의 한가지 답이 그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듣고 제법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촌놈들은 이 숲속에 이런 연못이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란다
그리고,
사람이 일부러 팠다 하니 두 번 놀래더라
아.....!
그 동안 왜 못 보고 지나쳤지?
찜~^^
그리고 길 없는 길을 길 따라 내려왔다
길이 있다고 믿는 것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하는 믿음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혼란에 빠지고 절망에 빠지고 또한 괴로워 하는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이 말을 잘못 해석해서 또라이 소리 듣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