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늦은 봄, 우리 마을에 터를 마련하고 귀농하기에 앞서 몇 년간 주말 농장을
시작한 민규아빠가 처음 한 일은 커다란 중고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은 일이다.
다행히 구입한 터에는 대지가 있어 별문제 없이 컨테이너를 내려놓을 수 있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도 인입하고 물도 끌어들였다.
그 사이 밭에는 콩 그리고 가을 옥수수도 부부가 직접 심었고 그 커다란 컨테이너
안에는 거의 중고 살림살이로 가득 채워졌다. 물론 이동식 똥통 하나도 컨테이너
옆에 가져다 놓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러니까 99년 귀농결심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 터를 구입한 후 행했던
나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자못 흐뭇했다.
주 5일 근무가 확산 되면서 민규네 식구는 금요일 늦은 밤에 어김없이 내려와
주말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전형적인 주말농장 가족이 이미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규아빠가 1.3톤 트럭에 나무를 가득 싣고 내려온 것이
달 포 전 일이다. 민규아빠는 외국인 회사 구매담당 일을 15년 동안 하고
있는 발이 넓은 사람이라 “거래처 어느 곳에 나무 박스 자재를 쉽게
구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술자리에서 내가 조언한 적이 있었다.
수입용 기계박스 자재인데 부부와 민규가 거래처 공장 공터에 쌓여있는
박스를 해체하고 박혀 있던 못을 뽑았다고 한다. 비록 중고 박스 자재지만
나무는 내가 탐을 낼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주말농장 숙소로 컨테이너는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은 그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위에는 지붕을 씌우고 내부에 화장실과
주방을 갖추어 꽤나 고가로 파는 곳이 늘고 있다. 나무를 가져다 논
민규아빠가 내게 그 컨테이너 앞에 차양을 달아 달라 주문을 했고
그 일이야 하루나 길어야 이틀 정도면 끝내는 일이기에 그러마 하고
약조를 했었다.
민규네 식구가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마을로 내려오기 몇 일전
민규아빠 전화가 있었는데 휴가 때 차양 내는 일을 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차양공사를 지붕공사로 바꾸고 그 지붕 밑에 조그만
다락방도 있었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전화를 받고 가끔 같이 일을 다니던 친구들에게 귀농후배가
이러저러한 일을 부탁하니 도와주겠냐고 물으니 이 무더위에
뭔 지붕 공사냐 하며 가을에 하자고 이웃하고 있는 영길이가 이야기
했지만 민규아빠 마음이 급하고 그 속 모르는 바도 아니니
우리가 이해를 하고 그냥하자 하여 8월 2일 일을 시작했다.
철판에 나무를 결합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뜯어온 나무는 모두 4센티 두께에 폭 14센티, 23센티, 28센티이고
길이는 대략 320센티였고 기둥목은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먼저 컨테이너 상부를 두르고 있는 사각파이프에 구멍을 내고 나무를
볼트로 결합한 다음 고르지 않은 컨테이너 뚜껑 위에 일정 간격으로
나무 상을 깔았다. 그 다음은 그 상위에 평상을 놓듯 나무를 깔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별도의 기둥목이 없는 지라 14센티 나무를 잘라 썼다.
일을 하기로 하면 주문한 사람의 기본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목수의 몫이다. 컨테이너 위에 나무로 지붕과 다락방을 짓는 일은 처음인지라
꽤 여러 생각을 하여야 했다. 그 중 컨테이너에서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 내는 문제 그리고 기둥처리 그러니까 폭이 좁은 컨테이너 중앙에
기둥 없이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골몰해야 했었다.
결국 서까래와 서까래를 정확히 마주보게하고 양 서까래가 이룬
각 모양을 별도 나무로 만들어 양쪽으로 붙어 해결했고 계단 역시
철판 일부를 오려내고 꽤 괜찮은 나무을 만들기로 하였다.
그 사이 민규아빠 요구 사항은 점점 늘어만 같다.
조그만 다락방이 미니 이층이 되었고 차양도 별도로 달아내야했다.
그리고 미니 2층에 한 쪽에는 높은 정자와 앞쪽, 그러니까 차양 위에는
쪽마루까지 해달라는 요구였다.
민규아빠 휴가 때 그리고 주말에 일을 하다 보니 거의 한 달이 지난
셈이지만 어제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날 수를 계산 하면 대략 8일 만에
얼추 민규아빠 요구 사항을 해결하게 되었다.
마지올림
마지공방 (majee.co.kr)
첫댓글 보리수님 강원도행은 잘 진행되고 있으신지요. 컨테이너로 시작하신다면 참고하시라고 퍼왔습니다. 멋도 있고 공간활용도 되고 특히나 여름철 찜통은 면할수 있으리라 보입니다.^^*
경량구조 목조주택을 배우고 있습니다. 위 그림과 같이 여러 방법으로 응용 할수 있을것 같군요. 비용이 절감되는쪽으로 선택할것입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