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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통나무학교
 
 
 
카페 게시글
♥ ***자유게시판 스크랩 측대보와 대각보...슬픈 이야기^^
마루 추천 1 조회 196 14.02.11 00:0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네발 짐승이 걷는 것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지요?
네발짐승은 아주 판이한 두가지 방식으로 걷습니다.
<측대보>와 <대각보>.
측대보의 경우, 오른쪽 앞발과 오른쪽 뒷발이 동시에 나갑니다.
그 다음에 왼쪽 앞발과 왼쪽 뒷발이 함께 움직이죠.
반대로 대각보의 경우, 동물이 우선 오른쪽 앞발과 왼쪽 뒷발을 내딛고
그 다음에 왼쪽 앞발과 오른쪽 뒷발을 내딛는 것을 말합니다.

동물학자들은 아직도
이 수수께끼를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발돋이 <가축>들은 한결같이 대각보로 걷고,
(고양이, 개, 말, 암소,...등등)
반면에 <야생>의 짐승들은 측대보밖에 모른다는 것
(고요테,여우,염소,호랑이, 들소....심지어 낙타, 코끼리까지도.)
말이지요.

늑대와 독일산 쉐퍼드를 구분하려면
걷는 모습을 잘 보면 됩니다.
늑대는 측대보로 걷고
세퍼드는 대각보로 걷거든요.
(물론 물을 먹여봐도 되긴 하죠..
개는 물을 핥아먹고, 늑대는...들이마십니다.^^)

그렇다면
네발짐승의 걸음걸이를
측대보에서 대각보로 바꿔 놓는 것은
바로 <인간>의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문명의 효과일 것인데,
참 이상하고 신기한 일 아닌가요?

이런 걸 알게 되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거리에서, 들에서, 혹은 영화나 티비에서
네발짐승이 걸어가는 것을 보기만 하면,
측대보로 걷는지 대각보로 걷는지
관찰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물론,
균형..이라는 면에서 생각해 보면
대각보가 이상적인 걸음걸이임은 분명합니다.
측대보보다 더 균형이 잡혀 있고,
덜 피곤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대각보로 걷자면... 땅바닥이 아주 고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길, 목장, 혹은 집안의 마당 같은 형태로
그같은 땅바닥을 가축에게 <제공>한 것이지요.
반면에
울퉁불퉁한 땅바닥, 모래땅, 늪이나 바위가 많은 지면에서는
측대보가 더 쉽고 안전합니다.
결국
측대보는 야생의 걸음걸이요 시골의 걸음걸이인데 비하여,
대각보는 세련과 문명의 걸음걸이...입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 한가지!
말의 세가지 보조____평보(걷기), 속보(빨리 걷기), 구보(달리기)___ 를 한번 봅시다.
평보가 대체로 대각보이고
속보가 항상 순수한 대각보인데 비하여,
구보는..<반드시> 측대보!라는 사실을
우리는 관찰할 수 있습니다.
속보란 야생마들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적이고 부자연한 걸음입니다.

길들여진 말이..
걸을 때는 대각보인 말이
비로소 뛰기 시작하는 순간,
그 생생한 < 야생성>을 자신도 모르는 새 획득하는 순간,
길고 힘찬 말다리의 근육들이 측대보로 들판을 뛰어오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요?
네발 짐승은 아니지만
인간이 두손 두발을 어슬렁거리며 걷는 모습
한번 관찰해 볼까요?

어떻게 하는가요... 대각보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이 기어가는 것을 보십시오.
그리고 쇼윈도우에 걷고 있는 당신을 비춰 보십시오.
북한군이나 소련군 독일군 제식 훈련장도 아닌
일반적인 거리를 걸을 때,
측대보를 흉내내며 걷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면에
<상당한 분량의 야성>을 감추고 있다고 보아야 할 지 모릅니다.^^**

........................

나는
방 안에 아무도 없음을 먼저 확인 한 후,
방바닥에 엎드려 봅니다.
허리를 고양이처럼 한껏 스트레치 하고
엉덩이는 약간 높게 들어야하죠?
그리고 나의 앞발과
무릎 굽힌 두 뒷발의 갯수를
마음 속으로 헤아려 봅니다.

흠....네개, 맞지???

이제 천천히
아무 선입견 없이
내가 고양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승냥이라는 생각으로
어슬렁 어슬렁 장농 쪽으로 걸어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우이씨, 대각보로 걷고 있자나요???ㅠ.ㅠ

다시 이번에는
내가 호랑이라고 상상하며
허리를 좀더 길게 빼고
날카롭게 앞을 노려보면서
장농 쪽에서 문 앞을 향해
네발을 내딛어 봅니다.........................



그래도
<대각보>입니다.
난..내가 야생성을 제법 지닌 여자라고
뻥치고 다니는 일을
좀 자제해야 될 것 같다는
슬픈 자각에 빠집니다.
웃지말고 해보십시오, 당신도!

먼먼 어느 순간에는
들짐승이었을지도 모르는 당신도,
지금은
평평한 방바닥과 잘닦인 마당에 길들여진
대각보 걸음으로 걷고 있을 지 모릅니다.
술이나 한잔 하면...
말처럼 한번쯤은 측대보를 회복할런지도 모르지만.



-----
미셀 투르니에의 글을 읽다가
방바닥을 기고 있는 샴고양이 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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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2.15 23:04

    첫댓글 그동안 짐승들 걷는것 관찰하느라 카페글 올리기에 시간을 못내셨군요
    그리고 사람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측대보는 불가능 함니다 개가 측대보를 못하드시

  • 14.02.17 22:43

    사람이 대각보가 아닌 측대보로 걸으면 '고문관'이라 하여 얼차례받습니다. 고로 측대보를 할려면 머리를 비워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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