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쬐는 날 서울 종로 4가 종묘공원에 가면 서울을 비롯해서 지하철
닿는데서 올라와 이곳에 터잡이한 주로 70이상의 노인들을 집단으로 만날
수가 있다.간혹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노인에게 다가가서 말문을 트이게
하면 이게 웬떡이냐고 생각하고 인생 삼국지이야기를 늘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서 만난 한 어르신...나이 70은 족히 보인다.
"내 소시적에 한가닥 했지.김두한이 밑에서 있으면서 왜놈 칼잡이들 한번
두발장사로 부자지를 걷어차면 십리 바깥으로 나가떨어졌어.다시 덤비는
놈들 쌍칼 맛을 보였지. 그래서 내가 별명이 쌍칼이야.종로 쌍칼하면 그
당시는 주먹잡이들 설설 기었지."
"아 그러신가요? 집안도 족보가 괜찮았겠네요"
신이난 어르신, 휘발유에 불이 붙었다.
"충청도연기군에서 만석지기였지.원래 지주 집안이었거던,남들 굶을때 우리
어르신은 말타고 서울 나들이 했지.인물이 워낙 좋아서 기생들이 서로 차지
하려고 날리 법석도 아니었어.그 당시 군수들이 때가 되면 절하러 올정도였으니까."
"어르신께서는어릴때 호강을 많이 하셨겠네요"
'그야 말이라고 하나.옷을 해입어도 금칠을 할정도였으니까.그 당시 금칠한
옷 입고 다닌 사람은 나밖에 없었지.옥양목이 아니라 금양목이지"
"여자들도 많이 따랐겠습니다."
"지금은 늙어서 그렇지 내 인물이 어디 범상한가.젊은 여대생들이 매일 편지를
보내고 집앞에서 나를 보려고 데모를 하고...원 그 날리 구경하느라고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왔지.결국 몇명 자살하거나 약먹고 죽었지.내가 눈을 주지
않으니까 참 안타까운 일이야. 지금 생각하니...."
"자녀분들은요?"
"응 한아이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 가서 연구하고 한 아이는 서울 법대 출신인데
아직 고시공부를 하고 있어.며느리를 얻으려는데 이 아이가 서울대학 출신 아니면
안하겠다고 고집을 하는게야."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르신께서는 요즘 무슨 일을..."
"그냥 소일삼아 아파트 일을 좀 봐주고 있지."
"그럼 경비일?"
"강남에 있는 아파트야. 변두리 시시한 시민 아파트완 그 물부터 다르지."
"오늘은?"
"비번이라 나왔지. 어디 갈데도 없고해서..."
다시 한번 그 노인을 살펴보니 어딘가 빈티가 나고 초라해서 그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때 어느 교회에서 나온 신자가 손마이크로 점심식사하실분은 빨리 치례대로 줄을
서라고하자 그 어르신, 총알같이 그리로 달려갔다.
웬 걸음이 그리 빠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