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등산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효율적인 보행과 지나친 체력 소모를 방지하고 회복시켜야 하는 레스트스텝(Rest Step, 휴식보행법)과 아이젠을 신고 걷는 기술을 배운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우린 산악스키를 신고 걷는 법을 배워야 할 시점이다. 산악스키를 이용해 산을 오르고 이동하는 기술은 안전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부상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활동 범위를 넓히고 힘든 오르막길을 더욱 즐겁고 도전적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스트라이딩(Striding)
1. 자세
스트라이딩은 효율적이고 부드러운 이동이어야 한다. 스트라이딩을 할 땐 걸음에 체중을 실은 후 똑바로 선 상태로 머리를 세우고 약간 어깨를 뒤로한 자세가 좋다. 무릎은 약간 굽히고 등은 똑바로 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체중은 발꿈치를 통해 아래쪽으로 실리게 한다. 발과 스키는 어깨너비 보다 조금 좁게 벌린 상태에서 제대로 균형이 잡힌 자세를 취한다. 체중을 폴대에 싣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효율적인 스트라이딩은 상체의 움직임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 보폭
보폭은 설사면과 설질에 따라 다르고 이동하는 지형과 페이스에 따라서도 다르다. 경사진 곳에서 넓게 걸으면 힘이 더 든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먼저 부츠를 걷기 모드로 전환하고 부츠의 버클을 풀어 둔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보폭으로 걸으면서 얼마나 힘이 드는지 체크하고 가장 큰 보폭과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보폭 사이에서 점차 보폭을 줄여본다. 다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짧은 보폭으로 걸어보고 점점 효율적인 보폭에 다다를 때까지 보폭을 늘여본다. 일련의 과정을 연습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보폭을 찾는 게 중요하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보폭이 크다고 해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좁다고 해서 느리게 이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효율적인 자신의 보폭은 주어진 페이스에 따라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경로를 이동하는 것이다.
tip. 장갑을 끼고 스틱의 샤프트를 자주 놓친다면 스틱 상단부를 테이핑 처리하거나 샤프트가 코팅된 폴대를 사용하도록 한다.
킥턴(Kick Turns), 방향 전환
눈 위에 가상의 선을 그려 직선으로 오를 수 있지만 어떤 지점에 도달해서는 스키가 뒤로 밀리고 발목이 필요 이상으로 꺾이면서 에너지가 낭비된다. 그러나 스키를 신고 방향을 전환하면서 진행할 땐 직선 경로를 걸을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시간이 다소 지체될 수 있다. 암벽등반의 경우에는 같은 지점에서 출발해도 루트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스키 등반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비하면서 효율적으로 등반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스키 등반은 인공적인 슬로프가 아닌 자연 상태의 눈 덮인 사면을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하는 지형에 따라 눈이 단단한 곳을 통과하기도 하고 가루처럼 날리는 곳, 암각이 도출됐거나 평평한 곳을 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스키로 턴을 시도하다가 스키의 탑이나 테일이 나무 또는 다른 지형지물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이동하는 지형에 따른 다양한 킥턴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킥턴을 익히려면 연습이 중요하다. 킥턴을 하기 전에는 우선 평평한 땅 위에서 스키를 신고 양쪽 스키를 번갈아 들고 스키에 체중이 실려도 뒤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킥턴 순서
턴 위치에 도달하기 전 몇 발자국 거리를 두고 각을 평이하게 만든다.
턴을 하고자 하는 지점에서 몇 걸음을 더 나아간다.
턴을 하기 위해 정지할 때 낮은 각도로 스키를 두고서 정지한다. 스킨이 전혀 미끄러지지 않는다면 폴라인(fall-line)에 직각이 되도록 스키의 방향을 잡고 탑과 같은 높이로 테일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즉시 스키의 탑을 다음 진행방향으로 전환해 내려놓으면서 체중을 옮긴다.
반대쪽 스키를 들어 옮긴다.
경로설정(Route Finding)
스키등반에서 스트라이딩은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 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전진해야 한다. 훌륭한 경로설정에는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지켜야 하는 데 안전과 효율성,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1. 안전
먼저 살펴볼 것은 ‘안전’이다. 안전이 제일이다. 안전은 경로를 위한 지역 선택 시 항상 우선시해야만 한다. 만약 안전성에 관한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눈사태 지역에서 훌륭한 경로설정이란 경사 방향과 각, 눈의 상호 작용 등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지형을 살펴보는 걸 의미한다. 경로설정 시 안전을 고려해 눈사태와 크레바스의 추락 등 객관적인 위험을 염두에 두고 항상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스키 등반팀의 리더는 반드시 경로설정에 있어 ‘객관적인 위험은 무엇이며 이러한 위험을 피하거나 참을 수 있는 수준까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경로를 선택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내가 안전한가? 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2. 효율성
스키 등반에서 효율성이란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 스키 등반의 최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가파른 경로를 오르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최대한 킥턴을 자제하면서 근육을 더 심하게 움직이며 오르는 방법과 킥턴을 자주 하면서 더 많이 스트라이딩을 해야 하는 방법이 있다고 가정할 때 어떤 방법이 효율적일지는 팀원들의 체력과 시간, 기후조건 등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효율적인 스키 등반을 위해서는 경로각과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심장박동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으로 효율적인 라인을 선택해야 하는데 너무 직접적이거나 돌아가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킥턴 위치와 횟수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턴을 선택해야 한다.
3. 속도
속도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소요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이동에 걸린 시간을 이동거리로 나눈 값이다. 속도는 경로를 설정할 때 가파른 경로를 더 많이 넣으면 빠르게 목표 지점에 도착할 수 있다. 넓고 경사진 협곡은 스키를 벗고 부츠만 신은 상태로 이동할 때가 더 빠를 수 있다. 스키 등반 전체에서 속도를 높일 것인지, 늦출 것인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