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청소에 학배기(잠자리유충)의 우화를 목격하다.

[금낭화]

오늘은 그간 마당에 겨울을 보내고 화분사이로 낙엽이 쌓여 일부는 썩어 좋은 거름도 되겠지만, 그러기 전에 어설픈 흉물로 보여서 청소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통 속에 씻지 않은 더러운 비닐을 깨끗하게 씻고 빨래 건조대에 널어두며, 무늬줄사철나무도 전지하고 그 아래 쌓인 낙엽도 치우면서 허리도 펴서 이리저리 흔들며 운동겸해 정리를 한다.

마당 한켠에는 뒤늦게 큰일 잔치를 하느라 콩타작도 못해 아이, 내자, 나 이렇게 3명이서 포터를 빌려, 농기계 대여센터를 여러번 방문해서 콩타작기를 어찌하면 빌릴 수 있는지를 2번 방문, 세 번째에야 하루 빌리는데 3만원을 들여 예약을 해야 하지만 하도 여러번 방문한 일로 당일 대여를 해주어 열공으로 하루만에 타작한 콩깍지를 쌓아둔 더미 가장자리에 묻혀있는 화분도 꺼내 햇볕도 보게 하고, 겨울 방치한 죽은 수련 물동이도 깨끗이 물을 비우고 씻고 말리고 난리를 치룬다.

 한참을 요란스럽게 물동이를 청소하던 중에 그 물속에서 자라던 잠자리(청령(蜻蛉), 청정(蜻蜓), 청낭자(靑娘子)) 유충(학배기라고 하고 한자로는 蠆(전갈 채)를 써서 수채(水蠆)라고 부른다.)이 우화를 거의 마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늦은 가을철에 수련을 실내로 거두어 들일 때 청소를 하면서 나오는 유충을 거의 죽이지 않고 한곳의 물동이에 넣어 겨울나기를 하도록 하는데, 지난 해에는 이젠 거둬들이는 일도 하기 싫어서 물동이 위에 비닐만 씌우고 야외에 그대로 방치를 했었다.

살놈은 살고, 못견디고 가는 아이는 할 수 없다고 여기면서도 그래도 미련이 쪼금은 남아 있어 몇개의 어린 열대수련 어린 묘를 몇개 물을 넣은 된장통 프라스틱 용기에 넣어 베란다에 둔 것도 있었다.

이리저리 정리를 하는 가운데 야외에서 물동이 속에 열대수련의 싹이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2024년 열심히 키워보면 어떤 아이가 야외에서도 견뎌낸 놈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

총명도 이젠 한고비를 넘는데, 그 때에 가서 이 놈이 그 놈 같고, 저 놈이 그 놈 같고, 그렇지는 않을지?

 그런데, 이 어린아이는 도대체 23년도에 씨를 뿌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왜 24년도에 수련씨가 발아하여 요렇게 내 눈앞에 나타날까?

대구수목원에서 22년도 늦가을에 가보았더니 물위에 수련이 열매가 맺혀 있길래, 그걸 채취하여 된장 프라스틱통에 넣어 두었다가 23년도 봄에 뿌렸던 아이다. 그게 또 한해를 물속에 있다가 이제 발아를 한거다.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 지난 해에 발아했던 아이는 어디에 간건지 지금은 나도 모른다. 물동이 구멍뚤린 곳에 비닐을 깔고 수련을 심었더랬는데, 그게 어디서 물이 새는지 자꾸 물을 채워도 안되기에 있던 흙도 꺼내고 새로 깔면서 그 속에 지난 해에 발아했던 아이가 어디에 섞여버렸는지, 나는 모른다.

그 흙을 또 새로 깐 비닐물동이 속에 넣었으니 그 속에서 살면 다행인거고. 그 놈의 운명인거지.

모든 걸 다 챙기면서 살려고 해도 이젠 팔의 근육에도 무리가 와서 손가락이 지멋대로 조금 무리하게 일하면 경련도 지 맘대로 파르르 떨고 자빠졌으니, 더 무리하게 신경 곤두세우며 아락바락 사는 게 물 건너갔다.

24년도에 열대수련의 꽃을 보여 주면 그게 요행스럽게 살아난 놈들이라는 걸 아셔야겠지요.

흐르는 곡은 Laura (로라) 색소폰 연주 - Ace Cannon입니다.

하던 일을 하다가 또 그 우화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아뿔사!

잠자리가 우화를 마치고 그만 훌쩍 떠나가 버렸다. 잠자리의 완전한 모양이 어떤 잠자리인지 그 이상의 다른 모습은 아닌지 알길이 없다. 아쉽다. 수채(水蠆) 껍질만 남겨두고 가버렸다. 그것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물동이 가장자리에 올려두고 찍었다.

우리 인간의 모습도 죽으면 유체이탈을 한 모양새가 이럴까?

저 남겨진 껍질은 화장터를 거쳐 갈것이고, 유체이탈하여 날아간 잠자리는 혼이 되어 멀리 또 멀리 날아 무엇을 하는감?

쓸쓸한 모습들이다. 저 허망한 남겨진 몸뚱어리를 보며 한숨을 길게 쉬어본다.------------------_________-------------------

저 곳에 저렇게 예쁜 숲속의 두견화를 보러 갔을까? 올해에는 더 하얗고 볼그레한 모습이 예쁘게도 보인다. 면소재지를 다녀오다가 동네입구의 오른쪽 산속에 핀 두견화를 보고 너무나 예쁜 모습이어서 차를 세워두고 뒤로 조금 걸어가 지나친 두견화를 접하게 되었다.

요상한 새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꿩의 울음도 한번 들린 것같고, 그러곤 또 새의 울음은 계속된다. 조용히 봄날은 계속이 된다.

어제처럼 오늘도 그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봄날은 지나간다.

2024년 5월 2일 06시 24분

바깥 날씨는 섭씨 4.7도

아주 날이 쌀쌀하다. 임하댐의 영향인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얼굴에 그 습한 가는 물방울이 와 닿는다. 8시 7분에 밖을 보니 햇볕이 드러났다. 지금은 온도가 17.9도를 웃돈다. 햇볕이 직접 닿으니 센서의 온도가 23도를 가리킨다. 

컴을 끼고 앉아 있으면 시간이 잘도 지나간다.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