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생이 장문의 편지를 보내 질문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불렀습니다.
“질문이 뭐냐?”
“스님은 왜 봉사합니까?”
“네 어머니가 가게를 한다 치자.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너더러 주말에 가게 좀 봐달라는데 너는 여자 친구하고 놀러가게 되어 있어. 그러면 일요일에 가게 가고 싶을까, 가기 싫을까?”
“가기 싫죠.”
“그럼 ‘가게 갈래, 여자 친구하고 놀러 갈래?’하면 어느 거 할래?”
“놀러 가죠.”
“그러면 어머니가 가게 봐달라는 게 귀찮은 일인가, 아닌가?”
“귀찮은 일이죠.”
“그래, 그래서 친구하고 어울려서 놀러 갔다 하자. 그런데 한 달 있다가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어. 자, 그러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생각해 보니 친구하고 놀러간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겠니, 친구하고 놀러가지 않고 엄마를 도와주는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겠니?”
“그야 엄마를 도와주는 게 잘한 일이겠죠.”
“그래. 한 달도 못가서 생각이 달라졌지? 한 달, 1년, 나아가 10년이고 20년 뒤에 돌아봤을 때 어느 것이 내 인생에 이로울까를 생각해야 해. 어머니를 도와주는 것은 어머니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더 나은 일이야. 봉사도 그렇다.”
봉사라는 것은 남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그 전에 나에게 더 큰 이익이 됩니다. 길 가다가 넘어진 애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과 길 가다가 어린애의 발을 걸어서 일부러 넘어뜨리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에게 이로울까요? 아이의 입장은 놔두고서라도 일으켜 세워주는 편이 나에게 이롭습니다. 뿌듯한 기쁨이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뿌듯하니까요. 그런데 아이에게도 이로우니 더 좋지요. 그래서 우리가 보시하고 봉사하고 수행하는 것입니다.
남을 돕는 일은 나에게 좋은 일입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행 정진하는 것은 나에게 좋은 일이에요. 정신 차리고 사는 것은 나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한테 좋은 일을 안 하고 외면합니다. 달콤한 음식은 혓바닥에는 즐겁지만 몸에는 나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혓바닥의 맛에 집착하면 혓바닥에 좋은 음식만을 먹어 몸에는 나쁜 결과가 생기곤 합니다. 그래서 다음날 후회하게 되지요. 술은 목으로 넘어갈 때 즐겁습니다. 당장 술 마시는 오늘 저녁에는 기분이 좋아요. 그러나 내일 아침에는 괴롭습니다.
봉사란 시간을 내서 남을 도와주고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참된 봉사는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회사 다니는 사람이 자기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거들어 주는 것은 가짜 봉사입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착실히 가르치면 그게 봉사하는 삶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 돼서 아내를 편안하게 해주면 그게 봉사하는 삶이고, 한 부모의 아들이 돼서 부모를 편안하게 해드리면 그게 봉사하는 삶이다.
출처 : 법륜 스님<지금 여기서 깨어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