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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는
동네에 재앙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변태 한놈 몽둥이로 감쪽같이 해치우고
고고히 아귀산이라는 데 올라
말을 돌보고 연을 날리며 언제나처럼 침묵할 수 있단다.
아버지는
집안 대소사에 눈도 깜짝하지 않는 어부란다.
가장의 생은 없고 오직 어부로서의 생만을 고집하겠단다.
어머니는
뒷 별채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산송장이란다.
장남은
걔중에 평범한 인물이나 젤 측은단다.
콩가루 집안의 장남 오죽하겠는가. 훠얼 잘나지도 못했으니 오죽하겠는가.
큰며느리는
바람피우고도 천연덕스럽게 그런 일 없다 잡아뗄 줄 아는 후후... 콩가루 집안에 딱인 그런 여자란다.
둘째아들은
요놈은 자기 누이를 건드린 천하의 패륜아란다.
세째아들은
동네 건달이란다. 동네 건달 오야붕에게 잘보일려구 자기 누이도 갖다 바친단다. 동네 건달로 나날이 잔뼈가 굵어져 가겠단다.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는
하.. 백치란다. 오빠랑 관계하는 게 왜 나쁜 지 모른단다.
하.. 미혼모란다. 그 동네 소년이 애 아부지란다. 결혼도 안하고 애를 덥썩 낳고도 스스로가 대견하단다.
이정도면
콩가루 집안임에 틀림없다.
콩가루 집안에 어울리지 않는 가족은 단 한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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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가족, 마루야마겐지/김춘미옮김, 현대문학,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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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에는 물처럼 유연한 문체이다.
자기 누이를 범하고 그렇게도 머물고 싶어하던 고향을 등지고 오년여의 세월을 돌고돌아 그렇게 마을 어귀에서 죽어가는 이의 마음이다.
죽어서도 가족곁을 물이 되어 떠도는 이의 마음을 짚어간다.
무에 그리 단란한 가족이라고.. 무에 그리 살뜰한 마음이 남은 가족이라고...
가족의 화해, 패륜아의 구원으로 끝마무리를 한다. 그럴것이다 추측되는 당연한 결말이 좀은 식상하기도 하고 좀은 싱겁기도 하다.--- 물론 결말로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게 하는 <물>이 갖는 의미와 비유는 참으로 흥미롭고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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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른 겐지의 두번째 책은 <물의 가족>입니다.
bluesun님이지요? 제가 가장 아끼는 소설이에요, 라고 소개하신 분이.
마루야마 겐지. 소재부터가 남다르다 여겨집니다.
오토바이와 달 그리고 물과 가족...
마루야마 겐지. 문체 또한 남다르다 여겨집니다.
빈정거리고 깐죽대고 충동질 해대는 어법
돌맹이가 훤히 비치는 맑은 개울물이 흘러가는 듯한 유연하고 매끄러운 어법
책마다 이렇게 다 다른가요??
제가 고른 겐지의 세번째 책은 천년동안에 입니다. 어떤 문체가 어떤 소재가 날 기다리고 있을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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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책읽기 게시판
콩가루 집안이네!?
쿤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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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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