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인파산사건의 심리가 엄격해지면서도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또 법원에 따라 들쭉날쭉했던 개인회생제도의 실무기준도 통일된다.
지난 16일 전국 법원에서 개인회생·파산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판사 35명은 대법원 16층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개인회생·파산사건 처리에 있어서 법원간 편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판사들은 회의에서 개인회생·파산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구두심리를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재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파산사건의 심리방식을 구두심리로 전환하고, 일정한 경우에는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심리방식을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대구지법, 부산지법, 광주지법에만 있는 개인파산관재인단도 다른 법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법원이 이같이 입장을 변경한 이유는 채무자 가운데 재산을 타인 명의로 돌리고 파산선고를 받는 등 개인회생·파산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최근들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개인파산사건이 줄고 있어 사건심리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사태 직후 꾸준히 증가하던 개인파산신청이 2007년을 기준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사건은 2006년 12만여건이었고, 2007년 15만여건을 기록했으나 2008년 11만8,000여건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1만여건이 접수됐다. 올해도 상반기에 4만여건의 신청이 들어와 올 한해 전체 신청이 8만여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파산사건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파산선고절차와 면책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법원은 현재 파산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면책심리를 시작했는데 이는 채무자 입장에서 보면 절차가 늦어지고 파산선고로 인해 자격제한상태가 길어진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따라서 앞으로는 파산선고 전에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면책신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의기간과 파산심문기일을 지정해 이의기간 중에 채권자가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심문에서 별 문제가 없는 일부 사건의 경우 파산선고와 면책결정을 동시에 하도록 할 방침이다.
파산사건의 가장 큰 변화가 구술심리의 확대라면 개인회생제도에 있어서는 전국 법원의 제도운용편차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구체적 실무기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회생의 경우 회생신청 전 1년 이내의 채무를 ‘최근채무’라고 보고 최근채무가 전체 채무 중 일정비율 이상일 경우 ‘고의로 채무를 늘리고 면책받으려는 악의적 채무자’로 봐 개인회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계적으로 최근채무 비율을 따져 최근채무가 일정비율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회생신청을 기각하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최근채무가 일정비율 이상인 채무자에게 채무의 사용처와 발생경위 등을 물어 이를 토대로 판단을 하게 된다. 또 소득에서 일정 부분 빚을 갚아야 하는 개인회생의 경우, 전체 소득에서 생계비를 뺀 돈을 빚을 갚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소득이 불투명한 채무자에게는 최저생계비의 150% 미만 범위 내에서 생계비를 산정, 소득에서 빼야할 생계비로 정하도록 했다. 소득이 불투명한 채무자의 경우, 다른 재산이 존재하거나 소득을 숨길 우려도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사정이 의심스럽다면 생계비를 낮춰 갚아야 할 돈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반면 소득이 투명하고 고소득이라는 이유만으로 생계비를 쉽게 상향해 인정하지는 않도록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 법원에 따라 개인회생·파산의 실무운용기준이 달라 사건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회의를 통해 통일적 기준을 마련해 사법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