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과 치질
****
개인적으로 가난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여겨지는 문장이 있다.
--- 찢어지게 가난하다.
찢어지게 앞에 생략된 무엇이에 해당하는 말을 넣으면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
***
흥부네 가족은 가난했다지?
흥부네 가족은 끼니를 굶는 날이 더 많았을 거야.
먹은 게 없으니 소화할 것도 짜달시리 없었을 거야.
그러니 장운동이 느려지고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똥구멍으로 나오는 시간이 지체되고
배출이 지체된 똥은 땡글땡글 굳어지고
가끔씩 배출되는 땡글땡글한 똥은 똥구멍을 자극하고
똥구멍의 핏줄이 밖으로 돌출되기도 하고 터지기도 하겠지.
찢어진 똥구멍에 핏방울이 맺혔을 거야.
흥부도 흥부의 마누라도 틀림없이 치질쟁이였을 거야.
흥부의 자슥도 큰놈들은 치질쟁이였을 거고 어린놈들은 아마 아닐 수도...
**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
--- 처,절,한, 문장이지 않은가??
*
가난과 치즈케이크
**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음과 같은 아기자기?한 제목으로 글을 하나 썼다.
--- 치즈케익크와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나의 가난
***
우리는 가난해서
뾰족하고 기다란 치즈케이크 모양의 땅에서 살았다.
우리는 가난해서
두 철로 사이에 꽉 끼여 열차의 소음이 장난이 아닌 집에 세들어 살았다.
우리는 가난해서
외풍이 심한 집에 살았고 스토브 살 돈이 없어 겨울철 지옥같은 추위에 시달렸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홍차를 곁들인 치즈케이크를 먹어 본 적이 있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단독주택이고 방이 셋이고 욕조가 딸려 있고 작은 마당까지 있는 집에 둘이서 살았다. 고양이도 한마리 키우면서..
우리는 가난하지만
철도직원 파업이 지속되던 봄에는 나와 그녀와 고양이는 양지바른 선로로 내려가 따뜻한 햇볕을 쬐기도 했다.
****
치즈케이크와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가난
--- 이정도의 가난이면 더이상 처절하지 않다.
*****
똥물에도 결이 있듯이 가난에도 급이 있다.
첫댓글 쿤데라님 보고 싶다. 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