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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에 신문에 올렸던 글입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자기의 사명으로 자각하고 열정과 정성으로 헌신하는 것은 아름다운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진실을 닮으면 더욱 거룩한 것입니다. 그런 한 사람과 교제 했던 일은 되돌아 보면 감사할 뿐입니다. 주일 아침, 먼저 교회를 떠나신 옥한흠 목사님의 설교 음성을 듣고 이 글을 읽었습니다. 황영준 목사 ----------------------------- 저희는 제비 새끼들입니다 전남도민일보 2011. 7. 6.
필리핀 어느 산족 마을 의료봉사 때 의료팀 모습입니다 나는 외국에 나가있는 여러 선교사들과 소식을 주고받는다. 선교지에 따라서는 편지 내용을 은어로 쓰기도 한다. 회사가 잘 되느냐, 직원들 훈련은 마쳤느냐, 자금은 어려움이 없느냐. 우리 회사는 금년에도 가족이 늘었다‘ 뭐, 이런 식이다. C국에 나가있는 정성 형제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역시 그의 성실하고 아름다운 사역을 자세하게 밝힐 수 없어서 아쉽다.
그는 국내에 있을 때 전문직업인으로 성실하고 진실해서 잘 풀려나가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신도 선교사로 헌신했다. 그의 결단과 헌신 그리고 아름다운 사역이 진정한 제자의 삶으로 비쳐졌다. 후원하는 친지들의 예수 사랑도 감격적이다. 대학시절에 함께 성경을 배우며 ‘가는 선교사’, ‘보내는 선교사’로 살자고 꿈꾸던 사람들이다. 그때 그 다짐대로 국내에 있는 형제들은 선교비를 모으고 가족도 자상하게 챙긴다. 예수 안에서 하나인 우리가 육신의 형제만 못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아름다운 형제들의 멋진 삶이다. 그가 출국하던 10여 년 전, 한 친구를 내게 데려왔다. 부부와 남매를 둔 의사였다. 선교단체에서 자기가 돌보면서 신앙생활을 했는데 이제는 목사님이 지도해주라는 부탁이었다. 우리 교회에 등록한 그들은 세례를 받고 신실한 부부집사로 세워졌다.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한 팀이다.
선교사역에 매인 그가 처자식과 부모에게 책임을 다 못한 아쉬움을 고백한다. “2001년 2월. 고국을 떠난 저희는 이제 10년의 해외생활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처음 고향 공항을 떠날 때가 생각났습니다. 먼저 홀로 떠나게 되었는데 어머님, 아내 그리고 친구들이 배웅을 나왔습니다. 목사님께서 설교를 시작하자 어머님께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나이 아홉에 부친께서 소천하셨으니 홀로 된 몸으로 저를 20년이나 길러서 가정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과도한 학비 부담과 저의 수 년에 걸친 질병에도 늘 기도로 보살펴 주신 분입니다. 친구들도 훌쩍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아쉬움이었으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 눈물이 앞을 가렸고, 그 때부터 며칠간 심지어 처음 도착한 다른 나라에서도 계속 흘렸습니다. 문제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전 9남매 막내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심지어 개업까지 한 곳에서 했습니다. 대학을 서울로 갈 수 있었는데도 어머니의 가슴이 그리워서 갈 수가 없었던 전형적인 막둥이 입니다. 눈이 커서 눈물이 많다고 놀림도 많이 받았습니다.”
예수님이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하셨다. J형제는 영혼 구원, 하나님의 나라, 예수 사랑에 매인바 되어 비전의 나라고 가는 것이다. 그에게도 어머님 사랑, 친구들과의 이별의 슬픔이 컸던 것 같다.
“선교지에 도착하여 언어훈련을 시작했을 때 우리의 선교 행을 찬성하지 않은 장인께서 뇌종양에 걸리셨습니다. 장인께서 소천하시고 밤마다 베갯닢을 적시는 아내의 흐느낌을 애써 모른체 하고 잠을 청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안식년을 마치고 선교지로 귀임하면서 어머님께 인사를 갔는데 ‘이제 병원을 그만두어 나에게 진찰 한 번 해주지 않니’ 라는 말씀에 서둘러 검진을 하다가 림파선 전이가 확연한 대장암 CT사진을 보고 엉엉 울었습니다.
두 해 연속 수술을 해야 하는 아내를 안고 한 없이 울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석양 무렵, 논두렁을 아내와 손잡고 걸으면서 오늘도 고백해 봅니다. 주님, 감사해요. 그래요, 저희는 모두 제비새끼들입니다. 당신의 집에서 보금자리를 얻습니다.” 눈물이 스며있는 편지에 나는 눈물이 난다. 십자가의 길을 걷는 자들이 겪는 그 희생을 나도 지나왔기 때문이다
‘나의 왕, 나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여 주의 제단에서 참새도 제 집을 얻고 제비도 새끼 둘 보금자리를 얻었나이다.’하는 고백처럼 신자는 하나님의 날개아래서 평안을 얻는다.
‘주 날개 밑 즐거워라 그 사랑 끊을 자 뉘뇨 주 날개 밑 내 쉬는 영혼 영원히 거기서 살리’ 찬양하며 은혜의 보좌를 바라본다.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않으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