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법
만공(滿空, 1871-1946) 선사
참선법은 옛부터 있는 것이지만
중간에 선지식들이 화두드는 법으로
참선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하여
그 후로 수없는 도인이 출현하였나니,
화두는 1700여 개가 있는데,
내가 처음에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고?’란
화두를 의심하였는데,
이 화두는 의심이 두 개로 갈라지므로
처음 배우는 사람은 "만법이 하나로
돌아갔다 하니 그 하나는 무엇인고?’
이렇게 화두를 들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리라.
하나는 무엇인고? 의심하여 가되,
의심한다는 생각까지 끊어진
적적(寂寂)하고 성성(惺惺)한
무념처에 들어가야 나를 볼 수 있게 되나니라.
하나라는 것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요,
이 정신 영혼도 아니요 마음도 아니니,
하나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고?
의심을 지어 가되,
고양이가 쥐를 노릴 때에 일념에 들 듯,
물이 흘러갈 때에 간단(間斷)이 없듯,
의심을 간절히 하여가면
반드시 하나를 알게 되나니라.
참선한다고 하면서 조금이라도
다른 데 미련이 남아 있거나,
인간으로서의 자랑거리인 학문이나,
기이한 재주 등 무엇이라도
남은 미련이 있다면
참선하기는 어려운 사람인 것이니,
아주 백지로 돌아가야 하나니라.
크게 나의 구속(拘束)에 단련을 치른다면
그 대가로 큰 나의 자유를 얻게 되나니라.
참선을 하려면 먼저 육국
(六國, 眼耳鼻舌身意의 여섯 감관기관)의
전란(戰亂)을 평정시켜 마음이 안정되어야
비로소 공부할 준비가 된 것이니라.
가장 자유롭고 제일 간편한 공부이기
때문에 이 공부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염라국 사자(使者)의
눈도 피할 수 있나니라.
한 생각이 일어날 때 일체가 생기고,
한 생각이 멸할 때 일체가 멸하나니라.
내 한 생각의 일어나고 사라짐이
곧 우주의 건립과 파괴요, 인생의 생사니라.
말이 입에서 나오기 전에 그르쳤다 함은
물질 이전의 마음을 지적한 것이니라.
공부가 잘 된다고 느낄 때
공부와는 벌써 어긋난 것이니라.
꿈 속에서도 공부해 가는 것을
증험(證驗)하여 선생을 삼을 것이니라.
꿈도 없고 생시도 없이 잠이 푹 들었을 때에
안심입명처(安心立命處)를
어디에 두는 지 알아야 하느니라.
꿈이라 하는 것은 업신(業身)의
동작인데, 깨어 있을 때는 생각만으로
헤매다가 잘 때 업신이 제 몸을 나투어 가지고
육신이 하던 행동을 짓는 것이니라.
꿈과 생시가 일여(一如)하게
공부를 해 나갈 수 있어야 하나니라.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문제보다도
이 공부밖에 할 일이 없다는
결정적 신심부터 세워야 하나니라.
오전(悟前)이나 오후(悟後)나
한 번씩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