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논평] 남방큰돌고래 서식처에서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전국바다낚시대회가 웬 말?
정부가 낚싯줄에 걸려 고통받는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을 예고한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를 포함한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대에서 전국바다낚시대회가 열려 우려가 크다. 이곳 대정읍 연안은 낚싯줄과 낚싯바늘이 온몸에 걸린 채 고통을 받아온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현재까지 엄마 및 동료 돌고래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곳이다. 지난 8월 16일 종달이의 몸통에 걸려 있는 낚싯줄을 절단한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은 절단 이후 종달이의 상태를 긴밀히 모니터링해왔는데, 종달이는 지난 두 달간 대부분의 시간을 대정읍 앞바다에서 지내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10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종달이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10월 25일까지 대정읍 연안에서 종달이가 지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제주 전 해역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는 낚시 행위로 인해 버려진 낚시용품이 해양동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죽음의 덫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최근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 바다거북, 연산호의 피해 사례에서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폐어구와 폐낚시도구는 갈매기, 가마우지, 물살이 등의 해양동물을 비롯해 제주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에게까지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대정읍 앞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들은 낚시꾼들의 행동 때문에 위험했던 상황을 핫핑크돌핀스에 토로하기도 하였고, 해녀들이 입는 해녀복에는 낚싯바늘에 걸려 찢긴 생채기와 구멍을 메꾼 흔적이 가득했다. 바다에 온통 버려진 낚싯바늘과 낚싯줄 때문에 해녀들까지도 물질 도중 걸리거나 엉키지 않을까 조심해야 하는 곳에서 오늘도 해양생물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방치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낚시협회에 따르면 원래 숲섬, 범섬, 문섬 일대에서 진행하기로 한 제15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전국바다낚시대회는 기상상황 악화로 인해 대정읍 영락리~신도리 갯바위 일대 개최로 긴급 변경하였다고 한다.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이자 해양생물보호구역 예정지 대정읍 앞바다에서 낚시를 하려는 이들이라면 낚시 행위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감했으면 한다. 낚싯줄은 낚시꾼이 가장 많이 남기는 해양쓰레기이지만 가늘고 투명해서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버려진 낚싯줄이 야생동물의 신체에 엉키는 일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엉킨 낚싯줄을 풀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날카롭고 질긴 낚싯줄이 점점 더 그들의 몸을 조이고 신체의 일부를 절단시키거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전국바다낚시대회 참가자들이 깨닫길 바란다. 그리고 대회를 주최하는 낚시협회 차원에서 육상과 수중에 버려진 낚싯줄과 낚싯바늘, 봉돌, 찌, 낚시도구 포장재, 루어, 생미끼, 떡밥, 음식물 찌꺼기, 페트병, 음료캔, 일회용 컵, 인간 배설물, 물티슈, 담배꽁초, 기타 쓰레기 등을 전량 수거하길 바란다.
최근 대정읍 일대에서는 낚시객 증가에 따른 낚시어선의 증가와 규제받지 않는 남방큰돌고래 선박관광 폭증으로 인해 많은 낚시어선들이 남방큰돌고래 관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낚시어선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놓고 ‘돌고래도 보고, 바다낚시도 한다’고 홍보하는 가운데 이런 배들은 정부가 마련한 최소한의 남방큰돌고래 선박관광 금지 규정조차 전혀 지키지 않고 돌고래 무리 사이로 선박을 운항하거나 돌고래를 포위하기도 하고, 여러 배들이 한꺼번에 선박관광을 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일부 선장의 경우에는 돌고래 보호 규정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한편 매년 전국바다낚시대회를 후원해온 제주도에서는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처에서 이번 낚시대회가 열리는 것에 대해 아무런 사전 준비나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우려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수산자원 관리와 해양환경훼손 우려에 대해 미리 제주도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겸허히 돌아봐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갯바위 낚시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낚시제한구역 확대와 낚시면허제 도입을 서두르길 촉구한다.
2024년 10월 26일 핫핑크돌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