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누리 아홉달 모습이에요.
말로만 듣던 칡꽃 옷곳을 맡아보았어요.
칡꽃도 처음 보네요.
지난해에 푸른누리에 살았을 때 뭐 했나 모르겠어요. ㅎㅎ
씨뿌려 키운 배추새싹을 한실님이 마련해주신 밭에 심으러 개울을 건너요.
목 긴 신발에 물이 들어갈까봐 바위 위에 올라서서 요리조리 수레를 돌리며 끌어서 건넜어요.
심기 앞에 물에 담가주기.
개울이 있으니 이렇게 뭘 하기가 좋네요.
꽃나물 꽃이 잔뜩 피었어요.
밤송이도 제법 달렸어요.
이건 한달 앞 빛박이네요.
이제는 밤이 후드득 떨어지는 가운데랍니다.
개울 건너 저쪽에 밭을 마련해주셨어요.
유채씨앗을 뿌릴 거예요.
할 수만 있다면 기름도 짜먹고, 나물도 해먹고, 이것저것 하고 싶어요.
배추새싹 심으려고 땅을 파는데 두 골 파니까 어지럽더라고요 ㅎㅎ
마음은 많이 하고 싶은데 몸은 따라주질 않네요^^
배추새싹 심고 덮어주려고 옆 터에서 풀을 베어왔어요.
새싹을 심고 풀을 덮을 것인가, 풀을 덮고 새싹을 심을 것인가 머리를 굴리다가 풀을 먼저 덮기로!!
심고 나니 모래땅 같아서 거름을 가져왔어요.
삽질은 참 힘이 많이 들어가요.
사내들이 나라지킴이 하던 때 삽질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게 다 헤아려졌어요.
저 메 위에 있는 꽃나물밭에도 땅을 갈아주셨어요.
갈이수레(트랙터)로 어마어마하게 넓게 갈아주셨는데, 전 언제 삽질을 해서 고랑 이랑을 만들 수 있을까요?? ㅎㅎ
한실님이 좋은 길을 알려주셨는데, 풀 잡기는 힘들겠지만 그냥 맨땅에 심으라고 하셨어요 ㅎㅎ
그래서 펀펀한 땅 위에서 이 씨앗 저 씨앗 마구 뿌려대고 있답니다.
땅은 넓은데 심을 배추새싹은 요만큼이에요.
그래도 날이 더워서 헥헥거리며 심었어요.
그런데, 이레(일주일)를 두 디위(두 번) 지내고 왔더니 벌레님이 먹거나 사라진 새싹들이 가웃(반)은 넘었더라고요.
그래, 다 같이 나눠먹자!!
윗밭은 터가 높아서 둘레가 잘 보여요.
가서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요.
밭에다 심으려고 이만큼 샀어요.
그런데 쪽파랑 다른 거 몇 낱밖에 못 심었어요.
손이 모자라요 ㅎㅎ 어디에 어떻게 심으면 되는 지 모르는 것도 있어서 어렵네요.
막 뿌리기로 밀고 나갈까 해요.
배롱나무(백일홍) 씨앗은 언제가 뿌리고 갔는데 한참 지나서 오니 꽃이 이렇게 피었어요.
어찌나 붉은지 하늬찔레(장미꽃) 저리가라~ 에요.
하늬머루(포도)는 익어 가는데 미리내님은 시다고 그냥은 못 드신대요 ㅎㅎ
단덩이(설탕)랑 섞어서 뭔가를 만드셨어요.
빛깔이 고운 벌레가 보였어요.
꽃범꼬리 꽃이 활짝 피려 해요.
꼬맹이 꽃들도 잘 자라요.
쑥 옆에다가 서러쑥(은쑥)을 심었어요.
고구마 꽃이에요.
처음에 나발꽃이 왜 여기 피었나.. 했는데 아무별님이 고구마꽃이라고 해도 안 믿었는데
참말로 고구마꽃이었어요.
쪽파가 대쪽같이 잘 크고 있어요.
찌짐 구워 먹었어요.
비닐집 안에 상추 씨앗을 아무리 뿌려도 싹이 나질 않아요. 이것저것 뿌렸는데 잎남새 씨앗이 싹이 나질 않네요.
당근만 몇 낱 올라왔어요.
왜 그런지 누가 좀 알려주세요^^
여러 가지 씨앗을 뿌려놨더니 조금씩 싹이 나서 피었어요.
비가 온 뒤라 다들 고개를 숙였네요.
꽃나물밭 가운데에 있던 정구지를 옮겨다 뜯어먹기 좋은 곳에 심어놨더니 아주 잘 컸어요.
부지런히 찌짐 구워 먹어야겠어요.
새로운 아기 정구지들도 심었어요.
왕고들빼기 꽃이에요.
저는 이 꽃이 가장 예쁜 것 같아요. 꽃잎 끝이 뭉툭한 게 제 마음을 끄네요.
볼 때마다 반해요.
취나물 꽃이에요.
취나물이 먹고 싶네요.
푸른누리에 밤이 떨어지기 비롯했어요.
이 밤은 서러빛(은빛) 털이 나 있어서 참 예뻐요.
알은 작지만 맛있는 밤이라서 한실님은 이 밤을 좋아하신대요.
이 밤은 알이 아주 굵어요.
갓 떨어진 밤이 맛있을 줄 알고 지난해에 까서 먹어봤는데
조금 두었다가 먹는 게 더 맛있다고 하시네요.
밤이 후두둑후두둑.
일부러 털지 않고 떨어지는 밤만 주워요.
요즘 대나무 아름빚기(공예)를 배우러 다니는데
대나무로 짠 바구니에 밤을 담아봤어요.
푸른누리 밤 맛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