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주님의 은총과 축복을 빕니다.
오늘 우리는 신앙의 해 폐막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해는 작년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되어 오늘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끝납니다.
신앙의 해가 시작되는 2012년 10월 11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 되는 날인 동시에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반포된 지 2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또한 금년은 교황 요한 23세가 반포한 「지상의 평화」가 반포된 지 50주년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작년 “신앙의 해”의 개막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를 초대하시는 주님께 성실하게 응답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신앙의 해를 지낸다는 것은 교회의 구성원들이 오늘날의 세계에서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증언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믿음의 문”, 즉 예수 그리스도를 찾을 수 있도록 기쁨과 신뢰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주님이신 예수님께 새롭게 돌아서고 그분 안에서 신앙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의 해를 회고해보면 우리 모두 아쉬움과 후회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기간이 아니라 평생 동안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계속 배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서 시작한 삶이 이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통해 완성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통해서 모든 세대의 사람들을 당신 자신에게로 이끄십니다.
특별히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복음화에 더욱 강한 헌신하고 투신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특별히 우리는 신앙의 기본을 철저히 하고 신앙인으로 첫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신앙이 깊어질수록 주님과의 친교가 깊어지고, 그러면 주님으로부터 세상이 주지 못하는 기쁨과 평화를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앙에 입문하지만,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그래서 신앙의 맛을 느끼지 못하면 신앙으로부터 멀어집니다.
따라서 신앙인 누구라도 신앙의 성숙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성경을 자주 읽고 묵상하면서, 꾸준히 기도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배워야 합니다.
또한 미사에 성심껏 참석하면서 사랑의 봉사라는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신앙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봉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나눔과 자선이 대표적인 사랑의 봉사입니다. 또한 오늘은 우리 교구 전체가 필리핀인의 태풍으로 인한 피해 받은 것을 돕기 위해 모금을 하는 날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정치참여도 중요한 사랑의 봉사가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교사이면서 예수회회원인 한 젊은이가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들이 위태로운 이탈리아와 전 세계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참된 예수회원이며 복음을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까?”
교황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빌라도와 같은 행동, 손을 씻으며 뒤로 물러나는 짓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정치란, 공동체적 선善을 공동선을 찾는 보다 특성화된 사랑의 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공동선을 찾는 일 중 하나입니다. 공동체의 선을 위해 일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하나의 의무입니다.
자신의 일터에서 충실하게 일하는 것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은 충실한 선생님으로 정치가는 정치의 무대에서 자신의 충실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평신도들이 주목하면 좋겠습니다.
평신도는 세상의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평신도 교령에서도 평신도의 고유영역은 세상으로써 현세의 질서를 개선하는 것이 고유임무이고 일상의 가정과 사회 속에서 정치인은 정치인으로 교사는 교사로서 자신의 삶을 통해 주님의 복음을 증거 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제들은 복음전파와 인간의 성화의 사명을 지닙니다. 사제는 말씀과 성사를 통해 신자들에게 도덕적 영성적인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이는 평신도 교령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2442항)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발표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지침”(33항)에서도 정치나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하셨습니다.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할 대목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늘날 세상에서 위기는 미사 참례율, 성사율, 교회에 대한 존경심이나 존중의 부족이 아니라, 인간 자체, 즉 하느님 없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지적합니다.
마치 나 자신이 하느님처럼 행동하고 판단하려는 교만과 독선이 더 문제가 됩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신앙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신앙인은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분을 닮고 그분과 하나 되어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세상과 이웃에 신앙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신앙인 각자가 먼저 그리스도에 의해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우리 평신도들은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대표자로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요즘 여러분들은 대단히 혼란스럽고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지 말고 오직 주님과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서 가야합니다. 그 길이 바로 진정으로 주님께 가는 길입니다. 그 길은 진리와 선함과 모든 사람이 공존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분열이나 모순, 모함이 아닌 화해와 이해, 용서와 사랑의 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사랑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교황님은 회칙 “신앙의 빛”에서 어떤 경우에도 사랑을 강조하십니다.
사랑이 진리를 필요로 한다면 진리 또한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사랑과 진리는 서로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진리는 사랑 없이는 차갑고, 비인간적이며, 일상의 삶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찾는 진리, 우리 삶의 여정에 의미를 주는 진리는 사랑이 우리를 어루만질 때 비로소 빛을 줍니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 진리의 체험입니다.
사랑받는 이와의 일치를 통해 현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는 것을 압니다. (회칙 ‘신앙의 빛’ 27항 일부 )
신앙의 해가 끝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처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주님께도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시고 함께 하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갖고 주님과 함께 힘차게 출발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