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대주교가 또 다시 ‘사제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영명축일인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축하미사 중 강론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낮추며 하느님께 봉사하신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며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봉사의 삶이야말로 사제직의 행복이고 보람”이라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 중 ‘성전 안에만 안주하는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이는 물질주의 영향을 받아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을 경계하신 말씀이자 사랑과 나눔을 구호, 이상적인 외침, 이론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실천하라는 말씀이므로 우리가 정말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염 대주교는 “교구장인 저를 비롯해 사제들은 인간적으로 부족함이 많다”면서 “우리가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주님의 은총임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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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대주교를 비롯한 서울대교구 사제단이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강한 기자 |
이어 염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세상의 부조리와 불평등의 구조에 짓눌리지 말고 용감하게 개선하며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신다”며 “그러나 그 방법은 철저하게 복음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언제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처럼 ‘선함과 자비, 정직과 사랑, 용서와 화해의 길’을 택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성경의 마태오 복음서 4장 17절을 인용하며 “사제의 사목 활동은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성사를 집전하여 모든 이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들에게는 “사제가 교회에 서약한 대로 거룩한 직무에 충실하여 주님과 일치하고 하느님 백성의 구원사업에 전념하도록 함께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염수정 대주교는 지난 사제 성화의 날(6월 7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을 향해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말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교황님은 사제의 도유가 사제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 감옥에 갇힌 이, 앓는 이와 슬퍼하고 외로운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또 “교황님은 ‘좋은 사제’인지 아닌지는 백성이 기름부음을 받느냐 못 받느냐로 알 수 있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신자들이 미사를 마치고 성당에서 나올 때 기쁜 얼굴로 나오면, 그 신자들은 사제에게서 기쁨의 기름으로 도유된 것이라고 하셨다”며 “신자들을 기쁘게 하려면 사제들은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와 신자들의 삶에 함께하며, 그들의 고통과 짐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앞서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와 박창신 신부의 강론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염수정 대주교는 24일 신앙의 해 폐막미사 강론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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