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새내기 대학 겨울방학 이던가
몇십년만에 폭설이라는데
참 겁도없이 우리 세친구는
제 몸무게 만한 배낭 짊어지고
길을 떠났더랬지
야간열차로 달려 도착한 정동진
겨울 바닷가에 앉아
국문학도와 미술학도였던
우리 세친구는 새벽이슬 맞으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시 한구절을 함께 떠올렸더랬지
대관령 근처 친척집에서
된장 시레기국에
감자밥 한그릇에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했던가
고바우 모자를 썼던 여고시절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어가는 모습을
서로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
늘 든든했던 친구야
함께 나누었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이렇듯 그리움으로 남을 줄
그땐 미처 몰랐다네
이별의 인사도 없이
홀연히 떠나가
산자락에 둘러싸인
양지바른언덕
금송아래 몸을 누인 내친구
세상에 내 친구로 와주어
형제보다 진한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속정이 참 깊었던 내친구가
못견디게 보고 싶네
첫댓글 가슴이 아려오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을 읽으며 친구의 존재는 그 어떤 가치보다도 깊이와 높이는 수치로 어찌 말을 하겠는지요?
친구분과 함께한 시간들은 가슴깊은 곳에서 지금도 여전히 우정을 나누고 있을 것 같습니다.
추억이 서린 글이 진한 감동으로 잔잔한 겨울 바다같은 그리움도 뭉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