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다.
7년 만에 다시 걷는 인왕산 성곽 길.
바람 거센 길. 산 아래로 서울의 사람살이가 내려다 보이는 길을.
나에게 '팸'인 그림책
'울지마, 레몬트리'를 들고.
걷는다는 것은 오감으로 느끼며 사고하는 시간이다.
함께 걷는 길은 소통이며 위로이고 힘이다.
몇달 전,
걷고 싶었던 꿈의 길.
파타고니아, 남미의 하늘길 물길 땅길을 45일간 걸었다.
체 게바라의 삶을 바꿔 놓은 루타 40.
네루다 시인이 인생에 대한 질문을 했던 곳.
에비타의 눈물이 있는 그 길을.
남미인들의 삶과 역사를 만나러 길을 떠났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지로 문화와 언어마저 바뀐 나라들.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걸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가장 마음에 남았던 아르헨티나의 길을 떠올려 본다.
평화로운 이 길 위에도 '더러운 전쟁'이 지나갔다.
쿠테타로 대통령이 된 호르헤 비델라는 300 여 곳의 죽음의 수용소를 설치하고 인권탄압과 폭력을 일삼아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사라졌다.
"계엄령. 모두가 침묵했지만 총살은 계속됐어."
"독재가 계속되는 세상에서도 밝고 환하게 빛을 내며 자라난 소녀."
"오래된 레몬트리 위에 앉아 깊게 파인 구덩이에 책을 넣고 있는 아빠를 지켜 보고 있었어. "
내게 '팸'은 '파임'의 팸이다. 파인 상처.
"발소리, 오만한 군화 소리, 문이 부서지는 소리. 총소리, 고함, 비명, 울음소리."
국민학교 때 불렀던 노래, '1.일하시는 대통령, 2.이 나라의 지도자. 3.4.5.6.7.8. 9.구국의 새역사는 10. 시월 유신 정신으로'
그 의미도 상황도 모른채 외워서 부르고 다녔던 노래. 유신헌법을 위해 세뇌시켰던 1972년 내가 만난 첫번 째 계엄령.
1980년 고등학교 3학년 때. 계엄이 선포되고 학교는 휴교를 했고, 헬리콥터 소리, 총소리, 애절한 여학생의 소리를 들었던 날들.
수많은 사람들을 폭도로 몰며 탱크가 들어오고 총을 쏘고...
시민군들을 위해 동네 아줌마들은 주먹밥을 해서 차에 올려주던 모습을 보았다.
동생의 생사를 알기 위해 도청 앞 상무관에 안치된 관들을 열어보며 찾아다녔던 엄마는 여러 날 밥을 잘 드시지 못하셨다.
그 처참한 모습때문에.
그리고 세번째 만난 계엄 선포. 2024.12.3. 하루만에 해제된.
그 시큼하고 씁쓸한 레몬 맛. 얼굴 찌푸려지는. 내가 어려서 몰랐던 그리고 실제로 겪었던 그 계엄!
독재정치의 폭력에 부모를 잃는 소녀의 눈물은 레몬 껍질에 떨어져 시큼하고 씁쓸한 눈물이 되어 땅에 떨어져
호수가 되어 흘렀다.
이 땅에도 흘렀을 것이다. 소녀의 눈물이...
이 호수에도 그 아픈 눈물이 흘렀을 것이고
이 호수에도 쓰라린 눈물이
"통곡으로 이어진 분노의 강물은 더 큰 강물이 되어 헬리콥터에서 떨어진 이들을 받아 안고 거침없이 달렸다."
이 강물도
또 이 계곡도 쓸고 갔을 분노의 강물
"숲으로 들어간 강물은 데리고 다니던 시체들을 하나하나 숲에 남겨 두고 자유롭게 놓아 주었어."
숲은 나를 숨쉬게 한다.
천천히 걸으며 나뭇가지 흔들리는 걸 보며, 그 사이의 푸른 하늘과 한 송이 꽃에도 눈맞춤하며 걷는 길.
"강물은 고원 위로 솟구쳐 올랐다가 온힘을 다해 뛰어 내렸어."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 그제야 쉴 수 있었어. 잠잠해졌어."
"언젠가, 그 곳에, 레몬트리가 자라날 거야."
함께 걷는 길은 평화롭다.
함께 걷는 그림책, 사람책 길은 따뜻하다.
"울지마, 레몬트리!
울지마, 풀바람!"
함께 걷는 길에는
시큼하고 씁쓸한 레몬 맛이
상큼하고 향기로운 레몬꽃 향기가 되어
파인 상처가 아물며 새로운 시작, 작은 레몬트리가 자라날 거야.
산불로 타버린 소나무들. 인왕산 정상에도 언젠가 작은 애송나무가 자라나겠지!
웃어라. 레몬트리,
새롭게 시작하자, 사람책들!
활짝 피어나라, 대한민국!
매일 밝은 얼굴로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첫댓글 인왕산 성곽길
남미의 풀바람길
함께 걷는 레몬트리길
따뜻한 사람책길
활짝 피어나라 대한민국!!
그림책과 함께 걷는 길은
언제나 마음 따뜻한 길이네요.
성곽길 남미길 레몬트리길....
까미노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도 걸어보고 싶네요.
@purunbi 그죠?^^까미노~~
오랜만에 뵌 풀바람님
멋진사진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걷게 되었지요.
저도 참 반가웠습니다.
앞장 서서 계단 오르는 모습
노랑노랑 더 환해진 모습도
참 예뻤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좋은 일들만 일어나기를 기원해봅니다.
기다렸던 소식~~~
역시 기대 이상이예요~~~
4월 4일
기다렸던 소식도요.
레몬차 마신 기분이었어요.
대한민국 미래는 살아있나봄.
완두, 새 이름 좋아요.
활짝 웃는 고운 모습 보여줄 거죠?
그림책길에서 봬요.
화야산 청노루귀 미소 보냅니다.
@purunbi 감사드려요 💕
와~ 읽는 동안 풀바람님 옆에서 걷는 기분이었어요^^
두근두근 제몸이 느낄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