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심무섭
우리의 양쪽 허파 속에는 3억 개에서 5억 개의 정도의 허파꽈리가 있다.
허피꽈리는 미세한 모세혈판에 신선한 산소를 주고 이산화탄소를 건네받아 몸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게 해준다. 허파꽈리는 작은 공기주머니로서 몸속에 있는 조그만 풍선들이라고 볼 수 있다. 조물주가 만들어 주신 이 조그만 풍선들이 태곳적부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풍선의 파일을 열어보자. 중국에서 날아온 기름종이 풍선부터 클릭해 본다.
풍등이라고 하는 이 조그만 열기구는 3세기 무렵 촉한蜀漢의 제갈량이 발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새해의 소원을 싣고 밤하늘을 날아가는 아름다운 풍등들을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풍등 역시 풍선의 일종으로, 풍선은 꿈과 희망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꿈과 희망에는 보이지 않는 고통과 슬픔이 있기 마련인 듯, 중국에서는 해마다 잘못 떨어진 풍등으로 대형화재가 곳곳에 발생하고, 독일 크레펠트의 한 동물원에서는 풍등으로 인한 화재 때문에 30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참사를 당했다. 가깝게는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도 풍등이 원인이었다. 꿈과 희망을 싣고 풍선이 창공을 날아갈 때 우리는 앞날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차 있지만, 좌절하고 포기하는 순간 어떤 뒷모습으로 추락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유럽에서 날아온 비행선을 클릭해 본다.
비행선 역시 거대한 풍선이라고 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앙리 지파르가 증기기관을 이용하여 프로펠러가 달린 최초의 동력 비행선을 발명했다 하늘을 나는 참신한 운송기관으로서 유럽의 하늘을 오가던 이 열기구는 사람들의 수고를 도와주던 문명의 이기利器로서 출발했다. 그 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사람들은 비행선에 폭탄을 싣고 날아 올라 하늘 위에서 던지기 시작했다. 손으로 폭탄을 던지는 원시적인 형태였으나, 당시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다시 유유히 관측기구와 여행기구로 돌아온 비행선은,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로운 기구에서 공포의 기구로 풍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예이다.
'풍선 효과'라는 용어를 클릭해 본다.
풍선이 때로는 익살꾼임을 알려 주는 이 용어는, 풍선의 한곳을 억지로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오르는 것 처럼., 결국 전체적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는 미봉책들을 비웃는 용어이다. 서울의 집값을 억지로 막으면 인근 경기도의 집값이 오른다거나 금주령을 내렸더니 밀주가 극성을 부리는 것처럼. 강압적으로 누르기만 하면 해결된다는 생각은 늘 더 큰 부작용을 불러왔다. 우리는 풍선 같은 세상에서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살고 있다. 풍선에게 비웃음을 당하지 않으려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서로를 누르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