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충북작가＞＞ 신인상 발표/각 부문 심사평

[이종수]

제30회 《충북작가》 신인상 발표

■시 부문 가작 이세중 「춘래불사춘」 외 2편

■동시 부문 수상작 없음

■동화 부문 수상작 없음

■소설 부문 가작 백안기 「그 민들레 홀씨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수필 부문 수상작 없음

■평론 부문 수상작 없음

*<<충북작가>> 57호 발간기념식과 신인상 시상식은 추후 알려드립니다. 수상 소감과 당선작은 <<충북작가>> 57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 시 부문 심사평

예심을 거친 여섯 분의 투고작을 받아보았다. 「열두 밤의 기다림처럼, 오늘도」 외 9편, 「기억상실」 외 4편, 「탁란」 외 5편, 「길을 잃는다는 것」 외 5편, 「결」 외 5편,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에서」 외 4편 등이다.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에서」 외 4편의 투고작 중,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에서」와 「금남로 4가, 1980」 두 편을 제하고 「춘래불사춘」, 「떼 제사」, 「가위 한담」 세 편을 가작으로 올려놓는다. 「춘래불사춘」은 십 년 세월이 지난 세월호를 다루고 있다. 3연 “삼백네 개의 흰 종이에다 / 스물일곱, 다 큰 나를 그려 주세요”에서 어처구니없이 사라진 발랄한 청춘에 대한 안타까움을 곡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제목 ‘춘래불사춘’이 다소 진부하고 이를 마지막에 반복하여 마무리하여 생생하게 전개되던 아픔과 슬픔을 추상화한 점이 내내 아쉽다. 「가위 한담」은 엿장수 가위의 한가로운 말씀이다. 입담으로 이야기를 무리 없이 전개하고 있지만, 정서도 방법도 너무 익숙하여 말 그대로 한담에 머무르고 있다. 「떼 제사」는 6·25 당시 노근리 쌍굴다리 학살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장면으로 구성하고 있다. 나름대로 긴박하게 장면을 구성하는 솜씨를 보이고 있지만, 9연에서는 다소 핍진성이 떨어지는 대사가 끼어들기도 한다.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에서」와 「금남로 4가, 1980」 는 아주 유려한 구어체로 자연스럽게 전개되지만, 기존 시, 소설, 희곡 등에서 너무 자주 접했던 유형이다. 습작으로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발표하는 데는 다소 문제가 있을 듯싶어 선에서 제하였다.

시인은 기존의 정서와 감각을 자신의 이야기에 이렇게 저렇게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세부 세부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선에 들지 못한 작품들을 내려놓지 않을 수 없었으며, 가작으로 선한 작품도 오래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회에 역사에 대한 의미 있는 의식도 매번 같은 정서, 같은 감각, 같은 방법으로 반복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심사를 마무리하며, 축하의 말씀과 함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가작에 머문 이유를 숙고해주시고 또한 자신의 가능성을 더욱 옹골차게 밀고 나가는 패기를 보여주시기 바란다. (예심: 조우연, 박희선 / 본심: 박순원)

▨ 동시 부문 심사평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관문이 있다. 그러나 열기 쉬운 관문은 없다. 관문關門의 관은 문 문자門와 실 꿸 관자𢇇가 합쳐 만들어진 글자다. 무슨 실을 어떻게 꿰어 놓았길래 열기가 어려운가.

처음 들여다 본 동시의 세계는 실이 보이지 않는 세계였다. 그저 나무가 보이고, 개와 고양이가 보이고, 노을과 어린 아이가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쓴 이들이 촘촘하고 꼼꼼하게 꿰어 놓은 수고 덕분에 보이는 세상이었다.

그렇다. 동시 독자에게 관문은 거의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시를 쓰려는 자에게 관문은 몹시 촘촘한 실로 꿰어져 있어 좀처럼 열기 어렵다.

동시가 좋다면 동시를 읽으면 된다. 동시를 쓰고 싶다면 더 열심히 읽어야 한다. 동시 세계로 들어가 어린이에게 주는 동시를 쓰고자 한다면 과거의 동시가 아니라 지금 현재 쓰이는 새로운 동시도 읽어야 한다. 우리 동시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현재 여기를 살고 있는 ‘어린이’를 만나야 한다. 어떻게든! 그리고 어린이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를 쓰는 신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대체로 이럴 것이다. 첫째, 익숙함에 대한 거부를 바탕으로 한 낯설지만 또렷하게 보며 말하는 개성적인 시각이다. 둘째, 이러한 시각은 곧 참신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발현으로 나타난다. 셋째, 이 모든 것은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존중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기존의 시인이 탐험하지 않은 어떤 길 하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편집위원으로부터 총 네 분의 작품을 건네받았다. 지난해 한 편이었던 것에 비하면 몇 배가 늘어난 양이다. 그에 비해 작품의 수준은 안타까웠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작품에 어린이가 보이지 않고 어떤 어린이를 보고 싶은 어른이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어떤 어린이가 지금 현재 여기를 살고 있는 어린이일 가능성이 별로 없음이다.

어른이 된 나의 어린 시절-내게는 아직도 날 것인 그것- 그대로를 지금 아이들에게 전하면 어떻게 될까? 싱싱하지 않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가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재와 발상, 그것을 표현하는 어휘와 시의 전개, 말하고자 하는 바의 수용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가지 도둑」 외 8편은 착하고 예쁜 어린이를 보여준다. 그런 어린이가 있다. 그런 한편으로 하나의 어엿한 개인으로서 욕망을 가지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라는 인정이 필요하다. 예쁘게 말하지 않으면서 예쁜 것을 말할 방법, ‘사랑’과 ‘희망’을 쓰지 않고 그것을 말할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랑스러운 아이가 살아난다. 「어깨동무」 외 4편은 동시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분단 현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다루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시에 질문이 있다면 그 질문이 대답하는 사람을 위한 질문인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만 기쁜 질문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를 교훈이나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고루하다. 제대로 살지 못하는 어른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시적 대상에 대한 이분법적인 접근은 자칫 그러한 어린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짱둥어가 사는 마을」 외 4편은 자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도시의 각박한 삶을 사는 현재의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자양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감각하기 어렵다.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감각할 도구가 필요하다. 적절한 비유를 찾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는 것’에 대해, 현재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고, 남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묵은지 탈출 작전」 외 9편은 자연과 생활의 현장에서 골고루 얻은 소재를 바탕으로 동시다운 외형을 갖추고 있다. 흥미로운 제목, 낱글자를 활용해 시의 전개에 유의미한 시도를 보여주는 점 등은 장점이다. 특히 「묵은지 탈출 작전」은 ‘묵은지’를 꺼내다 벌어진 일을 시로 끌어왔는데, 묵은지가 손-무릎-발을 거쳐 탈출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생생하게 전개하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에서 보이는 어린이에게서 발화될 것 같지 않은 어휘 운용, 낯익은 소재와 익숙한 전개 방식, 예상 가능한 의도, 시도가 무색하게 어색한 완성도 같은 것들이 당선작으로 꼽기에 망설여지는 지점이었다.

쓰는 이에게 관문은 쓸 때마다 생긴다. 그 문 앞에서 오래 서성일수록 누군가를 더 반갑게 초대할 수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쓰는 모든 분들의 정진을 빈다.(예심: 조우연, 박희선 ／ 본심: 김경진 시인

▨ 동화 부문 심사평

우리 지역 사회에 동화에 대한 꿈이 자라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 하나의 희망이었다. 소재도 다양하고 동화 작가를 꿈꾸는 연령층도 다양해 보였다. 그럼에도 동화 창작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안 된 듯해 참 안타까웠다.

문학이 아무리 홀로 독방에서 하는 작업이라고는 해도, 소설이나 동화는 분명 체계적인 방법을 어느 정도 익혀야 완성도를 갖출 수 있다. 조금만 지도를 받으면 훨씬 높은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라이따이한 3세 이야기를 다룬 「깜탄 소년단」,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가는 「빨간 축구화가 달린다」, 결손 가정 아이가 자립해가는 「버나 소녀」의 지은이들은 이야기꾼의 소질이 보였다. 엉뚱 발랄한 이야기로 관심을 끈 「출동! 빈대를 사자」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이들은 소재와 발상이 좋고, 문장도 기본기는 잡혀 있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사건을 끌고 가는 힘이 약했다. 그것은 대개 기본적이 구성이 치밀하지 않음과 갈등 요소가 미약하기 때문이었다. 갈등이 약하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결말의 감동도 미약해진다.

이때 핵심을 일러주고 길을 제시해 주는 조력자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분명한 것은 치열한 습작과 자기 극복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짚어두고 싶다. 우리 동화의 수준이 그리 만만하지 않음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좀 더 분발하여 도전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예심: 심진규 / 본심: 박윤규(동화작가)

▨ 소설 부문 심사평

이번 《충북작가》 신인상 소설부문은 예년보다 응모작이 많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새로운 주제의식이나 독자적인 시선을 발견하기 어려워 많이 아쉬웠다. 이른바 순수문학이 일찌감치 종언을 고한 마당에 왜 굳이 문학을, 그것도 돈을 벌기는커녕 괜히 쪽박이나 차지 않으면 다행인 소설을 쓰려고 하는지에 대해 치열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소설, 특히 단편소설은 경제성의 미학이다. 짧은 분량으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해야 하는 단편소설에서 모든 사건은 주제를 위해 복무해야 하며, 모든 문장은 서사를 위해 쓰여야 한다. 따라서 단편소설에서는 작가의 사변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생각, 알맹이 없이 잔뜩 멋 부린 문장을 늘어놓을 짬이 없다.

이번 응모작 중 단편소설의 미학에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되는 작품 ｢그 민들레 홀씨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공중전화｣, ｢노란 블라우스｣, ｢차갑고 말랑한｣ 4편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다.

｢그 민들레 홀씨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는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고, 배경도 잘 설정되어 있다. 문장도 매끄럽고 수사도 적절하였으며, 작품을 이끌어가는 솜씨가 능숙하여 작가가 소설을 많이 써본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들여쓰기, 문장부호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원고의 가독성이 매우 떨어졌다. 작품이 말하려는 바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형식 또한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고민과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공중전화｣는 소재가 독자적이고, 작가가 소재를 다루는 데 능숙해 보였다. 그러나 소재에 비해 주제가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들이 갑작스러운 화해에 이르는 장면은 작가의 의도가 너무 앞선 나머지 무리한 설정을 한 것으로 보였다. 때문에 이야기를 잘 읽어가다 결말 부분에서 긴장도가 뚝 떨어져 맥이 빠졌다.

｢노란 블라우스｣는 서사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단순한 사건이 이야기가 되는 지점을 작가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낡고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인상 당선작은 이미 완성된 역량을 가진 작품을 뽑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으로 이 세계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뽑는다. 여기에 더해, 세계를 각성시키려는 욕망은 모든 작가들의 기본적 욕망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하여 앞으로 작품 활동에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차갑고 말랑한｣은 이 시대의 욕망을 잘 드러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작가가 그려낸 욕망은 우리가 그동안 수차례 목격했던 것이어서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아무리 문제적이라 하더라도 독자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변주하지 못하면 했던 얘기 하고 또 하는 잔소리처럼 들린다.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는 다 아는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 아는 이야기를 전혀 다르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기 위해서다. 다름에 대한 ‘강박’은 불필요하지만 ‘지향’은 필요하다.

단지 조금 먼저 문단에 나온 작가랍시고 응모작들을 심사하는 데 많은 부담이 있었다. 작품에 쏟은 정성과 노력이 한 편 한 편 생생히 와닿아 부끄럽고 미안했다. 하지만 각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 중 당선작을 내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각자의 장점은 살리되, 한발 더 나아가려는 자세로 자신이 처한 한계를 극복하길 바라며 ｢그 민들레 홀씨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를 가작으로 선정한다. 가작으로 뽑힌 분께는 축하를, 안타깝게도 이번에 당선되지 못한 분들께는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예심: 박혜지 / 본심: 정연승)

▨ 수필 부문 심사평

올해 신인상 수필 응모 편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응모자들의 고뇌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넘어온 스물네 편을 아주 꼼꼼하게 읽었다.

응모작 중, 그래도 눈에서 오래도록 머문 작품은 ‘문門’ 한 편이었다. 응모자는 ‘문은 삶의 출발점이다.’는 문장으로 서두를 시작 해서 신선했고 유일하게 의미화가 된 글이라 내심 기대를 하면서 읽었다. 하나, 문을 마음의 문으로 의미화하면서 아버지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문을 주제로 설정한 것은 좋았는데 그것으로 결말을 지은 것이 안타까웠다.

아버지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문이 있다는 문제를 던져놓고. 정작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서두에서 암시했던 주제를 힘 있게 끌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급하게 마무리를 하고 말아 아쉬웠다. 또한, 세 편 중 ‘문’을 제외한 <숲이 주는 행복> <정으로 맺어진 우리 가족>은 설명문에 가깝다는 것도 우려가 되었다.

그 외 다른 작품들은 대다수가 개인사와 일상을 일기처럼 그대로 늘어놓은 수준의 글이었다. 응모자 대부분이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상황 설명까지 자세하게 써놓아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수필은 어떤 상황을 잘 서술하거나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사색하고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 경험에 보편적 삶의 의미를 담는 것이 수필이다. 수필을 쓸 때 최소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독자들한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생각하고 쓰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다.

응모작을 읽는 동안 올해도 수필 당선작을 내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수필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지만, 글 속에서 인생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충북작가 수필 신인상에 응모한 모든 분들한테 경의를 표한다. 비록 당선작에 들지 못했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한 분께도 마음속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수필 한 편이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박종희, 박순철 수필가)

▨ 평론 부문 심사평

《충북작가》 신인상 부문에 평론 원고가 오랜만에(?) 들어왔다. 총 네 편의 원고가 들어왔는데, 응모자는 두 명이다. 한 명은 「내 옆을 스쳐 간 어느 소녀의 성장 속 가족의 의미 - 최진영」을, 또 다른 한 명은 「무의미시론의 구현가능성에 대하여」―김춘수의 「꽃의 소묘」를 읽고, 「「무진기행」, 나는 이렇게 읽었다―윤희중이 무진을 떠나는 이유처럼 당신도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문학은 정치적, 윤리적, 사회적 역할로부터 자유로워 질 순 없는 것인가?」를 투고했다. 투고 원고들은 순하게 말하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라 할 수 있지만, 조금 아프게 말하면 문학평론보다는 독후감, 서평, 단상에 가까웠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평론은 독후감, 서평, 단상 등과 다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독후감은 ‘책이나 글 따위를 읽고 난 뒤의 느낌. 또는 그런 느낌을 적은 글’, 서평은 ‘책의 내용에 대한 평’, 단상은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평론은 ‘사물의 가치, 우열, 선악 따위를 평가하여 논하는 글이다. 문학평론은 ‘문예 작품의 구조 및 가치, 작가의 창작 방법, 세계관 따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검토하고 판단하는 일’을 가리킨다. 개인적으로는 문학평론에 대한 이 사전적 정의에서 ‘일정한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투고 원고들에서는 그 일정한 기준을 찾기 어려웠다.

문학평론은 텍스트의 선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문학평론가는 지금 무엇이 의미 있는 텍스트인지 분별해 내고, 그 텍스트를 분석해 그것이 놓인 자리가 정확히 어디인가를 판정하고, 대상에 대한 비평적 거리를 확보하면서도 대상이 발화하는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그 결과를 언어로 표현하고 전달해야 한다. 즉 지금 왜 최진영이 소설을 논해야 하는지, 왜 김춘수의 시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가라타니 고진의 주장에 왜 공감할 수 없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그것이 우리들의 삶에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정치하게 다뤄야 한다.

저명한 어느 문학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문학평론은 언어로 이뤄진 독특한 예술 형태인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종류의 지적 글쓰기와 구별된다. 문학 작품은 그 본래적인 성질 자체가 이미 스스로의 범주를 규정하는 독특한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문학에 대한 비평적 논의는 어떤 경우이든지 언어적 산물이면서 동시에 상상적 산물이라는 사실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문학의 존재 의미는 전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규정된다. 문학은 넓은 의미에서 하나의 사회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은 문학이 그 자체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을 때 요구되는 하나의 인식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문학비평에는 문학에 대한 ‘판단’과 ‘식별’의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 문학을 문학의 자리에 온전히 남아 있게 하기 위하여, 문학평론은 우선 판단의 의미보다 식별의 의미에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 문학평론은 문학을 다른 어떤 사상으로 대치시켜 놓는 일이 아니라, 문학이 문학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속성들을 밝히는 일이다. 문학평론의 본령은 문학의 내용이나 의미에 대한 판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데에 있다.

문학평론은 텍스트에 대한 읽기의 재구성이나 주석을 덧붙이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되고 새로운 문제 설정에 따라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즉 텍스트를 매개로 삶과 세계에 대한 기존의 일반적인 자동화된 인식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고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설득하거나 공유해야 한다.

모든 평론이 다 그렇겠지만 문학평론 또한 비판적 글쓰기의 전형이다. 즉 사유의 명료함과 구성의 치밀성을 담보로 하는 글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주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치밀하게 검증하는 고차원적 사유 과정을 요구한다. 유려한 문장과 표현의 멋스러움은 평론의 품격을 높여주지만, 그보다는 정확하고 단정한 문장과 적확한 어휘가 먼저다. 원론적으로 평론을 창작과 구분한다. 창작이 예술적 글쓰기라고 한다면 평론은 학술적 글쓰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학평론에도 창작 못지않게 인간의 창조적 역량이 요구된다.

좋은 글을 만드는 작업은 언제나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다. ‘세상에 완벽한 글은 없다. 덜 나쁜 글만이 있을 뿐이다.’ 덜 나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부단히 고치고 고치는 수밖에 없다. 이는 응모자들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올해 신인상 평론 부문 당선자를 못 내서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다. 귀한 시간을 내어 응모한 두 분께 감사 말씀을 전하고 건필을 기원한다. 윤정용(문학평론가)

[지연구]

10년전 제가 시부문 신인상 가작으로 선 됐을때의 심사평과 매우 흡사한 심사평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ㅎㅎ

[지연구]

두 분 당선자분께 축하의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