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쇠뿔
뿔은 언제
뿔이 솟나
이랴, 이랴, 워, 워,
몸이 전부
의성어인 아버지는
소였다
그 둥근,
눈을 껌벅이며
무릎이 툭 꺾일 때
보았다
뿔은 비로소
날 향했다
나는
늙은 소의 텅 빈 하늘이었다
가슴엔
쇠뿔도 없이
울음만 쿡 박히는
겨울이 일찍 오는 마을
1. 마지막 달력 한 장
끝장까지 잘 왔구나 들마에 길손 같은
벽걸이 달력 한 장 홑겹처럼 으슬하여
보일러 첫 불 지피고 들창 열린 널 여민다
2. 기울어진 전봇대
이대로는 안되겠다 궁리 끝에 집을 나선
남루한 철새들이 부리 쥐고 돌아온 날
빈 골목 서릿발 딛고 당신 거기 서있었다
3. 폭설 속 눈사람
큰 소리는 없었다 쌓일 대로 쌓였다
저렇게 쏟아 부어 서로들 아팠겠다
딱 한 줄 말줄임표로 숯이 되어 다문 입
4. 된바람 불어
저물녘 골목길로 밥 냄새 내보내신
그 뜨신 호명들은 아직도 맨발일까
참회의 귀를 떼어라 바람소리 살을 엔다
심야버스를 타는 하루살이
하루가 어딜 갔지? 내가 날 깨닫기 전
날개는 천근만근 이대로 끝나겠지
전조등 흐린 불빛에 벼랑처럼 매달린 날
죽어도 모를 거야 우리는 너무 작아
언제나 빈 의자엔 부나방들 활개치고
불러 줄 이름도 없이, 어이 거기 인턴들!
가까스로 올라타는 마지막 퇴근 행렬
일생은 오직 하루 먼지처럼 가볍다는
목숨이 한 호흡도 짧게 탔다가 내려서지
◆ 이성목(필명 이토록)_2016년 중앙시조백일장 월장원. 2017년 <열린시학>으로 시조 등단. 2017년 백수문학상 신인상
[제5회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수상작]
늦가을 문상 / 유선철
소주병 서너 개가 대문 앞에 누워있다
물이랑 첨벙첨벙 건너온 가난 앞에
애꿎은 담배연기는 생머리를 풀었다
쑥부쟁이 스러지는 꽃의 행렬 끝자락에
심장이 뜨거워서 차마 못 건너는 강
이승의 한 모퉁이가 아직도 불콰하다
저 푸른 논객의 칼, 나 언제 가져보았나
바람을 맞서다가 바람이 되어버린
그 남자, 소실점 돌아 또 한 잔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