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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기] 연천군 주민들 “정말 무슨 일 날 것 같다”
자주시보 :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2/05 [17:16]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고 말한다.
연천군에 사는 박충식 씨와 전쟁 위기 관련해 서면 대담을 나눴다. 박충식 씨는 연천군 의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연천군 전곡읍내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 전쟁 위기의 체감도는 어떤가요?
박충식: 연천군의 주민들은 이러다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남북 대치 상황에 만성이 된 주민들이지만, 이번 전쟁 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주민들은 느끼는 것이죠. 전쟁 위기 때문에 연천군의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제가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최근 전곡읍내를 왕래하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어요. 가뜩이나 농촌인구가 줄어서 걱정인데 자꾸 전쟁 이야기가 나오니 그나마 연천군에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줄어든 것이죠.
그리고 부동산중개업을 하시는 분은 최근 땅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부쩍 줄었다면서 부동산 불경기를 고려하더라도 부동산중개업 20년 동안 요즘같이 한가한 때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시는 분은 체험객들이 줄고 있다고 말을 하세요. 체험객이 늘어날 만하니까 다시 전쟁 위기로 줄어든다고 말씀하세요.
전쟁 위기로 주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생업도 영향을 받고 있어요.
▲ 지난 1월 9일 경기도 연천군 다락대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육군28보병사단 포병여단 탐지자산 연계 포탄사격 훈련 모습. © 국방일보
기자: 연천에서 훈련이나 군부대의 이동이 부쩍 늘어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박충식: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9.19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한 이후 연천지역의 분위기는 급격히 딱딱해졌어요. 한국군의 이동 차량이 부쩍 많아졌고 미군들의 차량 이동 또한 많아졌죠. 군인 트럭, 장갑차 등 육상의 군사수송 이동량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전투용 헬기가 날아가는 모습도 빈번해요. 초고속 전투기(일명 쌕쌕이)는 하늘 높이 날아가며 제트기 연료의 흔적을 남기고 이곳 접경지역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어요. 이 모든 전투 장비는 연천군 최북단을 오가고 있습니다. 수년간 뜸했던 포 소리도 잦아졌죠.
기자: 지금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박충식: 어려운 이야기인데요. 첫째로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비롯된 극한적인 대결 정책에 있다고 봐요.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신냉전으로 몰아가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무자비한 정책에 편승하고 있지요. 여기에 지지기반이 취약하고 지지율도 저조한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적대적이고 극단적인 대북 정책으로 최소한의 지지층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여요. 이런 한미의 움직임에 북한도 대응하고 있지요.
기자: 군사훈련뿐만 아니라 대북 전단 살포도 접경지역에서는 큰 문제인데요. 대북 전단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 박충식 씨. © 김영란 기자
박충식: 헌법재판소가 대북 전단 금지법을 위헌으로 판결한 이후에 대북 전단 살포 세력들이 물 만난 고기와 같이 펄떡이고 있어요. 바람이 북에서 남으로 부는 겨울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따뜻한 바람이 남에서 북으로 부는 봄을 기다리는 것이죠. 대북 전단 살포는 남과 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실효적이지도 않고 백해무익합니다. 특히 접경지역 주민들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연천군의 주민들에게는 2014년 10월의 아픈 기억, 트라우마가 있어요. 2014년 몰지각한 사람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였고 이에 북한군은 고사총으로 60여 발을 응사해 그중 일부 총탄이 연천군 중면사무소 앞마당과 중면 마을에 떨어졌어요. 주민들은 황급히 지하대피소로 피난하여 놀란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며 상기되는 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쓰라림에 치를 떨어야 했지요. 이렇듯 대북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직접 위협할 뿐 아니라 전쟁위험을 고조시키고 연천군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을 얼어붙게 만들어 연천군 지역경제를 피폐하게 합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위급하게 하며 접경지역의 경제에 피멍을 들게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파주, 철원 등 동병상련 접경지역 주민들과 대책을 논의하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 2014년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해 북한이 발사한 고사총탄이 떨어진 곳. © 이인선 기자
기자: 한반도 전쟁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충식: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우리 대한민국을 깡그리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될수록 대한민국의 경제는 침체합니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집어삼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집어삼키고 대한민국의 평온한 삶을 통째로 집어삼킵니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세계전쟁의 위기입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 중입니다. 한반도에서 마저 전쟁이 일어난다면 곧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는 위기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평화에 대한 위협이고 불안이며 불행이죠. 선량한 시민들을 위한 선량한 지도자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량한 시민들을 위한 평화로운 세상! 우리가 함께 만듭시다, 전쟁을 막아야 합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박충식: 고맙습니다.
▲ 지난 1월 31일 연천군 적거리 사격장 근처인 중면 면사무소 앞에서 열린 민족위의 대북 군사훈련 중단 기자회견에 연천군의 주민도 함께했다. © 이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