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9일, 암태도와 추포도간 추포대교 개통
-암태도 승봉산 4-5시간, 자은도 구봉산 산행 2시간 반 소요.
-특히 자은도 구봉산 암릉코스 및 무한의 다리 조망 절경
자은도 두봉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암태도,자은도 앞바다 섬들
2021년 3월 29일, 암태도와 추포도를 잇는 추포대교도 개통되었다. 이전에는 암태도와 추포도간 노둣길로 간조시에 만 두 섬을 오고갈 수 있었다.
추포대교-사진 출처 MBC
안좌도-암태도-팔금도-자은도 간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2019년 4월 에 개통된 총연장 10.8km의 천사대교를 이용, 이들 4개 섬들은 압해도를 거쳐 완전히 육지와 이어지게 됐다. 또, 이미 안좌도와 퍼플교로 연결되어 있는 박지도 및 반월도, 2018년 4월에 안좌도와 자라도 사이에 개통된 자라대교까지 합하면 무려 8개섬이 모두 이어지게 됐다. 이 이외에도 무인도와 연결된 다리이긴 하지만 자은도 둔장해변의 구리도에서 고도-할미도를 잇는 ‘무한의 다리’까지 합치면 무려 11개섬이 한 개의 섬처럼 연결되었다. ‘무한의 다리’는 총길이 1004m로, 2019년 8월에 개통됐다.
목포나 무안에서 압해대교를 건너면 신안군청이 위치한 압해도, 압해도에서 다시 천사대교를 건너면 제일 먼저 만나는 섬이 암태도이다. 암태도에서 특히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일제치하에서의 소작쟁의이다.
1920년대 일제치하에서 일어났던 암태도 소작쟁의는 농민투쟁 최초의 전국 단위 소작쟁의에 불씨를 지폈던 사건으로 유명하다. 섬 중심에 소작인항쟁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암태도에는 등산하기에 좋은 산도 몇 개 있다. 최고봉은 승봉산(355m)이며, 이밖에도 큰봉산(233m), 박달산(199m), 추봉(159m) 등이 솟아 있다.
암태도에 가면 추포도를 꼭 건너가 볼 것을 권한다. 암태도와 추포도를 이어주는 추포대교와 추포해수욕장, 염전 등이 유명하다. 전에는 암태도와 추포도간 노둣길로 간조시에 만 두 섬을 오고갈 수 있었는데, 추포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이제는 육지에서 압해대교-천사대교-추포대교를 거쳐 자유롭게 추포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필자 일행은 일부러 추포도에 있는 민박집을 잡았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필자는 혼자 바로 승봉산 등산에 나섰다. 추포노두길을 되돌아나오자 마자 좌측으로 승봉산이 보인다. 수곡리마을을 지나 임도고갯길을 30분 정도 오르면 등산로 입구이다. 고갯마루에는 쉴 수 있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임도고갯마루에서 약 1.1 km, 1시간 20분 정도 능선길을 오르면 승봉산 정상(355.5m)이다. 비록 높이가 삼백미터 대라고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다.
섬 산들은 바로 바다에서 치솟아 오른 봉우리이기 때문에 육지산 600m 이상에 버금간다고 봐야 무리가 없다. 능선길 중간에는 로프와 철계단을 타고 올라야 하는 암릉길도 있어 산행재미를 더한다. 중간 암릉에서부터 좌우로 바다조망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 멀리 안좌도, 팔금도가 보이고 우측은 추포도는 물론 도초도, 비금도까지 보인다. 추포도 섬 모양이 긴 장대같은 일자형이다. 추포도 섬이 의외로 길다. 우리가 머물 민박집은 가운데 쯤에 위치해 있다.
좌측으로는 오도선착장 방향으로 박달산도 내려다보이고, 은암대교와 자은도 두봉산(363.8m)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두봉산은 4개 섬산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정상에서 날머리인 암태중학교까지 거리는 2.7km. 하산길 중간에는 기암괴석이 꽃처럼 피어있는 만물상도 있고 부처손군락지도 만난다. 정상에서 약 1시간 20분 쯤 걸려 날머리인 암태중학교에 도착. 승봉산 산행은 수곡마을부터 총 3시간 10분 정도 소요됐다. 수곡리에서 노만사를 거쳐 수곡임도 고갯마루에 이르는 큰봉산을 연계하면 4-5시간 정도의 멋진 산행코스가 된다. 암태중 앞 슈퍼에서 이생진 시인이 좋아하시는 레쓰비 냉커피 세개를 연거푸 마시고 숨을 돌렸다. 이생진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지금 이순간/나는 누구와 있어야 하나/혼자 있는 것이/가장 건전하다/(중략)/Let's Be/자판기에서 꺼내는 현실/현실은 그것으로 족하다/(중략)/부담없는 현실이 최고다”.
추포도 민박집으로 돌아와 잠시 쉰 후 마을 한 바퀴 돌아봤다.
추포도에는 추엽마을과 포도마을이 있다. 추포해수욕장 소나무숲길로 추엽마을 쪽을 향했다. 암태초교 추포분교 운동장에 들어섰다. 운동장 잔디가 아름다운 교정이다.
학교를 지나 추엽마을 입구에 이르니 수백년은 된 듯한 팽나무 한그루가 눈에 띈다. 기묘하게 휘어진 가지들, 하트모양의 가지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추엽리는 20여채가 들어선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고사리밭도 보이고 파란 벼논도 아름답다. 구부러진 논길로 어린이 한명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다. 목가적인 풍경이다.
저녁식사 후 염전을 돌아봤다. 신안 암태 추포염전. 김대식 씨가 주인이다. 부인 심해숙 씨는 추포리 이장을 하신 분이다. 석양무렵 염전에서 일하고 있는 두 부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염전 물 아래로 두사람 모습이 선명하게 비친다. 거꾸로 비치는 반영사진이 환상적이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음료수도 내온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소금 만드는 법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추엽마을 팽나무 얘기를 하니 포도마을에는 더 큰 느티나무가 있다고 알려준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서둘러 느티나무를 보러 간다. 염전에서 5분 정도 가니 마을 중심부에 거대한 나무 한그루 마을을 지키고 있다. 400년 이상된 느티나무다.
다음날, 새벽 5시 반경 염전에 다시 갔다. 어제 못다 한 염전 얘기도 더 듣고 사진찍어주겠다는 약속도 했기 때문이다. 아침의 반영사진은 또 색다른 감이 있다. 물 아래 비치는 붉은 일출광경, 그리고 그 속에서 염전작업을 하는 두 부부의 모습. 마치 밀레의 그림 ‘만종’같은 풍경이다.
아침식사 후 추포해변에서 사진 몇장 찍고 택시를 불러 소작인항쟁기념탑 앞으로 갔다. 자은도에 갈려면 다시 암태면사무소앞에서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어제 승봉산 산행 중 내려다 보았던 은암대교를 건너 면사무가 있는 구영리에 도착, 바로 분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분계해수욕장은 구영리에서 4.5km거리로 버스가 간다. 분계해수욕장은 백길해수욕장과 함께 자은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경치가 좋다. 해변에는 수백년된 노송숲이 장관이다. 몇몇 노송은 뿌리줄기가 땅위로 나와 있어 기둥처럼 받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노송 중에는 ‘여인송’이라 이름붙여진 소나무 한그루가 특히 인상적이다. 여인이 맨몸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소나무에서 거꾸로 떨어져 죽은 여인이 여인송으로 변했다는 전설도 있다.
분계해수욕장 좌측에는 소뿔을 닮은 ‘우각도’ 섬이 보이고, 해변 끝 우측에는 응암산이 바다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다. 응암산은 자은도의 서남단에 위치한 해발 122m의 산으로 매가 앉아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매바우산’이라고도 부른다. 산신령들이 사는 신령스러운 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분계해변은 산책로도 좋다. 해수욕장 중앙에서 응암산을 돌아오는 2.1km 산책로와, 우각도 방향의 700m 소나무 숲 산책로도 절경이다. 분계해수욕장에는 정숙민박가든이라는 민박집이 있다.
분계에서 나와 다시 자은도의 대표적 해수욕장이라고 소문나 있는 백길해수욕장도 돌아봤다. 백길해변 역시 구영리로부터는 4.5km 떨어져 있는 해변이다. 은암대교에서 가까운 곳이다.
백길해수욕장은 중앙의 머리모양을 중심으로 양쪽에 3km가 넘는 해안이 펼쳐져 있고 해안 양끝에는 어깨모양의 언덕에 각각 직녀성과 견우성이라는 전망대가 있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중앙 머리부분 언덕에는 ‘프로포즈전망대’가 있어 밀물(헤어짐)과 썰물(만남)에 의해 직녀성에서 견우성 전망대로 이어져 사랑이 맺어진다는 테마도 조성되어 있다. 전망대 언덕에는 원추리꽃이 집단적으로 자생하여 ‘원추리해변(Lily Beach)’이라 불리워지기도 한다. 백길해수욕장에는 또 ‘솔바람산책로’라고 이름붙여진 4km에 이르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코스로도 좋다.
직녀성 전망대 우측에는 면전해수욕장이 보인다. 백길해수욕장에서 불과 250m 거리. 활모양의 긴 해안선이 장관이다.
4박5일 팔금-안좌-암태-자은도 섬여행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새벽 다섯시 반에 두봉산 산행을 위해 민박집을 나섰다.
구영리에서 두봉산 오르는 방법은 두가지다. 저수지 좌측 무선기지국을 오른 후 상제봉(225m)을 거쳐 정상을 오르는 방법과, 저수지 우측삼거리 오솔길을 찾아 대율재숲길로 정상에 오르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 후자에 비해 한 시간 쯤 더 잡아야 된다. 필자는 시간관계상 짧은 코스인 대율재 코스를 택했다.
저수지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45분 정도. 초입 숲능선을 지나면 중간부터는 암릉길이다. 양쪽은 까마득한 바
위낭떠러지. 아슬아슬한 바위능선을 타야한다. 다행이 절벽 구간마다 철난간이나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바위능선 좌우로 내려다보이는 조망은 한마디로 절경이다. 마치 호수위에 연꽃을 띄워놓은 듯 섬들이 바다위에 꽃으로 피어 있다. 필자가 이번에 돌아본 4개섬산 중 두봉산의 산세와 조망이 가장 빼어난 것 같다. 두봉산은 역시 이번 섬 산행의 백미였다.
하산길도 계속 가파르다. 철난간을 잡거나 로프줄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정상에서 40분 쯤 내려오면 도명사. 도명사에는 스님 한 분이 산사를 지키신다. 스님으로부터 물 한잔 얻어먹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봉산 산행을 마무리했다. 총 소요시간 2시간 반 정도 소요.
자은도에는 ‘무한의 다리’도 유명하다. 2019년 8월 8일, 제1회 '섬의 날'을 기념하여 만든 다리이다. '8' 자를 옆으로 눞히면 무한을 상징하는 고리가 된다. 그래서 이름을 '무한의 다리'로 지었다고 한다.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한의 다리는 자은도 둔장해변의 구리도에서 고도-할미도 등 세개 섬을 잇는 다리로, 총 길이도 1004m 의 목조다리이다. 왕복 2km가 넘는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환상의 트레킹 코스가 된다.
*암태도-추포도-자은도 가는 방법은...
2019년 4월 4일부터 압해도-암태도간 정식 개통된 천사대교를 이용, 목포나 무안 등에서 자동차로 암태도-자은도-팔금도-안좌도로 들어갈 수 있다. 암태도와 추포도 사이에도 2021년 3월 29일에 개통된 추포대교를 이용하여 바로 건너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