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가 생긴지 꽤 된 걸 알았으면서도 가입하기를 주저했습니다.
제가 스스럼이 많아서 그렇기도 했고, 온라인에서 글을 쓰는 게 저한텐
매우 낯선 경험이기도 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술을 마시면서(아 벌써 어제군요)
문득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색함을 무릅쓰고
가입했습니다.
별 심각한 얘기를 나눈다기보다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소소한 일상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카페의 회원 수가 오백열세 분이라니
정말 놀랍군요. 그 수는 제가 살아오면서 알게 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수입니다.
제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친구들(거의 다 술친구입니다)은 열 사람 안팎인 것 같습니다.
주로 여자들입니다. 저는 여자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사람은
여자든 남자든 술친구로 잘 삼질 않습니다. 이 카페에 가입한 조르바님이나 새우범생님만
예외지요. 친구들은 거의 다 제 또래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는 시인 황인숙씨와 변호사 강금실씨입니다.
일일이 이름을 밝히기 번잡한 여자 친구들이 제겐 많습니다. 연애 친구들이 아니라 술친구들입니다.
남자친구로는 철학자 김진석씨와 출판사 개마고원 대표 장의덕씨, 그리고 문화평론가 이재현씨가 있습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쉰세살 먹은(정말 너무 늙었죠?) 남자입니다.
학교에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는데, 두 분야 다 아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법학은 그렇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하나 아래인 아내와 31년 남짓 살아왔습니다. 결혼을 일찍 했어요.
그때 아내는 막 졸업을 한 참이었고, 저는 복학생이었습니다.
여러 학교 학생들이 프랑스어를 배우는 모임에서 아내를 만났습니다.
사내 아이가 둘 있는데(이젠 아이도 아니군요) 82년생, 86년생입니다.
두 친구 다 저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제가 훌륭한 아비가 못 되어서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들과는 사이가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기자 노릇을 30년 가까이 했고, 지금은 완전한 백수입니다.
완전한 자유인이라는 뜻이지요. 그건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가끔 생활 걱정을 하지만, 이 사회의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부끄러워합니다.
저는 '강남 주민'이거든요. 강남 삼성병원이 있는 일원동에 살고 있습니다.
일원동은 강남구에선 부촌이라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영원히 한나라당만 찍는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습니다.
아, 지금 서울 시장하는 오세훈씨가 이 동네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오세훈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무상급식에 대한 이 사람의 태도를 보면 오세훈씨는
바보 아니면 악인인 것 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말고 바로 이 사람이 서울시장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이
떠오르지는 않네요. 그냥 우리는(서울 바깥에 살고 계시는 회원들껜 죄송합니다) 이 바보 아니면 악인과
얼마동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온라인에서 글을 써보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완전한 기계치입니다.
그래서 여기 회원 가입하는 데도 좀 애를 먹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새우범생님! 제가 이 카페에서 글도 쓸 수 있고 모든 글을 읽을 수 있게 제 등급을 높여주세요.
지금 당장 그러라는 건 아니고, 시간이 날 때요.(공부는 섬씽이지만 에브리씽은 아니에요) 요즘은 인자판님이 아니라
새우범생님이 이 카페를 관리하시는 것 같아서요.
박강님! 꽃보다 남자라는 말 들어보셨죠?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비실비실한
남편 잘 보살펴주세요. 조르바님, 독일어는 독일어고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하세요. 독일어는 그냥 '지방어'에 불과
해요.
아, 다른 분들 이름이 잘 기억 안 나네요. 문화관광부에 계시는 분 누구더라? 박민영님 형 이름이 뭐더라?
오해하지 마세요. 관심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뇌세포의 노화 때문입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저는 알코올 중독자거든요.
아, 참 이정윤님, 스폰서 노릇하시느라 집 기둥 무너져 내리겠어요^^,
제가 열심히 복권을 사고 있으니, 희망을 가지세요^^.
기회가 되면 다른 분들도 뵙고 싶습니다. 꼭 직접 됩지 않더라도 여기서 정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참 경선아! 니 신랑 참 이쁘더라. 넌 참 운도 좋구나. 뭐, 내 딸이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회원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 이 공간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종석.
첫댓글 어헛~ 진정 고쌤이시란 말쌈입니까? 아니, 이런 반가울 데가 있나~~~ 자주 들러주십시오. 와~~~~~~
오라버님, 고맙습니다. 아이디가 멋지시네요. 댓글을 다는 방법을 몰라서 이리 저리 시도해보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반갑습니다. 자주 들러주세요.
저도 반갑습니다. 뭐든지 재발급해주시나 보지요?^^
주민증이나 여권 잃어 버리면 도움을 청해야겠네요.
도움은 가까운 관공서에... ^^
ㅋㅋㅋ 고샘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진짜 선생님 맞으시네요.ㅎㅎㅎ
아직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 벼락치기로 공부하다가 잠깐 쉬러 왔더니 이렇게 반가운 글을 만나네요. 온라인에서도 뵐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조금 덜 고독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꾸밈없는 가입인사에 절로 미소가 나요. 반갑습니다.
가입인사를 읽고 있자니, 참 죄송스럽게도, 별난 짓 했을 때 자주 듣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ㅋㅋㅋ
''너 약 먹었니?" 이런 말이요?
아니면 "너 죽을 때가 다 됐니?" 이런 거요?
세상사가 다 하늘에 달려 있지만, 저 곧 죽지는 않을 거에요.
조르바님이 제게 준 책을 끝까지 읽지만 않으면 되거든요^^.
저도 얼마만에 이 카페에 다시 방문을 한 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글이 올라와 있다니, 벅차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고맙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고종석.
이름만 들어도 반갑다.
(내 나이는 63세 ㅋ)
혹시나. 고샘을 좋아하는사람들이 모여있지 않을까. 찾아봤는데. 와우~ 옹달샘처럼 시원한 고샘의 글까지 접하는 행운을 얻었네요 행복해요^^
솔직히 고행석과 불청객씨리즈의 애독자로서
고종석이라는 사람의 글을 접했을때 뭔가 만화를 읽는 즐거움 비슷한 가벼움이 있어서 오래 기억하지는 못하다가 어느날 서점에서 '어루만지다'라는 책을 보고는 아!그런 사람이 있었지,글을 읽는 것에 대한 모종의 신뢰감을 회복시켜주신분.,.마치 골동품가게에서 근대 명품을 발견한 기분이기도하고,어 시간이 흐르고 있었구나!그러나 시절이 하수상하니 반가움보단 애석함이 앞서네요.강필하시길.
바보 아니면 악인이라, 바보이면서 악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10주년 모임에 처음 나가보려다가, 세상살이에 찌들어 그만 놓쳐버린 1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