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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정신장애인들이 마루 작업을 하다가 실수를 저지르는 영화 속 장면.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제공 |
2008년 제작 이탈리아 영화
정신장애인 11명이
마루 까는 사업 나서는 이야기
조합원 6백명 규모로 성장한
‘논첼로 협동조합’ 실화 바탕
“협동조합 책 10권보다 낫다”
조합원들 마음을 열고
신뢰 얻어가는 장면 감동
“협동조합 와닿지 않으면
이 영화 한편이 딱이에요”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
예술영화관에서도
상영관 배정 못받아
‘찾아가는 상영’으로 물꼬
이제 생협들도 큰 관심
22일 밤 서울 평창동의 희망제작소. ‘찾아가는 영화관’이 열렸다. 영화가 상영되는 111분 내내 웃음과 탄식이 이어지더니,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7번방의 선물>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최근 본 영화 중에, 내용도 감동도 최고예요.” 동료들과 밤늦은 시간을 함께한 유동열 연구원은 “‘좋은 영화니까 봐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지켰다가, 대박을 건졌다”며 즐거워했다.
정신장애인들의 협동조합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한 편이 최고의 협동조합 교과서로 떠오르고 있다. 협동조합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2008년 제작한 <위 캔 두 댓!>(We can do that!)이다. “협동조합이라는 게 아직은 우리한테 익숙지 않아요. 책을 아무리 읽어도 쉽게 와닿지 않거든요. 이 영화 한 편이 딱이에요. 제가 진행하는 협동조합아카데미에서 상영했는데, 40명 수강생들이 ‘어떤 명강사보다 낫다’고 좋아하더군요.”(배민혜 희망제작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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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캔 두 댓!>은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인 ‘안티카 협동조합 180’의 정신장애인 열한명이 마루를 까는 사업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조합원 600명 규모로 성장한 ‘논첼로 협동조합’의 실화가 바탕이 됐다. 자기희생이 몸에 배인 열정적인 협동조합 지도자 넬로가 조합원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얻어가는 감동적인 장면들이 이어진다. 넬로는 독한 약물에 중독된 정신장애인들의 숨은 능력을 찾아내는 비상한 재주를 발휘하고, 때로 친구를 협박하고 애인을 설득해 일감을 구해오는 `완력’도 행사한다.
서울 평창동 희망제작소의 연구원들이 22일 이탈리아 정신장애인들의 협동조합을 다룬 ‘위 캔 두 댓!’ 상영이 끝난 뒤 박수갈채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제공 |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협동조합원 원칙을 더없이 잘 담아낸 걸작이다. 지도자의 역할, 조합원의 권리, 초기 판로의 확보와 관련된 복잡한 이슈들을 참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협동조합을 하겠다거나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이 총회를 열어 조합원의 의기투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수입은 똑같이, 실수도 다 같이 나눈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우기도 한다. <위 캔 두 댓!>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골든글로브 프로듀서상을 수상했으며, 전국의 예술영화관에서 54주 동안 4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일본에서는 후생성이 장애인 관련자들이 꼭 봐야 할 영화로 추천했다.
‘10권의 협동조합 책보다 낫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에서도 ‘공동체 상영’을 중심으로 서서히 관객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협동조합 단체나 일부 지자체 등에서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이 주위로 알리는 ‘강추’가 힘이 되고 있다. 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같은 생협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이쿱에서는 6월 중 전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역 순회 상영을 하기로 했다.
<위 캔 두 댓!>을 수입한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의 이은경 대표는 “예술영화관에서도 상영관을 배정받지 못했다. 정신장애인들과 협동조합을 다룬 이탈리아 영화라니까,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수십명 단위로 찾아가는 ‘공동체 상영’을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뜨겁게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제작소의 배 연구원은 “협동조합이 생소한 주제이다 보니 예술영화관에서 ‘판단착오’를 했던 것 같다. 작품과 감동의 요소가 충분한데다 협동조합 기운이 올라오고, 크게 대중적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형사회적기업인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서는 이달 초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소규모 시사회를 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벽을 없앤다’는 뜻의 배리어프리 영화는 성우가 말로 설명하거나 음성요소를 자막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재편집한다. 2011년 이후 <7번방의 선물> <엔딩노트> <도둑들> 등 모두 11편의 배리어프리 영화를 장애인용으로 만들었다. 이 대표는 “자칫 무관심에 묻힐 뻔했던 작품이 협동조합의 기운을 만나 진가를 인정받는 것 같다. 예산이 없어 <위 캔 두 댓!>의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하지 못했는데, 이제 곧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장애인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위 캔 두 댓 (SI, PUO FARE) , 2008년
영화의 시대적 배경
이 영화의 배경인 1983년 이탈리아는 다양한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연합회가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기였으며, 정신과의사 프랑코 바자리아가 만든 바자리아법(1978년 발효)에 의해 정신적 장애를 가진 환자가 사회참여를 통해 마음을 개방하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범죄자 병원을 제외한 모든 정신병원이 점진적으로 폐쇄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Synopsis
협동조합에서 근무하는주인공 넬로는 너무나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활동으로 인해 이단아 취급을 받아 변두리 병원부속의 ‘협동조합 180’으로 좌천되고, 이곳에서 바자리아법으로 정신병원이 폐쇄됐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환자이자 조합원 10명의 매니저로 일하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매니저 넬로에게 점점 신뢰를 가지게 되고, 넬로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개개인이 하고 싶은 것과 꿈이 있음을 느끼고 이들의 공동 목표인 ‘정당한 보수가 지급되는 일”을 찾다가 나무바닥 설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제 10명의 정신병 환자는 일을 통해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되찾고 투표를 통해 병원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협동조합을 운영해 갑니다.
넬로는 조합원의 개성을 파악하고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거나 만들어 주어 ‘협동조합 180’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정상인과의 교류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 조합원 한 명의 잘못된 선택으로 조합이 해체되고 모두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다행히 모든 상황이 누군가의 귀책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지고 ‘협동조합180’은 다시 넬로에게 맡겨지지만 죄책감으로 인해 넬로는 조합을 떠납니다.
그리고, 정신병 환자였던 조합원들은 자신을 일반인으로 대해주고 함께 일했던 동료 넬로가 목표로 했던 일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자발적인 조합원 투표를 진행합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 첨부 문서를 참고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