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 나
무 무
띄어쓰기를 너무 많이 해서 만날 수 없는
두 나무 사이
거미 한 마리가 목숨을 걸고 훌쩍
하나의 선을 만든다
종이컵 전화기처럼
나............거미............나
무 무
모처럼 이어졌는데
처음이라 둘 사이에 할 말이 없다
거미 혼자 분주히 오가며
서로의 떨림을 전해 주었다
며칠이 지났다 그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나빗방울이우수수바람이쌩쌩나
무 아기거미들우르르태어남 무
둘 사이에 통화가 길어졌다
거미는 매일 전화선을 새로 갈아 주느라
똥꼬에 불이 나도록
거미줄을 뽑아야 했다
덕분에 두 나무는 심심할 틈이 없었다
*『토마토 기준』, 김준현 동시집, 문학동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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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글 :
시의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는 나무의 세로쓰기를 통해 독자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잡아챈다. 잡아끈 시선과 호기심은 거미 똥꼬에서 나오는 거미줄에 친친 감겨 시를 읽는 내내 독자를 꼼작할 수 없게 만든다.
거미의 목숨을 건 전화선개통식. 그 사이를 채우는 빗방울과 바람과 떨림. 아기거미들의 탄생과 길어진 통화에 두 손을 맞잡고 ‘다행이다’를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시의 이미지화에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다.
이렇듯 시인은 가수와 비슷하다. 김준현 시인을 가수와 비교한다면 K팝의 중심에 선 ‘방탄소년단’을 닮았다.
많은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생각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무대를 보여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버린다.
무대 위에서의 동선은 물론 눈동자의 움직임, 호흡하는 타이밍까지도 수만 번의 시행착오와 연습을 통해 한 곡을 완성한다고 한다.
시인이 시어를 조탁하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이렇듯 김준현 시인의 시들은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보듯 독특한 발상과 정교한 배열을 통해 한편의 시를 여러 번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재료를 가지고 인상적인 맛을 내기 위한 수만 번의 실패의 과정을 겪었기 때문일 거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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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기옥경 샘의 감상과 해설이 동시 '나무'를 더 빛내주네요^^
시와 감상평을 읽는 동안 어느 교수님의 강연을 들은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