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생명)의 신비에 눈뜨라, / 백영기 목사 (10월 5일 주보 글)

[백두에서한라까지]

삶(생명)의 신비에 눈뜨라,

삶이 시들해지고 고단해질 때는 자연으로 오세요,

하나님의 형상이 그 안에 있고, 그분의 숨결과 은총이 세상의 모든 것에 있습니다. 어쩌면 나를 찾지 말고, 내가 만들고 함께한 그 모든 것을 통해 나를 느끼고 만나라 하십니다. 자연의 놀랍도록 조화로운 생명력을 보십시오. 자연을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어마어마합니다. 어느 틈이라도,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연의 연대와 공생을 보세요. 삶의 신비에 눈을 뜬다는 건, 비로소 나의 존재를 의식하며 창조주에게 나를 내놓는 예식입니다.

가을입니다. 사시사철, 자연은 모두가 긴장과 자유로움 속에서 밀당하며 평화와 풍요를 이루어 냅니다. 더불어 외롭지 않도록 찾아주고 먹이로 삼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보장합니다. 비우면 채우고 차면 비우는 순환과 지속의 아름다운 세상을 지켜왔습니다. 자연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불안을 평화로 바꾸어 줍니다. 어긋난 것을 돌려놓고 떠난 것은 돌아오게 합니다. 자연은 하나님의 숨으로 존재하며 그분의 섭리와 뜻을 온전히 보여줍니다.

생명과 자연의 세상에서 우리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나의 지구를 부탁해>란 책에서 데이브 부클리스는 “인간이 흙으로 지어진 피조물인 동시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이 맡기신 일도 마땅히 수행하고 동료 피조물과 지구, 그리고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쌓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온전히 자연과 더불어 삽니다. 삶의 자리가 자연이고 지구이며 우주입니다. 농사와 건축과 치유 등 의식주는 물론이고, 정서와 감정, 문화와 정신에까지 모두 자연에 기대고 자연 안에서 살아갑니다. 모든 예술과 문화적 기반이 자연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재이기에 인간은 그걸 다룰 능력과 지혜가 있습니다. 선하고 아름답게 자연의 뭇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은총이요 본분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세상에 혼자 홀로 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그렇게 만드셨고 섭리하셨습니다. 아무리 강한 것도 절대가 될 수 없고 아무리 약한 것도 무조건 약자이지만은 않습니다. 놀라운 것은 상대적 약점이랄까 허점이 모두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가 그걸 인정하며 조심하고 살아갑니다. 자연의 세계를 보면 참으로 신비롭고 놀랍습니다. 크고 강한 걸 물리치고 이기는 건 작고 연약한 개체들의 무리입니다.

하지만 인간만은 예외입니다. 두려움과 겁이 정말 많으면서도 겁내지 않습니다. 약하디 약한 존재가 인간이 틀림없지만 마치 천적이 없는 듯 살아갑니다. 머리를 사용해서 온갖 도구를 만들고 개발합니다. 안되고 못 하는 일이 없습니다. 바라기는 그 좋은 머리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두가 원하는 정말 아름답고 멋진 세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도시로만 향하지 말고 자연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물질에 집착하는 만큼 생명의 존재를 눈여겨 보십시오.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낮과 밤의 조화에 빠져보십시오. 살아있다는 것, 생명의 존재들과 교감한다면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될 것입니다. 특히 작은 생명체에게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들이 나를 살리고, 나를 지켜주며, 나와 함께하고 있음을 깜짝 놀랄 것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에 나의 전부로 감사해 보십시오. 인생은 소유가 아닙니다.

나무와 숲을 즐기고, 물 따라 함께 걸어보세요. 비교할 수 없는 행복과 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해를 마주해 보십시오. 이 모든 것들이 그저 공짜라는 사실에 콧노래가 나올 것입니다. 뿐이겠습니까? 우리의 든든한 기반과 모든 생명의 기막힌 배경과 그 모든 것들의 어울림과 배려에 눈물이 날 것입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이며 그분의 마음과 뜻을 따라 지어진 사랑스럽고도 예쁜 귀한 생명들입니다. 지금, 올해의 가을이 생명의 신비에 눈뜨며 교감하는 은총의 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