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괴산 임꺽정백일장 수필부문에 응모한 작품의 심사결과가 9월 30일에 발표되었다.
본인의 작품 오토바이 사용기(使用記)가 차하(3등?)로 입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괴산문학회 회장인 장현두 씨의 전화연락을 받고 카페 괴산문학을 들러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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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사용기(使用記) -이관수
무녀도(巫女島)라고 하는 작은 섬에 살면서 오토바이를 타게 되었다. 반경 4km 미만의 꼬불꼬불한 비포장 비탈길을 오가며 실력을 익혔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새만금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되어서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곳이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타는 오토바이가 유일했다. 가끔 펑크나 고장이라도 나면 여객선에 실어 군산으로 나가 고치고, 다시 배타고 들여와야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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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 변두리로 이사한 후에 살아보니 외부로 나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섬에서 익숙하게 타던 동종의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그러자 지인이 한마디 건넸다. “조금만 더 보태면 자동차를 살 수 있는데!”
걷는 게 불편한 장애가 있는 내게 오토바이는 가장 편한 이동수단이다. 경제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하루에 서너 번 다니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면 약속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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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오토바이로 장거리(?)를 달려본 것은 청천에서 대전까지 왕복 114km가 처음이었다. 청천에서도 한동안 탔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주행차량이 많은 그날은 약간 오금이 저리고 긴장이 되었다. 백미러를 살피며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들이 추월을 하도록 유도등을 깜빡여 주지만,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 중에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며 달려드는 데는 아찔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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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의 장점만 몇 가지 적어본다면, 차량보다 경비가 적게 들고
좁은 길로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 기동성이 빠르고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주차가 매우 자유로운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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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주행에 자신감이 붙게 되어 모험을 하기로 했다. 전주까지 다녀오기로 했던 것이다. 군산시청에 용무가 생겼고, 전주는 결혼식 참석이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하루 전에 청천을 떠나 군산에 도착하고, 이튿날 보석이넬 들러서 아침을 먹고, 전주를 향해 달렸다. 아내는 뒷자리에서 두 팔로 내 허리춤을 꽉 부여잡았다. 곳곳에서 차량들이 정체되는 사이를 비집고 무사히 전주DB예식장에 도착했다. 무녀도를 떠나온 지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보게 되니 감개무량했다.
예식이 끝난 후에 어떤 젊은이에게 물었다. “대둔산으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하나요?” 물론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의 일화다. 질문을 받은 젊은이가 오히려 반문한다. “아니, 요걸로 대둔산까지 가요?” 사뭇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대둔산을 넘어서 옥천 보은을 지나 청천까지 갈 거다! 라고 했더라면 입을 딱 벌렸을 게 분명한 말투였다. 그래도 그 오토바이로 다섯 시간여 만에 전주에서 청천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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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시네요! 라는 인사를 받자는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그냥 꽤 즐기는 편이 되었다. 그렇다고 좁은 2차선 도로를 넘나들며 굉음을 내뿜는 고속의 오토바이는 타본 적이 없다. 농사일에도 적당하다 생각하고 구입한 100cc 용량의 보통오토바이를 여전히 타고 다닌다. 오토바이로 달릴 때는 결코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앞의 장애물이나 오가는 차량들도 살펴야하고 차간거리도 지켜야 하니 달리면서 산수(山水)를 감상(感想)한다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한다. 소형승용차 한 대 사세요! 하는 권유에 내 대답은 한결같다. "오토바이가 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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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데 괜찮겠어요?” 아내가 하는 말에 “괜찮아요, 우비 입으면 되니까!” 약속은 되도록 지키려는 성격이니까 비가 오는 날임에도 일찌감치 오토바이를 몰고 청주로 달렸다. 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느냐 할 테지만, 시간을 맞출 수도 없고,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한 발짝이라도 덜 걷고 싶기 때문이다. 바람을 일으키며 추월하는 차들을 비껴가며 느끼는 감정은 바보스럽다. 고성능 오토바이면 얼마나 좋을까? 성능이 더 높은 오토바이를 사겠다는 내 말에 아내는 펄쩍 뛰며 반대였다. “안돼요, 아직도 젊은 줄 아세요?” 하는 아내와 줄다리기에서 내가 진걸까? 한번 실패로 포기했지만 미원에 있는 시험장에서 오토바이 면허시험에 도전해 보기도 했다. 소형오토바이는 자동차운전 면허증으로도 운행이 가능하지만 특수오토바이는 새로운 면허증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모부가 회춘하셨대요? 안된다고 하세요!” 면허시험 이야기를 듣고 처조카가 했다는 말이다. 오토바이를 이용한지도 벌써 30년을 넘겼다. 마음으로는 시속 100km 이상을 달리고, 적어도 125cc 이상은 되어야 차량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아내도 가족들도 고성능오토바이는 모두 반대라니 포기가 정답인 듯하다. “회춘하셨다고 해도 오토바이는 물꼬 보러 가실 때나 타세요!” 라며 召命님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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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오토바이사고(事故)는 내게도 여러 번 있었다. 어느 해 겨울, 눈 내린 저녁나절에 청천에서 금평 방향으로 넘는 생고개에서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아내와 나는 속절없이 나뒹굴었다. 응달이어서 금새 빙판길로 변하는 곳이라 서행을 했는데도... 앞뒤로 지나는 차량이 없었고, 다치진 않았지만, 빙판길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겨울이라면 오토바이 외출을 삼가하고 '방콕'생활 하는 게 최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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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오토바이여행을 꿈꿨었는데, 이젠 체력이 달려서 벅차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일이든지 때가 있는 법이 아니던가? 젊음의 때,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창조주를 기억’ 해야 하듯이 여행도 하루라도 더 젊었을 때에 하는 게 맞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오토바이 뒷자리에 아내 대신 1인용 텐트를 싣고 전국투어를 꿈꾸고 있는 난 바보인가 봐~!
“희수(壽)도 지났는데!” -觀-
첫댓글 3등 축하드립니다.🎉🎉🎉🥳🥳
글 재밌게 읽었사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