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요한은 마을로 이어진 거리에서
모래먼지가 뿌옇게 이는 것을 바라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이 길을 오갔는데,
앞으로도 나는 계속 이 아름답지 않은 황폐한 거리를 오가며
남은 인생을 보내겠구나'
요한은 정해진 길을 왔다갔다 하다가
그대로 인생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황막감을 느낀 것이다.
풀, 꽃 한 송이 피어 있지 않은
황폐한 거리를 걸으며 요한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그러다 그는 무릎을 탁 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그것이
매일 반복된다고 해서 무엇이 걱정이란 말인가?
그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내 일을 하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름답게 만들면 되지 않은가!"
그는 다음날부터 주머니에 들꽃 씨앗을 넣어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우편배달을 하는 짬짬이 그 꽃씨들을 거리에 뿌렸다.
그 일은 그가 50여마일의 거리를 오가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요한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우편물을 배달하게 되었다.
그가 걸어다니는 길 양쪽에는
노랑, 빨강, 초록의 꽃들이 다투어 피어났고 그 꽃들은 지지 않았다.
해마다 이른봄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어났고
여름에는 여름에 피는 꽃들이,
가을이면 가을꽃들이 쉬지 않고 피어났던 것이다.
그 꽃들을 바라보면서 요한은
더 이상 자기의 인생이 황막하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50여 마일의 거리에 이어진 울긋불긋한 꽃길에서
휘파람을 불며 우편배달을 하는
그의 뒷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이 아름다웠다.
첫댓글 저는 매일 무엇을 뿌릴까요? 정말 반성이 되는 군요! 막연히 남들이 하는일을 질투한적인 많습니다. 부러워서! 이젠 제가 하지않는 일을 질투할까 합니다.
항상 아름다운 마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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