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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월(411호) Christian Books & Life
기독교출판소식
표지 인터뷰_ 송광택 목사
〈읽는다는 것: 나의 책읽기에 대하여〉
1. 오랜 세월 독서운동과 독서교육에 헌신해 오셨는데요. 먼저 목사님 근황을 나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을 섬기는 사역목사입니다. 현재 제가 거주하는 지역의 목사님들을 중심으로 “Book & Leader”라는 이름의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모여서 독서토론을 하는 초교파적 모임입니다. 모임이 시작된 지는 10년 정도 되었고 기독교서적과 인문교양서적을 읽은 후 나누고 있습니다.
2. 성장기에 책읽기와 관련해 어떤 추억이 있는지요? 책을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저는 9살 때 처음으로 《보물섬》, 《서유기》, 《안데르센 동화》 같은 문학서적을 접했습니다. 아버지가 추석 보너스로 구입해주신 선물이었습니다. 물론 완역본이 아닌 아동문학 세트 형태로 나온 책들이었지만, 칼라 삽화가 있었고 하드카버로 잘 만들어진 책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책을 통해 동서양의 ‘문화충격’을 경험했습니다. 《보물섬》에 바닷가 선술집 장면이 나오는데,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럼주’라는 서양 술 이름을 처음 접했습니다. 각주에서 간단하게 럼주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문맹의 상태에서 벗어난 후 문학을 통해 상상력과 호기심이 크게 자극을 받은 것은 의미 있는 독서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은 문예반에서 시나 산문을 썼고, 두 번 교지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헌책방에서 월간 「현대문학」 과월호를 구입해서 유명 작가들의 시나 단편소설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도 있습니다. 총신대학교 신학과에 입학 한 후 학교도서관 서가의 많은 책들은 독서에 몰입하게 하는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한국 교계에서 목사님은 독서운동가요 독서교육가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매체 기고와 저술 활동, 독서 관련 방송 프로그램 진행, 강의와 강연, 각종 출판/독서 상 심사위원 등 오랫동안 활발히 활동해 오셨는데요. 이 일에 헌신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지도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좋은 방편이죠. 처음에 신학생들 중심이 되어 글사랑, 코람데오 라는 이름으로 사적인 성격의 독서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같이 활동하는 지인들의 권유로 공적인 성격의 일일세미나로 독서에 관한 동기부여 강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3년으로 ‘아가피아 독서운동 본부’로 시작, 1996년에 지금의 이름인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로 명칭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교회에서 중고등부와 청년대학부를 지도할 때 매주 발행하는 회보에 자주 북리뷰를 연재했습니다. 지역신문이나 기독교 매체에도 오랜 기간 서평이나 독서 칼럼을 썼습니다.
독서 관련 칼럼을 주간 <들소리> 신문에 연재한 적이 있고, 월간 <신앙세계>와 월간 <교사의 벗>에 10여년간 북리뷰를 연재했습니다. 월간 <빛과 소금>, <월간 목회>, 월간 <목회와 신학> 등에 신간을 소개하는 글이나 서평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일보>에 기독교고전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고, 인터넷 신문인 <본 헤럴드>나 <유럽 크리스천신문>에도 북리뷰를 연재했습니다. 현재는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홈페이지에 독서정보와 독서발췌를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하면서 극동방송에서 수년 간 <신앙서적 길라잡이> 진행자로 섬겼고, CTS 라디오 조이(JOY)의 신간 소개 코너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총신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기독교세계관에 기초한 <독서지도사> 과정을 개설하여 10여년 간 많은 수료생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독서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독서가 변화의 힘’이었다는 사실을 일반 역사와 교회사를 통해 발견한 경험이 있습니다. 찰스 스펄전과 존 스토트, 그리고 마틴 로이드 존스 같은 분들도 독서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했다는 사실도 큰 도전을 주었습니다.
4. C. S. 루이스는 ‘우리는 작가들 덕분에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넓어졌는지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수님의 존재 확장에 큰 영향을 끼친 책과 저자에 대해 나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게 영향을 끼친 책이나 작가 중심으로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고교 시절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소설은 헤르만 헤세의『데미안』입니다. 우물 안에 있던 개구리가 새로운 세계로 나오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데미안』이 많은 작가들이 ‘10대에 만난 특별한 책’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소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요. 인상 깊은 책들 중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생각납니다. 김교신, 주기철, 손양원, 안이숙 등 일제강점기 시절의 신앙선배의 전기나 자전적 글들도 청년 시절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 아브라함 여호수아 헤셀, G. K. 체스터턴 같은 분들을 알게 된 것은 독서가 준 행운이었지요.
5. 한국교회에는 성경 읽기를 유독 강조하는 반면, ‘인문학’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시하거나 ‘세상적인 것’이라고 매도하기까지 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예수께 인문을 묻다》 8쪽, ‘김성원 교수 추천사’에서) 평소 기독교고전뿐 아니라 인문고전과 문학작품 읽기를 강조하시는 목사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교양』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에 의하면, 교양이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가리킵니다. 교양으로써의 독서를 이야기하자면 인문고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무고전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그것을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인문 고전은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그 분야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읽히는 제일급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 S. 루이스는 말하기를 “독서를 위한 좋은 지침이 있다면, 새 책을 읽은 후 고전을 읽을 때까지 다른 새 책을 읽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했지요.
천재 수학자들 대개가 하나같이 인문고전 독서가였으며 진정한 음악가가 되려면 반드시 인문 고전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또한 미술 천재치고 인문 고전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각 시대의 리더들은 문학 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철학 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생각을, 역사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배웠습니다.
미국 160개 대학에서는 ‘인문 고전 100권 독서 프로그램’이나 ‘인문 고전 독서 중심의 전공 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자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세계관)을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질문의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는 “삶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발굴하고 그 질문을 인내를 가지고 품고 가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전과 명작은 위대한 주제나 사상에 대해 생각하도록 우리제가 인문고전를 인도합니다. 이것은 값진 지식의 한 형태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읽는 내용을 세계관의 관점에서 비교하고 대조하는 법을 배워간다면, 독서는 신앙의 자양분도 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인문도서는 기독교 작가가 되려는 분들의 필수적 수업 과정입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펜을 들라. 그리고 쓰라”고 했습니다. 인문고전은 최고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인문고전을 가까이하면 최고의 작가를 멘토로 삼을 수 있습니다.
6. “문학작품은 우리가 자신의 경험과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창문이요, 렌즈다. …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그저 작가의 인도를 따라 자연스레 걸음을 옮겨가며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나를 단련하는 책읽기》, 56-57쪽)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문학도 여기에 해당하는지요? 한국교회에는 마법사와 마녀, 신화 속 존재—켄타우로스, 파우누스 등—가 나온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거나 ‘금서’처럼 여기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원론적으로 말해서 문학은 체험을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문학은 본래 체험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체험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제공해 줍니다. 문학은 인간 경험뿐만 아니라 그 경험에 대한 해석도 제공해 줍니다. 그리고 문학은 우리를 넓혀 줍니다. 문학은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을 통해 시공을 벗어나 여행을 하면서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 같은 작품은 단순한 “마법 이야기”가 아니라, 선과 악의 투쟁, 희생과 구원, 인간됨의 본질 같은 깊은 주제를 상징과 은유로 풀어낸 문학입니다. 예컨대, 나니아의 아슬란은 기독교 독자들에게는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하며, 톨킨의 ‘반지’는 권력의 유혹과 인간 내면의 죄성을 상징합니다. 즉, 환상적 세계관을 통해 오히려 현실의 삶과 신앙을 새롭게 비추는 창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교회의 우려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일각에서는 마법, 마녀, 신화적 존재가 성경의 가르침과 혼동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정적으로 봅니다. 특히 ‘마법’이 성경에서 금하는 주술과 혼동될 수 있다는 점, 신화적 존재들이 이방 종교와 연결된다는 점 때문에 일종의 ‘금서’처럼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C.S. 루이스나 J.R.R. 톨킨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판타지를 쓴 인물들이며, 오히려 하나님의 진리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문학적 상징으로 풀어낸 작가들입니다.
성경이 금하는 것은 실제로 주술 행위에 의지해 하나님을 대체하는 것이지, 문학적 상징으로 사용된 ‘마법’ 자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독자가 작품을 읽을 때, 작가의 의도와 상징, 그리고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별한다면 신앙적으로도 유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판타지 장르는,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신앙의 주제를 더 선명하게 비춰줄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편견 없이 읽되, 분별력 있게 수용하는 태도입니다. 금서처럼 회피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깊은 신앙적 의미와 삶의 성찰을 발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판타지 문학을 읽을 때는 무조건적 금지나 무비판적 수용이 아니라, 분별과 성찰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즉, 판타지 속 세계관이 기독교 신앙과 어떻게 연결되거나 충돌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무비판적으로 몰입하기보다, ‘이 작품은 인간과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스스로 질문하면서 읽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청소년이나 신앙이 약한 독자들은 판타지를 현실과 혼동하거나, 비기독교적 요소(마술, 운명론 등)에 매료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읽지 말라”보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가르쳐야 하며, 필요하다면 부모나 교사가 함께 읽고 대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교회는 판타지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유익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위험은 비판적으로 걸러내는 훈련을 제공해야 합니다.
7. “시는 … 독자의 의식세계를 흔들어, 잠자고 있는 기억을 불러 깨우는 도구라고 해도 좋다.”(《예수께 인문을 묻다》, 38쪽) “자투리 시간은 무심코 잃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손 가까이 시집이 있다면 단 몇 분간의 짧은 시간이 소중한 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나를 단련하는 책읽기》, 133-134쪽) 이처럼 목사님은 평소 시가 지닌 가치와 함께 시집 읽기도 강조해 오셨는데요. 고교 시절 문예반 활동을 거쳐 문인 등단까지 하신 경험에 비추어, 시 읽기를 강조하시는 이유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인(혹은 시집)이 궁금합니다.
우리는 한 편의 시를 읽고 생각하면서, 인간 경험의 어떤 측면을 의식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시인은 우리로 하여금 자연이 가진 다면적 아름다움을 의식하도록 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풍부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시를 읽으면서 우리 주변 사람들과 자연에 대한 각성된 의식을 갖게 됩니다. 시를 감상할 때 우리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고뇌와 환희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죠.
시인은 책상 앞에서만 시를 쓰지 않습니다. 시인은 먹고 마시면서도 일상의 신비를 엿봅니다. 시인은 산책하면서 생각하고 묵상하면서도 시심(詩心)을 가꾸죠. 그가 관찰하고 주목하는 모든 사물이 시로 태어납니다.
시인에게는 자연 만물이 스승입니다. 따라서 시인은 세밀하게 관찰하는 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사물에서도 지혜의 빛을 발견하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인의 언어로 빚은 시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그런 점에서 손 가까이 시집을 두고 음미하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제가 영향을 받은 시인은 박두진, 이성교, 황금찬, 박회목 시인입니다.
8.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훌륭한 스승이나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복된 일의 하나이다.”(《고전의 숲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329쪽) “텃밭을 가꿀 때 좋은 씨를 고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 좋은 책을 고르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나를 단련하는 책읽기》, 52쪽) “좋은 책은 이 세상과 독자 자신에 대해 가르쳐준다.”(《예수께 인문을 묻다》, 51쪽) 이처럼 ‘좋은 책’과의 만남을 강조하셨는데, 연간 6만 종이 넘는 출판물이 쏟아지는 시대에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도 중요할 텐데요. ‘좋은 책’에 대한 목사님 나름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책 또는 양서의 기준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보편적 지혜를 전해주는 책, 생각하는 힘과 질문의 힘을 키워주는 책, 통찰력을 갖게 해주는 책, 그리고 내면의 질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다음 세대에 속하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성경적인 세계관 또는 기독교적 관점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9. 이제까지 스무 권 가까이 책을 쓰시고 번역도 하신 목사님 경험에 비추어, 책읽기가 글쓰기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요?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독서가 입력이라면 글쓰기는 출력입니다. 입력과 출력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좋은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은 사람이라면 자신도 좋은 글을 써보고 싶은 꿈을 꾸게 됩니다. 이런 꿈은 선하고 아름다운 꿈이지요. 제 경우는 멘토 없이 스스로 길을 찾아나선 스타일이라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한걸음씩 걸어갔습니다. 인내하면서 꾸준하게 읽고 쓰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10. 목사님이 주로 독서하시는 시간대가 하루 중 언제인지요? 분주한 강의와 사역 가운데 독서 시간은 어떻게 확보하셨는지요?
제 라이프 스타일은 매우 단순합니다. 지역도서관이나 교회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6시간 정도입니다. 특정한 시간대가 아니라 오전, 오후, 저녁 시간에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을 발췌합니다. 주제별로 명문장을 정리하고 신간도서의 리뷰를 쓰기도 합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제 루틴입니다.
11. 개인적으로 책읽기를 즐겨하시는 공간(장소)이나 환경(분위기)이 있는지요? “커피향이 머무는 아늑한 카페”가 집중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나를 단련하는 책읽기》, 127쪽)고 추천하신 바 있는데요.
마틴 로이드 존스는 손자들이 주변에서 뛰어다녀도 전혀 방해받지 않는 집중력을 가지고 책을 읽었습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물론 교회 북카페(글향기도서관)에서 커피나 차 한 잔을 옆에 두고 느긋하게 독서를 하기도 합니다. 가까운 거리에 지역도서관에 있어서 저는 최적의 독서환경을 누리고 있지요.
12. 목사님만의 개인적인 독서 습관이나 원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설교자로서 꾸준히 읽되 다양한 주제에 접하려고 노력합니다. 기본적으로 ‘문사철’에 관심이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교회사를 강의했기 때문에 일반 역사의 디테일한 부분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서양중세사를 집중적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독서 동기부여를 위한 강의 중에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교양인이라면 매주 1권을 일어야 하고, 지도자라면 2권 이상 읽어야 합니다.” 제 경우는 매주 4권 정도 읽고 있습니다.
책을 볼 때에 목차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책에도 골격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목차입니다. 우선적으로 독자는 목차를 통해 저자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목차부터 짜임새가 있다면 그 책이 훌륭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죠. 목차가 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평을 쓰는 연습도 좋은 방법입니다. 서평은 문단에 등단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본인이 부지런히 쓰면 됩니다. 신문에 나오는 리뷰도 볼만합니다. 책을 어떻게 소개하는지 눈여겨보면 좋습니다. 또한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의 학술서적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근차근 자신의 외연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모든 분야의 입문서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기독교 고전을 포함해서 대학생 때 100권, 200권을 읽을 계획을 세워 읽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13. 최근 혹은 근래에 읽으신 인상적인 책이나 지금 읽고 계신 책은 무엇이며, 어떤 계기로 읽게 되셨는지요?
지난 여름에 중세교회사 강의 준비를 하면서 주경철 교수의 《중세 유럽인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저자는 바다와 해양 문명을 통한 전지구적 통합의 과정을 밀도 있게 연구해 온 서양사학자입니다. 그는 중세인을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사람들로 정의합니다. 근대사와 해양사에 대한 독보적 저작인 《대항해시대》처럼 이 책은 치밀한 연구 성과를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내 독자의 지적 호기심과 역사적 흥미를 만족시켜줍니다.
14. 책(읽기)을 통해 쉼과 위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신 적이 있는지요?
저는 분당두레교회 박철수 원로목사가 사용하는 ‘독서부흥회’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박 목사님은 책을 읽다가 감격하고 은혜도 받고 때로는 회개도 하신디고 합니다. 저도 100% 공감합니다. 20대 시절에 저는 월터 트로비쉬의 《나는 너와 결혼하였다》, 데이빗 A. 씨맨즈의 《상한 감정의 치유》를 통해 치유와 회복을 경험했습니다. 또한 까를로 까레또 수사의 《도시의 광야》는 현대인을 위한 ‘깊이 있는 영성에로의 초대’ 같은 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15. 끝으로, 목사님에게 ‘책’ 그리고 ‘책읽기’란 어떤 의미인지요?
책 속에서 다른 세계뿐만 아니라 저 자신 속으로 여행을 합니다.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갈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 세상과 나 자신에 관해 감히 무엇을 꿈꿀 수 있는지에 알게 되었습니다. 에너 퀸들런의 말을 빌리면. “독서는 언제나 나의 고향이었으며 나의 양식이었고 위대한 불굴의 동료”였습니다.
우리의 인생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위대하게 바꿔줄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한 방법 가운데서만 찾는다면 결코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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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총신대학교와 총회신학연구원(현 신학대학원), 총신대학교 대학원(Th.M.)을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일신교회, 한성교회, 목양교회, 서울반석교회, 바울의교회에서 중고등부와 청년대학부를 섬겼다. 「월간 창조문예」 신인작가상, 「월간 아동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제9회 총신문학상을 수상했다. 1993년부터 독서동기부여 강의와 출판평론을 통해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섬기고 있다. 「빛과 소금」,「목회와 신학」, 「국민일보」, 「월간 신앙세계」, 「월간 목회」 의 고정필자로, 「월간 생명의 삶」의 역자로 활동했다. 독서 운동을 방송 매체로 확대하여 극동방송에서 ‘신앙서적 길라잡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약했고, CTS 라디오 JOY ‘북 콘서트’에서 신간을 소개했다. 번역가로서 다수의 역서를 생명의 말씀사, 두란노, 개혁된실천사 등의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국민은행 ‘동화는 내 친구’ 독후감 공모 심사위원(2010~2012년), 극동방송 독후감공모 심사위원장(2010년), 극동방송 생활간증공모 심사위원장(2010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심사위원(2007~2012년, 2014~2025년), 세움북스 신춘문예 심사위원(2021-2025), 출판문화발전 유공자 정부포상 후보자 추천 심사위원(2022)으로 위촉된 바 있다. 총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독서지도사 과정’을 운영하였고(2004-2016), 현재 바울의교회 사역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계간 국제문학 편집이사, 본헤럴드 논설위원이다. 저서로 『기독교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기독교인의 서재』, 『고전의 숲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목회자 독서법』, 『우리아이 영성을 키우는 책읽기』, 『예수께 인문을 묻다』, 『나를 단련하는 책읽기』, 『독서가 미래를 결정한다』, 『시로 만나는 하나님』 등이 있고, 역서로는 『교회사 핸드북』, 『기독교교육학』,『새로운 종교개혁 이야기』, 『흐트러짐』, 『장로핸드북』 등이 있다.